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2017.08.08 23:36

난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라 스스로 조사해본 것은 많지 않다. 여기서는 산부인과 의사, 정확히는 산과 의사를 OB doctor라고 한다. 아내의 담당 OB doctor를 정해서 병원을 다녔다. 주기적으로 가서 초음파, 각종 검사 등등을 했다. 난 아내와 아기만 건강하다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질문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아내가 다니는 병원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는 생각했는데 역시나 아이를 실제로 낳는 곳은 따로 있더라고. 듣기로는 아이를 낳는 병원도 선택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난 그냥 OB doctor가 시키는대로 했다. 여기 전화해서 예약하고 등록하고 하세요 하면 그대로 한거지. 알고 보니 아내가 출산한 병원은 다른 곳에 비해서 좀 비싼 곳이었다. 아마도 보험회사에서 돈을 내주니까 OB doctor도 병원비 생각하지 않고 그 병원으로 가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입장에서도 어차피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같은데 다른 곳을 찾아갈 이유는 없다. 마침 거기가 집에서 가깝기도 했고.

 

약간 당황스럽지만,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사실이 있다. 아내의 담당 의사가 아기를 받아주는 의사가 아닐 수 있다. 아기가 언제 태어날지 모르는데 담당 의사가 항상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겠지. 진통이 시작되길래 산부인과에 전화를 했더니 당직을 서고 있는 의사가 아기 낳을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 역시 이 당직 의사는 아내의 담당 의사가 아니었다. 병원이 집에서 가깝다는 사실이 참 좋더라.

 

병원에서는 간단한 수속 후에 우리를 아이를 낳을 병실로 올려보냈다. Labor room이라고 한다. 언뜻 봐도 여러 장비가 많이 갖춰져 있는 큰 방이었다. 여기서 아이를 낳고 별 문제가 없으면 다른 작은 방으로 옮겨진다. 아무래도 각종 장비가 갖춰진 방은 비쌀 것이니까 집중해서 관찰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면 그냥 쉴 수 있는 방으로 보내는 것 같다. 만약 문제가 좀 있다고 하면 그 큰 방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머무르게 되는 것 같다.

 

병원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간호원이 자주 들여다봐줘서 좀 편했다. 기저귀도 갈아주기도 하고 밤에는 아이를 데리고 가서 돌봐주기도 하더라. 아기가 심하게 울거나 젖먹일 시간이 되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지만 좀 쉴 수가 있었다. 젖먹이는 세미나에 가기도 했고, 이런 저런 할 일들이 있어서 여유롭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병원 음식이 훌륭했다. 정신이 없다보니 끼니를 거르기 쉬운데 챙겨먹을만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산모 식사는 병원비에 포함되어 있기도 했고. 그렇게 이틀밤을 보내고 나면 아이와 함께 퇴원이다.

 

난 한의학과 민간요법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산후조리에 대한 속설은, 애초에 관심도 없었지만, 알아도 무시했다. 병실부터가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왔다. 아기에게 이상적인 온도는 성인이 좋아하는 온도보다 좀 많이 낮더라. 그래서 옷을 껴입고 지냈다. 미역국도 챙겨먹지 않았다. 아내도 병원에서 나온 미국 음식을 좋아했다. 아내가 처음 며칠간은 가끔 진통제를 챙겨먹었지만, 일주일도 안되어서 쇼핑도 나가고 산책도 잘 다녔다. 아이가 태어난지 나흘이 되던 날에는 소아과에 가봐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되기도 하고. 아무래도 한국의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속설이라는 게, 못먹고 못살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 현대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치료가 필요한 산모들에게는 병원에서 알아서 다 해준다. 그러고는 어마어마한 돈이 청구되겠지. 어차피 보험사가 내주겠지만.

 

몸이 아프면 의료인의 손길이 필요하고, 일이 많으면 도우미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이를 돌보는 걸 도와줄 사람이었다. 너무나 힘들었다. 만약 장모님이 와계시지 않았다면 이 난관을 어찌 헤쳐나갔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내도 하루종일 애를 보고 있으니 힘들고, 좀도 쑤신 모양이더라. 그래서 매일 내가 퇴근하면 한참동안 나가 있다 왔다.

 

아이를 돌보는데 도움을 받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Daycare와 nanny다. 하루종일 손길이 필요한 신생아의 특성상 daycare에서 아이를 얼마나 잘 돌봐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처음에는 집에서 돌보거나 nanny를 고용한다. Nanny는 세가지 종류가 있다. 입주해서 하루종일 애를 봐주는 사람과, 낮에만 봐주는 사람, 그리고 밤에만 봐주는 사람이다. 낮에만 봐주는 사람이 제일 흔하고 그나마 싸다. 나머지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지 후덜덜한 비용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nanny는 아니지만, 아이는 엄마가 돌보고 집안일을 도와주실 분을 고용하는 경우도 제법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우리가 직접 돌보고 있다. 앞으로는 어찌 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이대로 좀 지내보고 사람을 고용하든, daycare에 보내야겠지.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이 보는게 익숙해진다. 밤에도 조금씩 오래 자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아마 몇달 후부터 daycare에 보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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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Simple Life2017.07.28 08:57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기다렸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도 아이가 태어나는 걸 봤을 때 느낌은 뭐랄까.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이게 정말인지 이게 정말 내 아이인지. 아이가 내 품에 안겨서 울음을 그쳤을 때야 비로소 내 아이가 태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을 때다. 우리 부부가 하나하나 준비한 공간에 주인공이 등장했다. 이 조그만 생명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뭐든 다 해주고 싶어졌다.

감격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태어난 아기를 보는 순간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게 생겼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 좀 부어 있고, 구겨진 느낌이었다. 아내 말로는 나를 너무 닮은게 탈이란다. 근데, 다른 사람들도 갓난아기는 못생긴게 정상이라고 한다. 지난 10달 동안 엄마 뱃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으니까 좀 불어 있는게 이해가 된다. 태어나서 며칠동안 붓기가 빠지고, 물기도 빠지면서 체중의 2-3%가 빠진다. 그 며칠 지나고 나니 많이 달라 보인다.

처음 일주일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태어난지 하루 이틀 지났을 때는 나았던 것 같은데, 아이가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 당혹스러웠다. 광고에는 애 재워놓고 책도 보고 밥도 잘 먹던데, 내 아이는 왜 내려놓기만 하면 울까. 처음에는 침대가 불편해서 그런줄 알았다. 비싼 매트리스와 침대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했다.

수백만년 전 인류가 나타나서 집을 짓고 산지는 고작 오쳔년이다. 그 전에는 숲에서 단체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런 환경에서 영아에게는 부모에게서 떨어져 있는 건 곧 죽음이나 다름 없었겠지. 동물원 원숭이 새끼도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인류도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한 것 같다.

아기의 생태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은 이쯤 해두고, 우리에겐 실존적인 문제가 있다. 갓난애기를 돌보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 특히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아서 너무나 힘이 든다. 안고 자다가 실수로 애를 잘못 다룰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겁도 났다.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봤는데 별 뾰족한 수는 없더라. 세달 정도 지나면 나아진다고 하는데 그때가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힘든 것과는 별개로, 아이가 점점 더 사랑스럽게 보인다. 스티비 원더 형님이 딸 아이를 얻었을 때 만든 Isn’t she lovely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하나 하나가 다 와닿는다. 나를 닮았으니 예쁠 리는 없는데도 너무나 귀엽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도 눈 앞에 아기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퇴근 시간이 기다려지고, 아이를 다시 안은 순간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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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Simple Life2017.04.20 23:56

미국에 오고나서 내 목표는 그저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래서 첫번째 목표는 직장을 잡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영주권을 받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큰 의미였던 적이 없다. 그래서 독하게 일하고, 영어공부했다.

 

세속적인 바램이 있긴 했다. 여기서 잘 자리잡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어쩌다가 가본 교외지역의 단독주택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 곳에 자리 잡은 중산층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미시건호 옆에 자리집은 고층 콘도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런 사람들도 고민이 있을까 나도 저런 날이 오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저 막연하게, not in a realistic context. 그냥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는 정도다.

 

그런데 웬걸, 정신차리고보니 그 세속적인 바램들은 이미 이루어져 있더라. 위에서 언급한 콘도에서는 벌써 몇년이나 살았다. 내가 그 때 봤던 교외지역 동네의 단독주택은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 사실 그 호숫가 콘도도 그렇고 그 교외지역도 알고보니 비싸지 않더라. 그렇다 해도, 금융위기 와중에 직장을 구해보려하는 유학생 눈에는 언감생심이었겠지.

 

처음으로 세속적인 소원이 하나 생겼다. 5년 쯤 후에, 학군 좋은 교외 지역에 단독 주택을 하나 갖고 싶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런 집 말이다. 방은 네개에 깔끔한 집.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지금 내 수입으로는 그런 집에 살 수 없다. 집값도 문제고 그런 좋은 동네는 생활비도 비싸기 마련이라서. 하지만 5년 전을 생각해보면, 난 내가 이정도로 살게 될 줄 몰랐다. 그러니 모르는 일 아닌가. 그저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또 그게 이루어질지.

 

여기 도달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할까? 좀 막연한 바램이다보니 구체적으로 뭘 해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은 일 열심히 하고, 책 많이 읽고, 몸 관리 잘 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동안 너무 운동을 게을리 했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다시 짐에 나가겠다. 지난 몇년간 너무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빠져 살았다. 오늘부터 넷플릭스를 줄이겠다. 아직 내가 보던 House of Cards를 끝내지 못했지만 여기서 멈추겠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전에 읽던 경제학 책을 다시 들어야겠다.


멋진 집 사진이건 어느 집 지어주는 회사 (https://www.pulte.com/) 구경하다가 마음에 들어서 퍼왔다. 이런 집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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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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