Simple Life2017.04.20 23:56

미국에 오고나서 내 목표는 그저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래서 첫번째 목표는 직장을 잡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영주권을 받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큰 의미였던 적이 없다. 그래서 독하게 일하고, 영어공부했다.

 

세속적인 바램이 있긴 했다. 여기서 잘 자리잡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어쩌다가 가본 교외지역의 단독주택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 곳에 자리 잡은 중산층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미시건호 옆에 자리집은 고층 콘도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런 사람들도 고민이 있을까 나도 저런 날이 오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저 막연하게, not in a realistic context. 그냥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는 정도다.

 

그런데 웬걸, 정신차리고보니 그 세속적인 바램들은 이미 이루어져 있더라. 위에서 언급한 콘도에서는 벌써 몇년이나 살았다. 내가 그 때 봤던 교외지역 동네의 단독주택은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 사실 그 호숫가 콘도도 그렇고 그 교외지역도 알고보니 비싸지 않더라. 그렇다 해도, 금융위기 와중에 직장을 구해보려하는 유학생 눈에는 언감생심이었겠지.

 

처음으로 세속적인 소원이 하나 생겼다. 5년 쯤 후에, 학군 좋은 교외 지역에 단독 주택을 하나 갖고 싶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런 집 말이다. 방은 네개에 깔끔한 집.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지금 내 수입으로는 그런 집에 살 수 없다. 집값도 문제고 그런 좋은 동네는 생활비도 비싸기 마련이라서. 하지만 5년 전을 생각해보면, 난 내가 이정도로 살게 될 줄 몰랐다. 그러니 모르는 일 아닌가. 그저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또 그게 이루어질지.

 

여기 도달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할까? 좀 막연한 바램이다보니 구체적으로 뭘 해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은 일 열심히 하고, 책 많이 읽고, 몸 관리 잘 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동안 너무 운동을 게을리 했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다시 짐에 나가겠다. 지난 몇년간 너무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빠져 살았다. 오늘부터 넷플릭스를 줄이겠다. 아직 내가 보던 House of Cards를 끝내지 못했지만 여기서 멈추겠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전에 읽던 경제학 책을 다시 들어야겠다.


멋진 집 사진이건 어느 집 지어주는 회사 (https://www.pulte.com/) 구경하다가 마음에 들어서 퍼왔다. 이런 집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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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Simple Life2017.04.20 22:26

한국이란 데서 모범 시민으로 30년 살다가 미국 와보니 참 다른게 많더라. 처음엔 적응하느라 바빴다. 시간이 좀 지나니 이건 왜 이럴까 이것의 장점은 뭘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

 

첫번째 충격은 구두를 사러 갔을 때 일이다. 상점에 들어가서 정장에 신을 구두를 사고 싶다고 말했더니 점원이 와서 몇개를 보여주더라고. 근데 그 청년은 한 팔이 없더라. 의수를 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박스에서 신발을 잘 못꺼내길래 그 때 알았다. 그 때는 미국 온지 한달도 안된 시기라 물건 사러 가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그 직원이 잘 도와준 덕에, 내 의도대로, 좋은 구두를 사서 지금까지도 잘 갖고 있다. 사실 박스에서 신발 꺼내는 거야 뭐 별 일 아니잖아. 내가 하면 되는거다. 내 경험에 비춰 보면, 구두가게 직원으로써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데는 한 팔이 의수여도 문제가 없는거다.

 

그 후로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자 그대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일하고, 즐기며 살고 있다. 이런게 너무 자연스럽다보니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버스 타고 출퇴근하던 시절에는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버스 타는 것도 거의 매일 봤다. 좀 느려지긴 하지만 아무도 불평하거나 짜증내는 걸 못봤다. 한쪽에 의족을 한 여자가 운동복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식료품점에 와서 먹거리를 한가득 사가는 것도 봤고, 양다리 다 의족인 남자가 여자친구 손 잡고 바닷가를 걸으며 데이트하는 것도 봤다.

 

장애인이 여기서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보통 사람이다. 휠체어는 좀 다르지만, 보통 사람 취급을 받는다. 전날 다리 운동 심하게 해서 근육통 생긴 사람 정도 느낌이다. 아무도 그런 사람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하지 않을 것 아닌가. 딱 그정도다. 그들도 장애를 가진 것이 가려야 할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이 의족 하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겠나. 반바지 입고 있으니까 알았지.

 

사실이 그렇다. 편견만 살짝 들어내놓고 보면, 나하고 큰 차이 없는 사람들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장애인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살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갖고 있고, 그 사람들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도록 한다. 지금 시대에서 대부분의 휴먼 캐피탈이 신체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볼 때 그 효율성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생각해보면, 빈말이라도 장애인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있다고 말해주기 어렵다. 당장 한쪽 팔이 없는 구두가게 점원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게 미국의 대단한 점인 것 같다. 장애가 있든 없든,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그 능력이 쓰일 데가 있다면 그걸로 GDP에 기여를 하게 한다. 팔 없는 사람조차 구두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곳이 경쟁을 한다면, 승패는 뻔한 것 아닌가. 미국이 왜 강력한 나라인지 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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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Simple Life2017.03.07 17:57

미국의 육아 관련 제도가 어떻게 돼 있는지 따져보기보다는 실제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 미국의 평범한 직장인들이 뭐 어쩌는가를 알아봤다.

 

아이가 태어나면 휴가를 일주일 받는다. 엄마, 아빠 모두에게 해당된다. 이건 유급 휴가다. 일주일 후에도 엄마는 휴식이 필요하다. 5주에서 7주 가량 더 쉬는데 이걸 maternity leave라고 한다. 회사는 직원들에 대해서 다양한 보험을 들어놓는데, 그 중에 "short-term disability"에 대한 것도 있다. 출산 휴가 동안에는 급여가 이 보험으로부터 나온다. 100%는 못들어봤고, 65% 정도가 보통인 것 같다.

 

전부 다 해서 엄마가 받는 휴가는 6주에서 8주이고, 아빠는 1주 휴가를 받는다. 아빠도 유급휴가를 끌어와서 3-4주 쉬는 경우가 흔하다. 이 기간이 끝나면 일터로 복귀한다. 내 주변 사람들을 봐도 다 이렇게 하는 것 같다. 참고로 FaceBook의 CEO인 Mark Zuckerberg는 2달 동안 떠나 있었고, Yahoo!의 전 CEO인 Marrisa Mayer는 딸랑 2주만 쉬어서 욕을 들어먹었다.

 

길어도 두달 전에 부모가 다 일을 하러 가버리면 아이는 어떻게 하느냐. 미국은 땅이 커서 그런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겨지는 일은 드물다. 대신 아이는 daycare로 간다. 태어난지 한두달 밖에 안되는 핏덩이를 남에게 맡긴다는게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두가지. 믿고 맡길만한 곳이 많고, 부모도 다 칼퇴근을 한다. 유모를 고용하는 집도 흔하다.

 

Daycare에는 아이를 대충 아침 7시에 맡겨서 5시 전에 데리고 온다. 그동안에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볼 수 있다. 먹이는 것도 좋은 것만 먹인다고 한다. 대신 비용은 좀 살벌하다. 다양한 가격대가 있겠지만, 회사 친구는 $2,400 정도 하는데 보낸단다. 난 마누라가 저것보다 조금 덜 비싼 가방 사달라는 걸 몇년째 뭉개고 있는데, 매달 저만큼 나간단다. 그래도 엄마 월급이 저것보다는 훨씬 많으니까 저런 시설을 이용하겠지.

 

미국이란 거울에 비쳐서 한국을 돌아봤다. 한국은 출산휴가가 90일이다. 거기다 1년씩 휴직을 하는 사람도 흔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엄마에게 참 좋은 환경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1년씩이나 휴직을 하고, 그것도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허나 이걸 무작정 늘이는 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회사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이다. 직원들을 위한 자선단체가 아니다. 1년 동안이나 비워둘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업무는 드물다. 한두달이야 새로운 사람 뽑아도 적응기간이 그정도는 넘을테고 어찌 땜빵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게 넘어가면 다른 누군가가 그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오래 쉬다 돌아오면 난감한 일이 많이 생기더라.

 

이건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목격했다. 난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고, 마침 명당 오피스가 비어 있어서 거길 쓰게 됐다. 몇달 후에 출산으로 휴직중이셨던 분이 복귀하셨다. 내 오피스가 그분이 쓰시던 것이었던게지. 꼭 오피스 때문이 아니었어도 같이 일을 하게 되면서 그분의 고충을 생생히 봤다.

 

본인의 자리가 없어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건 사실이었다. 오랜만에 복귀하니 자기가 하던 일은 이미 다른 사람이 맡고 있었다. 겨우겨우 얻어낸 명당 오피스에도 내가 앉아 있었고. 단지 전에 거기 있던 사람이란 이유로 날 쫓아낼 수도 없었듯이 자기를 대체한 사람을 밀어낼 수도 없는 일.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떠맡을 수 밖에 없었다. 전보다 훨씬 못한 오피스에서, 전보다 못한 일을 하게 됐다. 거기다 이제는 아이가 있었다.

 

한살배기 아이는 어떻게 아주머니를 구해서 맡겨놓았는데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본인 스스로 자기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데 그걸 견뎌주는 사람이 어디 흔할까. 일과 가정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들 예상할 수 있었듯이, 곧 그분은 회사를 그만두셨다.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우리 모두 그분이 최선을 다한 걸 알고 있었으니. 난 이 일로부터 워킹맘이 살아남기가 녹록치 않은 현실을 봤다.


좋은 아주머니를 구했으니, 퇴근만 제시간에 할 수 있었어도 그렇게 나가시진 않으셨을거다. 미국에서 워킹맘들이 별 문제 없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칼퇴근이다. 비싸도 믿을만한 보육시설이 많은 것이 필수적이긴 한데, 만약 야근과 휴일 근무를 커버해주는 daycare가 있다면 얼마나 비쌀지 상상이 안된다. 보육시설과 칼퇴근이 되니까 공백이 작고, 워킹맘들이 많은거다.

 

그런데 한국을 보자. 고부가가치 인력들은 다들 야근을 하고 있다. 야근 시간을 커버해주는 보육시설은 없다시피하다. 게다가 보육시설은 최저수준의 임금을 제공하니 딱 그 수준의 인력들로 채워져서 애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복귀해보면 자리도 업무도 없어져 있다. 이거 뭐 워킹맘이 있는게 신기한 수준이다.

 

한국도 저출산 극복한다고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던데, 하나같이 도움이 될만한 게 없다. 거꾸로 가는 것도 좀 보이고. 미국에 친구 있는 사람 많을텐데, 뭐 듣고 보는게 없는지 참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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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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