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2017.10.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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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딩 시절 우연히 듣고 지금까지 좋아하는 브라이언 아담스 형님 노래Summer of ‘69. 그 땐 알아들은 가사가 제한적이라 인생 전성기가 아주 끝내주게 멋졌다 뭐 이런 내용인 줄만 알았다. 나중에 가사를 해석해보니까 맞긴 맞더라고. 그런데 브라이언 아담스 형님이 75년생이시니, 69년이면 고작 14살 꼬꼬마 ​중딩 때가 아니냐. 난 당연히 형님의 생애 최고의 날들은 스타가 되고 난 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살짝 놀랐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고딩 시절에도 ‘혹시 지금이 내 삶에서 최고의 날이면 어쩌지’하고 걱정하고 또 걱정했다.

이제 10월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가을은 이상하게 따뜻하네. 겨울 옷을 꺼내입고 다닐 때인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런 좋은 날도 곧 끝날테지.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참 많더라.

잠이 들었다 깼다 하는 애기를 데리고 동물원을 한바퀴 돌았다. 뭘 아는지 모르겠지만, 유모차에서 꺼내 안을 때마다 열심히 두리번거리더라. 한시간 쯤 깨어서 구경하다가 피곤한지 또 잠이 들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아직은 밥먹는 것 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차차 이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겠지.

내 아이를 안고 여유롭게 공원을 산책하는 내 모습, 정말 내가 항상 기다려온 바로 그 모습이다. 난 어디서 유명해지기를 바란 적도 없고 돈을 엄청나게 벌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화목한 가정과 아이만은 꼭 갖고 싶었다. 아이와 자주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아이를 안고 가을 빛으로 물들어가는 공원을 보며,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닌가 싶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지금 이 순간을 되돌아보며 이 때가 내 최고의 날들이었지 하고 회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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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Simple Life2017.10.09 14:49

Toys R Us가 망했다. 동네 장사가 안되는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크고 대놓고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던 곳이 망하니깐 느낌이 다르네.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다른 업체(Babies R Us)도 머지 않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스산하기까지 하다.

온라인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장사가 안되는 건 오래 된 이슈다. 이렇게 된 이유가 한 둘이 아니라 굳이 따져보는게 무의미할 정도다. 지금 중요한 건 앞으로 불어닥칠 후폭풍인 것 같네. 읽고 들은 것에 내 생각을 더해봤다.

세수 감소와 고용 감소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그에 따른 결과는 도시 기반시설의 열화다. 리테일 몰을 운영하려면 도시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도로, 상하수도 통신 등의 시설 말이다. 이 시설은 돈을 많이 먹는다. 로컬 비즈니스가 돌아가면서 많은 세금이 걷히니까 그걸로 이 SOC를 만들고 유지한다. 그런데 이 로컬 몰에서 걷히는 세금이 줄어들면 이러한 시설들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

도시 기반 시설들은 업체들만 쓰는게 아니다. 근처 거주민들도 똑같은 시설을 사용한다. 어느날 이 시설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해질 것이다. 수도가 고장나도 수리가 되지 않고 눈이 쌓여도 제설작업이 되지 않을테니까. 게다가 갖고 있는 집의 재산세가 오를 것이다. 리테일 몰에서 나오는 세금이 줄어든 것을 벌충해야 하는데 가장 쉽게 손대는게 재산세니까. 주민들에게는 동네가 후져지는 동시에,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되는 사태가 생기는거다. 이는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다.

세상에 공평한 것이 있던가? 이 일 역시 모두에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못사는 동네일수록 심한 타격을 받고 잘 사는 동네는 해당조차 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는 애플 스토어가 두개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두 매장의 매출이 떨어져서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난한 동네일수록 가격에 더 민감할테니, 세금이라도 아껴보려고, 온라인 쇼핑에 더 의존할테고 그럴수록 동네 리테일은 타격을 받는다.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 될 수 없는 품목이 있긴 하다. 대표적으로 레스토랑인데, 이마저도 가난한 동네의 리테일 몰을 구하지 못한다. 레스토랑이라는 업종 자체가 가난한 동네에서는 잘 굴러가기 어렵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야 외식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집에서 만들어기 때문이다.

가난한 동네일수록 리테일이 몰락하고, 그에 따라 동네 자체가 열화되는 추세는 점점 심해질 것이다. 흔한 말로 양극화라고 하지.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격차는 점점 커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리테일은 show room처럼 변해갈 것이다. 동네의 애플 스토어에서 물건을 만져보고 주문은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지. 이렇게 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매출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매출엔 상당히 기여를 하는 모양이 된다. 이미 애플은 체험형 매장을 십수년 전에 도입했다. 미시건 애비뉴에 나이키 매장이 하나 있는데 거기도 단순히 물건만 진열해놓은 곳이 아니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장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됐다.

이것은 두가지를 의미한다. 첫번째는 가난한 동네에는 리테일 매장이 들어서기가 더 어렵다는 뜻이다. 체험형 매장은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든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걸 어디다 만들지는 뻔한 일이다. 두번째는 단순 유통업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사실이다. 애플 스토어에서는 애플 제품만 판다. 고객이 거기서 구경하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도 결국 애플에서 사는거다. 헌데 동네 Target에서 구경한 것을 Amazon에서 사게 되면 Target은 구경만 시켜줬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Sears가 망했고, Target을 비롯한 오프라인 중심의 단순 유통 회사에 공매도가 몰리는거다.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뭘 해야 하느냐. 대놓고 세속적인 이야기부터 좀 꺼내보자.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조심하는게 좋다. 앞서 말한 체험형 매장이 들어설만큼 좋은 동네가 아니면 신중해지는게 좋을 것 같다. 현물 뿐만 아니라 파생 상품들, 예를 들면 CMBS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주거용 부동산 투자도 조심해야 된다. 안좋은 동네는 피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Amazon 주식을 사는거다. 올해 너무 올라버려서 아쉽긴 하지만 이제 거의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으니까 앞으로 더 잘 될 수 밖에 없다. 올해 주식 시장은 제대로 된 조정 한번 없었는데 기회 봐서 나도 올라타야겠다.

조금 덜 세속적인 이야기로는 내 커리어 패쓰다. 전통적인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는데, 앞으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지금 몸 담고 있는 업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닐터인데. 일단은 당장 일을 더 잘하는 것 말고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친구가 나이 들면 같이 농사나 짓자는데 진짜 그래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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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Simple Life2017.08.29 18:49

육아는 참 힘든 일이다. 난 내 아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손에서 떨어지기만 해도 우는 아이를 보는 건 고되다. 그런데 우리 애만 이런 것 같진 않다. 대충 갓난 아기들은 다 이런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 부부가 겪고 있는 일을 똑같이 겪고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난 퇴근 후에만 아이를 본다. 집에 일찍 오는데다 내가 많이 안고 있긴 한다. 허나 아내와 아이를 같이 보니까 좀 수월한 면이 있을 것이다. 반면 아내는 아이와 하루 종일 같이 있다. 아직 의사소통은 커녕 그저 울고 밥먹고 안겨서 자는게 다인 갓난 아이다. 요즘 아내가 겪는 스트레스는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정도일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면 사고가 난다. 그래서 육아의 스트레스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가 사회면을 장식하는 것 같다. 아내도 아이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이유 없이 심하게 우는 아이가 미워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퇴근 후에 가능하면 아이를 많이 보는 것, 그리고 이 힘든 시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어제도 우는 아이를 달래다가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녀석은 아기 때는 대가족으로 살았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가끔 3대가 모여사는 집이 있었지. 그런 집이었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조부모님댁에서 독립해서 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본인의 가족이 떨어져 나온 순간, 지옥문이 열렸다. 지금 기준으로 치면 아동학대를 당하기 시작한거다. 가해자는 아주머니, 그 친구의 어머니 되신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야 뭐 아주머니께서 조부모님과 사실 때는 좀 참고 사시다가 이제 말릴 사람이 없어서 그랬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시나리오가 하나 그려졌다. 실제 일어난 일이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아이를 돌보는 것은 거의 할머니였을 것이다.  할머니는 손자가 귀엽기도 하고, 서툰 딸을 도와주고 싶었을테니까. 그렇게 할머니 품이 익숙한 아이가 갑자기 할머니와 떨어지게 되었다. 아직은 어린 나이였으니 할머니를 찾아서 울고 보채는 게 자연스레 그려진다. 반면 어머니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자기 손으로 육아를 해야만 한다. 갓난아이는 벗어났더라도 여전히 보호자의 손이 많이 가는 아이 아닌가. 갑자기 이런 아이를 자기 혼자 책임져야 하는데 그 워크로드의 차이는 본인이 상상한 것의 이상이었을 것이다.


낮선 환경에 익숙한 보호자 없이 떨어진 아이와 갑자기 육아를 혼자 담당하는 엄마. 이거 뭐 아이나 엄마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우는 아이가 할머니와 있을 때처럼 잘 달래지지 않았겠지. 엄마 입장에서는 이유 없이 운다고 생각할거고, 애가 미워보일 수 있었겠다 싶다. 본인도 환경이 바뀌니 짜증나는 일 많을텐데 애까지 마음대로 안되고, 그래서 애한테 화풀이 좀 하다보면 애 입장에서는 이게 또 무슨 날벼락인가. 갑자기 헬게이트가 열렸다고 느낀게 백번 이해가 된다.


이건 좀 극단적인 오시범이긴 하다. 허나 사람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인생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매일 왕복하는 아현고가도로에서 타고 있는 버스가 떨어지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아내와 나, 그리고 갓난아이. 이렇게 우리 세 식구 행복하게 사는게 목표인데, 아내 상태가 안좋아지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다. 퇴근 일찍 하고, 휴가도 좀 자주 쓰고, 먹고 싶다는거 좀 잘 사주고. 그렇게 아이를 돌봐서 이 힘든 시기를 무사히 넘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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