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2018.07.30 08:00

USPS는 미국 우체국이다. 편지 받고, 보내고 하는 건 잘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등기우편을 받는 것만큼은 USPS하고 엮이기 싫다.

올 초에 겪은 일이 갑자기 생각났다. 생각난 김에 적어봐야지.

우리집은 낮에 아무도 없을 때가 많다. 전에 살았던 high-rise 콘도에서야 우편물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뭐 그런거 없지. 사람이 없을 때 등기 우편이나 소포가 오면, 뭐 배달이 안된다. 이럴 경우에는 쪽지를 하나 남겨놓고 간다. 대충 ‘배달할 게 있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못했으니 니가 우체국에 직접 오거나 편한 날 골라서 다시 배달을 시켜라’ 이런 내용이다.

어느날 난 저런 쪽지를 받았어야 했는데 못받았다. 아마 우체부가 깜빡 하고 그걸 안남겨놨나보더라. 뭐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내게 와야 할 소포는 우체국에 남아 있었고, 난 그 사실을 몰랐다.

어느 월요일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다. 소포 맡아놨다고 쪽지를 보냈는데 왜 소식이 없냐며. 난 그런 쪽지 못받았다고 말했고, 이왕 이렇게 된거 내가 찾으러 우체국 가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그러라고 하더라. 난 돌아오는 토요일 오전에 가겠다고 했더니 그날 ID 갖고 오란다.

토요일날 우체국으로 갔다. 거기는 주차장도 없어서 길가에 돈내고 차를 세웠다. 카운터로 직원을 불러내서 지난 월요일에 내 소포가 여기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대뜸 tracking number를 달란다. 나한테 전화해준 사람이 그런거 안알려줬다고 하니까 tracking number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단다. 그래서 난 니네가 준 전화를 받고 니네가 시키는대로 물건을 가지러 왔을 뿐이다. Tracking number는 니네가 안알려준건데 왜 그걸 나한테 찾냐고 따졌다. 그 직원은 잠시 안으로 들어가서 나한테 전화를 한 사람을 찾더라. 실제로 찾아봤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 없단다. 여전히 tracking number 없으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더라. 주차 시간도 다 되어가는 마당에 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직원도 좀 신경질적이었다. 바쁜데 웬 진상 하나가 와서 자기 시간 잡아먹고 있냐 이런 뉘앙스였다.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좀 재수없이 이상한 직원한테 걸린 것 같았다. 내 소포가 그 우체국에 있는 건 분명하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 처음 생긴 건 아닐거 아닌가.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해봤다. 근데 얼레, 아까 나한테 면박 준 직원이 받더라. 주차해둔 차가 없어서 그런지 머리가 좀 돌아가더라. 나같은 경우가 처음은 아니지 않느냐. 내가 뭘 해줘야 내 소포를 찾아주겠냐고 물었더니 어디서 오는 소포냐고 묻더라. 한국에서 오는 소포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찾아보고는 소포가 있다고 했다. 그날 우체국으로 돌아가는 건 무리라서 tracking number가 적힌 sheet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토요일에 찾으러 가고 싶다고 하니까 그러라고 하더라.

그날 오후에 난 그 망할놈의 sheet를 받았다. Tracking number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redelivery 옵션도 있었고, 그 다음 토요일까지 맡아두고 있을테니 찾으러 와도 된다고 돼 있더라. 이게 진작 왔었으면, 아니 그 직원만 좀 똘똘했어도 이 고생을 안핱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다음 토요일, 난 그 sheet를 들고 찾으러 갔다. 여기서 물건을 무사히 찾았다면 내가 지금 이 글을 적고 있지는 않겠지. 무시무시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포가 이미 한국으로 반송되었단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다. 니네가 준 쪽지에 분명히 오늘까지 물건 맡아두고 있다고 적혀져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런데 그 직원 설명으로는 소포가 지네 오피스에 온지 한달이 되었기 때문에 반송했단다. 니네가 한달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난 월요일에야 연락 받았다고 했더니 직원 말이 걸작이었다. “니가 여기서 불평을 터뜨려봐야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 불평은 온라인으로 해라.” 난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빈손으로 나왔다.

그래 알려준대로 불만들 털어놓으려 USPS 웹사이트를 찾아갔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메뉴가 딱 있더라. 난 있었던 일을 적어놓고 submit 버튼을 눌렀다. 1-2 business day 안에 이슈를 해결하게 되어 있으니 좀 기다리란다. 그날이 토요일이었으니 다음주 화요일까지는 뭔가 되겠구나 싶더라.

수요일로 기억한다. USPS에서 내가 제기한 이슈에 대한 이멜이 하나 왔다. 난 뭐 사과라든가 어찌 다시 처리해주겠다던가 이런 내용일줄 알았다. 놀랍게도 이멜을 열어봤더니 “제기하신 이슈가 잘 처리되었지요? 우리가 얼마나 잘했는지 여기 설문을 응답해주세요.” 이지랄이더라. 내 응답은 간단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연락도 안왔는데 잘하긴 뭘 잘해”.

물론 그 이후로도 내 소포에 대한 소식이나, 내 컴플레인에 대한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이래서 사람들이Fedex나 DHL을 쓰는구나 싶다. USPS 직원들을 나쁘게 말하고 싶진 않다. 헌데 뭔 짓을 해도 안잘리는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 간에 일처리의 수준이 같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날 이후로 가능하면 USPS는 피하며 살고 있다. 뭐 international로 소포 주고받을 일 자체가 없었지만. 한국 우체국에서 국제특송을 보내면 어쩔 수 없이 USPS를 거치게 된다. 한국에서 누가 소포 보낸다 하면 어지간한 건 그냥 보내지 말고, 중요한 거라면 다른 서비스를 쓰라고 해야지.

Posted by Markowitz
Simple Life2018.07.27 08:07

한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미국 물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실 물가 수준이 어떤가를 물어본다는 건 막연한 질문이다. 사람마다 관심이 다르고, 돈 쓰는 곳도 다르다. 자기가 쓰고 싶은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 수준이 그 사람이 느끼는 물가니까 내나 내 친구나 다들 다르게 느낄 것이다. 심지어 나와 아내도 생각이 다르다.

하지만, "사람마다 달라요."라고 대답하는 건 너무 성의 없어 보이지 않는가. 내가 지인들에게 했던 대답을 간추렸다.

1. 무엇이 싸고 비싼가?
딱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사람 쓰는 건 훨씬 비싸고, 사람 안들어가는 건 싸다.
- 한국에서 싸구려였던 것은 여기서 조금 더 비싸지만, 한국에서 비싼 물건들은 여기선 싸다.

미국은 사람 값이 비싸다. 그래서 무슨 서비스 받으면 비싸다. 대표적으로는 배관공, 이사, 이발, 외식, 여기다 의사 만나는 것까지 포함할 수 있겠다. 이래서 미국에서 Home Depot가 잘 되는 것 같다. 집수리 하는데 사람 쓰면 워낙 비싸니까 직접 재료사서 하는거지. 내 친구들도 보면 집에 드릴이 하나씩 있더라. 한국에 사는 친구들 중에는 아무도 안갖고 있지 싶은데 말이다.

미국은 재화의 천국이라고 하지. 물건 값은 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에서처럼 아예 싸구려는 또 없더라. 아마도 환불 정책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파는데 비용이 높으니 어느 정도 이하로 싸게 내려갈 수 없는 것 같다. 싸구려 저질 물건 팔고 나몰라라 할 수 없는게 여긴 환불을 아주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싸구려 물건으로만 살 것 아니면 물건 값은 대충 다 한국보다 싸다.

2. 어떤 품목의 물가 차이가 가장 피부에 와 닿았나?
식료품비, 집세, 병원비다.

미국은 제 1의 농업국가다. 집에서 밥을 해먹으면 많은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런데 집세는 더 비싸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동네처럼 비싸지는 않지만 서울보다 높게 잡아야 한다. 시카고의 부동산 가격은 이동네 사람들의 소득에 비하면 좀 싸 보인다. 서울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데는 이유가 있다. 재산세가 어마어마하다. 한국의 그 없다시피한 재산세와 비교할 수 없다. 이러니 집세도 낮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게다가 한국은 어떤 동네라도 대충 다 안전해서 불편한것만 감수하면 싼 집을 얻을 수가 있다. 그런데 시카고에서는, 아니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한국 사람이 싼 동네를 찾아다닐 수가 없다. 여기서 싼 동네는 불편함이 아니라 위험함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인도 아닌 한국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보니, 뭐 동네를 잘 모르기도 하고, 싼 동네에 덜컥 살 수가 없는거다. 그러니 뭐 비싼 동네에서 비싼 집세 내고 사는거지. 이동네는 백년 넘은 건물이 수두룩하니 맘 모질게 먹으면 비싼 동네에서도 싼 집 찾을 수는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거다.

그리고 병원비는 뭐… 미국 의료 시스템 엉망인거 다 알지 않나. 나도 유학생이던 시절에는 아예 병원에 안갔다. 지금에야 뭐 돈이래도 조금 버니까 아쉬운 일 있으면 가긴 하는데, 병원비 생각하면 한숨 나온다.

3. 생활 수준에 따른 물가 차이는 어떤가?
안전한 동네의 멀쩡한 집에 살면서 밥만 해먹는 생활을 bottom line으로 보자. 이 bottom line의 물가는 한국보다 조금 싼 것 같다. 허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물가 수준이 빠르게 상승한다. 바로 사람을 쓰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외식도 자주하게 되고, 헬스장도 등록해서 가겠지. PT도 받고, 테니스도 배운다면 한국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애 아프면 병원도 가야하고.

미국이란 동네는 참 다양하다. 생활비 $1,000만 있어도 거기 맞춰 살 방법이 있고, 그 열배 스무배를 써도 사치하는 느낌이 안들 수 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살다보면 막연히 쓰게 되는 돈이 좀 일정했던 것 같은데. 좀 빡세게 아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아끼는 것보다 더 적은 돈으로 생활할 수 있고, 그냥 이것저것 생각 안하고 하다보면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돈이 써지는 게 미국인 것 같다.

내가 지금 생활 수준을 한국에서 유지한다면 아마 돈이 훨씬 적게 들 것 같다. 주된 이유는 외식, 의료비, 그리고 재산세일거다. 허나 불평할 수는 없다. 지출을 수입과 떼놓고 생각할 수가 있나. 물가가 비싸긴 하지만, 한국에서 살았다면 지금의 여유는 누리기 힘들었을테니.

Posted by Markowitz
Simple Life2018.07.24 08:32

예전에 멍청한 짓 하나 저질러서 쥐구멍이라도 파고 싶었던 적이 있다. 괴로와서 잠도 안오더라. 아내에게도 미안했고. 근데 무슨 일인지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이번 일은 기록이라도 남겨놔야겠다.

몇주 후에 우리 애기와 첫 휴가를 떠난다. 아직 음식을 씹지도 못하는 아이와 여행을 가는 거니 신경쓰이는게 참 많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의사한테도 물어봐서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그 중에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꼭 필요하다고 말한 게 있다. 바로 travel stroller다. 우리 가족이 평소에 쓰는 유모차는 너무 커서 여행 갈 때 택시 트렁크에 실으면 가방이 몇개 못들어갈 것 같긴 하다. 내 생각에도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주변 사람들 뭐 쓰는지도 물어보고 아기용품점에도 가봤다.

유모차를 비행기에 싣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기내용 수화물 크기만큼 작게 접히는 것이라면 들고 들어갈 수 있다. 아니라면 gate까지 유모차를 들고 가서 거기서 check in을 하는 방법이다. 굳이 United Breaks Guitars를 예로 들지 않아도, check in을 한 화물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따라서 기내에 직접 들고 갈 수 있다면 그러는게 좋다. 특히나 비싼 스트롤러라면 check in을 하는게 좋은 생각 같지 않다.

아기용품점에서 비싸지만 마음에 드는 유모차를 발견해서 샀다. 가게에서 해준 설명과는 다르게, airline에 문의해보니 기내에 못들고 간단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반납하고 gate check in을 할 유모차를 사기로 했다. 어차피 이리저리 던지고 할텐데, 비싼거 살 필요 없다. 여기서 난 멍청한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이왕 싼거 살텐데 중고면 뭐 어떤가? Plan A가 안되면 plan B로 가야지, the other extreme end로 갈 필요는 없는데 내가 바보다.

난craigslist를 검색했고, 꽤 멀쩡해보이는 걸 발견했다. 약속을 잡고 가질러 갔다. 그때 상황을 설명하면, 파는 사람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내 차 뒷좌석에는 애기가 타고 있었다. 애기는 혼자 차에 있으면 운다. 내 머리는 어떻게든 빨리 deal을 끝내고 아이를 달래야겠다는 생각에 꽉 차 있었다.

사람은 멀티태스킹을 잘 못하게 설계되어 있다. 처음 유모차를 본 순간, 예상보다 좀 구려보이긴 했다. 그런데 자세히 inspection을 해보지는 못했다. Seller는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지만, 그쪽도 애들이 기다리고 있고, 난 우는 애에게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니 제대로 살펴본다고 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난 그걸 서둘러 동작시켜보고는 $100을 주고 차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이건 뭐… 망했다. 정말 멍청한 실수였다. 조금 낡아보이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 seller가 나에게 사기를 친 건 아니다. 주된 책임은 제대로 inspection 하지 못한 나에게 있다는거 잘 안다. 근데 그 사람도 좀 너무했다. 어떻게 이걸 $100에 팔 생각을 했을까. 반값이라도 아깝다. 아내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웠다. 쉽지 않겠지만, 나도 나같은 눈 삔 고기를 낚아서 팔 수도 있다. 근데 파는 것 자체가 양심에 찔릴 정도로 상태가 안좋다. 아내에게는 뭐 잔소리 좀 들었고, 그냥 새 유모차를 주문했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

뭐 그 금액이 내 인생을 어찌할만큼 큰 돈은 아니다. 외식 두세번 정도 밖에 안되는 돈이긴 하다. 그래도 속이 쓰리다. 유모차 상태를 확인한 순간 밥맛도 다 떨어지더라. 앞으로 이런 실수 안하도록 해야지. 최선을 다해서 머리에 잡념이 가득한 상태를 피하도록 해야지.

Posted by Markowi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