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2018.11.05 15:47

결혼을 하고부터 취미생활이 어려워지더니, 아이가 생기니깐 아예 꿈나라 얘기가 돼버렸다. 가끔 이전 생활이 그립다. 유학 시절에는 기타를 치면서 소소한 재미를 찾았는데. 그 기타는 아내가 중고로 팔아치웠다. 나는 팔고 업그레이드를 하는줄 알았는데 아내 생각은 좀 다르더라고.

나도 스트레스도 좀 풀고 싶고, 기타를 치면 애기 정서에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뭘 살지 알아봤다. 문득 싸구려 통기타에 METALLICA 스티커를 붙여놓고 애지중지하던 친구가 생각났다. 갓 백일이 지난 애기의 아빠이기도 하니까 안부도 궁금해서 연락해봤다.
"요새도 기타 좀 치냐?"
곧 답이 왔다.
"놀리는거냐?"

그래 뭐 너도 별 수 없구나. 아빠는 그런 존재인가보다. 나도 애기가 생기면서 줄인게 많지. Netflix도 끊었고, gym membership도 cancel했고, 친구 모임도 매번 불참했더니 이제 오라고도 안한다. Netflix는 하도 안봤더니 이미 계정이 탈취당해서 무슨 내 이름이 Spanish로 바뀌어 있더라. Gym에 다니는 대신 조깅이라도 할랬는데, 그럴 시간도 없다.

아내도 이런 내가 안되어 보였는지, 비록 기타를 사겠다는 아이디어에는 격렬히 저항했지만, 타협안을 제시했다. 애기가 커서 피아노라도 배우게 되면 그 때 같이 레슨 받으란다. 참… 말만이라도 고맙다. 그런데 그런 날이 오긴 할까? 그날이 오면 미시건호가 뒤집혀 용솟음이라도 칠런지… 애가 kindergarden에 가면 그럴 수 있다 치고 그때 까지의 날짜를 계산해봤다. 대충 1500일 근처로 남았네. 이런 짓은 내가 병특 할 때 소집해제 날짜 계산하고 산 이래로 처음이다.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라도 붙들고 있는 내게 아내가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둘째를 임신했단다. 아아… 기쁘다. 나도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구나. 내 아이가 외롭지 않겠구나. 친구 애들이 지들끼리 노는게 부러웠는데 우리 애도 그러겠구나. 왠지 세식구로 family 의료보험을 들 때는 손해보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네식구 되는거니까 그런 기분 좀 덜 들겠구나. 기쁘다. 이 많은 property tax를 내고 애 하나만 학교 보내면 손해보는 기분일텐데, 나도 이제 둘 보내게 되겠구나. 기쁘다.

친구들은 축하해준다. 그러면서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단다. 그래 뭐 진작 끝나 있었지. 이번엔 확인사살 들어온거고. 내 개인의 삶은 끝났지만 난 아빠로써의 새삶을 산다고 칠란다. 그동안 두고 있던 미련은 깨끗하게 잊어야지. 기타 좀 안치면 어떤가. 피아노 레슨 좀 일찍 받는다고 내가 키신형님처럼 될 것도 아니고. 그래그래 울지 말고 미련을 버리자.

내 인생에서 확실한 한가지가 있다. 난 내 아이보다 누굴 좋아해본 적이 없다. 아빠의 아픈 허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 보면 안아달라고 아장아장 걸어오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이렇게 귀여운게 하나 더 생긴다고?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물론 몸이야 오지게 피곤하겠지. 허나 둘째가 생기면 행복할 일도 그만큼 많을거라 생각하니 내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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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Finance2018.10.02 08:12

먼저 밝힐 것이 있다. 내가 금융을 공부하긴 했지만, 보험에 대해서 지식이 특별히 많지는 않다. 보험료 관련된 유틸리티 커브 쬐끔 들여다봤는데 뭐 지금은 기억도 잘 안난다. 보험사 다니는 친구들한테 좀 줏어들은거 좀 있고 말이지. 이런 내가 남들에게 보험을 어떻게 해라 하는게 주제넘은 짓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 허나 나는 충분히 자격이 있다. 여기엔 세가지 이유가 있다.

1.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라는 숲을 볼 때, 시중에 나와 있는 보험의 세부사항을 하나하나 알 필요는 없다.
2. 내가 갖고 있는 자산 관리에 대한 지식이 보통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것보다 월등하다. 영업점에서 고객 상담하시는 분들, 나름대로의 전문성은 갖추고 계시겠지만, 정작 금융에 대해서는 좀 많이 모르신다.
3. 한국 사람들의 보험 포트폴리오가 정석에서 아주 크게 벗어나 있다. 그래서 세세한 것 따지고 할게 없기도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법적으로 반드시 들어야 하는 보험을 제외하고는 들지 말것. 단, 현 자산에 비해 수입이 높은 사람에 한해 생명보험은 추천한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한다.

보험은 ‘사단이 나는 걸 막는 수단’이다. 자동차 사고가 나서 2억원을 물어주게 생겼다고 해보자. 당장 그 많은 돈을 현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집이라도 팔던지 전세금을 빼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이는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일이고 이를 전문용어로 ‘사단이 났다’라고 한다. 물론 저런 일을 겪는 사람은 드물지만, 생기면 아주 좆된다. 이를 대비하는 방법이 보험이다. 확률이 대충 0.001%라고 치면 기대값은 2만원이다. 여기에 프리미엄을 얹어서 6만원쯤 주고 금전적으로 버거운 위험을 보험사에게 대신 맡아달라고 하는거다.

여기서 핵심은 ‘금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라는 것과 그 대가로 기대값에 ‘프리미엄’을 얹어서 준다는 것이다. 대충 보험료가 기대값의 세배 쯤 되는 것처럼 써놨는데, 실제로 세배가 안된다면 난 좀 놀랄 것 같다. 이걸 잘 기억하고 다음 예를 보자.

집에서 벽에 못 박다가 손가락이 부러졌다. 치료비는 10만원이다. 실제로는 저것보다 안들겠지만 대충 그렇다 치자. 이게 사단이 난거라고 할 수 있나? 물론 아프기야 오지게 아프겠지만 금전적으로 큰 부담은 아니다. 저런 일이 생길 확률이 0.1%라고 치면 기대값은 100원이고 보험료는 적어도 300원은 될거다. 300원 뭐 별것 아닌 돈이다. 300원 내면 10만원 준단다 하고 좋아하는 저능아는 되지말자. 근본적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왜 돈을 더 줘가며 보험사한테 미루냐 이거지. 차라리 300원으로 저금을 해라.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은 보험사에게 갈 필요가 없다’ 이걸 잘 기억해야 한다. 가입하려는 보험에 치질 수술비 보장을 넣을까 말까 고민되시는가? 치질수술비 40만원 좀 안한다는데 그 돈 때문에 사단이 나는지 안나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입원비 특약 이런 것도 있다. 입원하면 하루에 몇만원 준단다. 요새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입원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차지하고라도 저 돈 없어서 뭐 인생이 어찌되지는 않을거다. 그럼 그거 필요 없다. 보험사에서야 저런 잡다구리한 걸 포함시키고 싶어하겠지. 저런거 많이 하면 할수록 이익이 많이 남을텐데 왜 안그러겠나.

앞서 말한 기준에 맞춰 보험에서 자질구래한 것들 다 빼고, 무슨 전환 옵션이네 이런거 다 빼고 뭐가 남는지를 봐라. 별로 남는 것 없을거다. 그럼 그 보험은 필요없는거다. 여기서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보험이 걸러진다.

그럼 저축성 보험은 어떤가? 저축성 보험이 필요하면, 그냥 저축을 해라. 사업비네 뭐네 빼먹고 남은 돈으로 저축을 한다는데 뭐. 그냥 니가 하는게 낫다. 대부분의 저축성 보험이, 솔직히 다인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으니, 금리와 연동되게 되어 있다. 2000년대 초보다 지금이 금리가 낮다. 보험사가 미쳤다고 가입할 때 보여준 금액을 주겠나. 그냥 저축해라. 여기까지 하면 갖고 있을 보험이 드물거다.

가끔 보험료보다 많이 돌려받기가 쉬운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짚어야 하는 점은 time value of money와 확률이다. 20년 전의 만원과 지금의 만원은 같지 않다. 금융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간과하기 쉬운 개념인데 이걸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20년 후에 원금 준다면 그건 원금을 주는게 아니다. 그리고 확률적으로도 보험사가 절대 손해보지 않도록 해놓는다. 모르긴 몰라도 99%의 사람들은 보험사에 낸 돈만큼 돌려받지 못할거다. 보험을 무슨 카지도 게임처럼 광고하고 파는 놈들 봤는데 어휴… 이게 잘못된 어프로치이기도 하지만 억지로 그렇게 봐줘도 99% 지는 게임에 자발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

보험사가 많은 돈을 돌려준다는 것은 일단 말이 되지 않는다. 얘네들이 뭐 땅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돈이 나오겠나. 사람들이 보험료 내면 거기서 설계사들 수당 떼주고, 직원들 월급 주고 월세 내고 회식하고 등등 해서 남은 돈 갖고 운용을 한다. 그런 큰 기관투자자들만이 접근 가능한 무슨 대박 투자기회가 어디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봤는데, 뭐 그런게 있다손 쳐도 보험회사는 아니다. 얘네들은 운용해서 손실이 나는걸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아주 안전한, 동시에 기대 수익도 작은, 채권 같은데만 투자하거든. 이것저것 다 떼고 남은 돈 얼마 수익도 안나는 채권에다 넣어놨는데 무슨 수로 보험료보다 더 돌려주겠냐.

가끔 유지해야 되는 보험도 있긴 있다. 대표적으로는 IMF 시절 전에 들어놓은 연금 보험 중에 그런게 있다. 내 기억으로는 IMF 전에는 정기예금 금리가 1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 시절 그런 고금리가 계속될 줄 알고 대충 설계해서 판 게 좀 있다. 요새야 뭐 계리사 써서 물샐틈 없이 설계를 하기 때문에 이런 행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옛날에 든 보험이라고 다 이런 것도 아니다. 옛날에는 좀 많고, 요즘은 좀 드물다는 얘기지. 그런데 내가 이런 걸 갖고 있는 행운아라면 이미 알고 있을거다. 왜냐하면 보험사에서 존나 전화왔을거거든. 해지시키려고 말이야. 이런거 다 알았으면 보험사에서 야부리 터는거 다 씹고 유지하고 있을거 아니냐.

여기까지 읽었으면,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험 중에 유지를 해야 하는게 드물다 싶을거다. 특히 한국 보험사들 상품은 뭔 잡다구리를 현란하게 집어넣고 파는 하이브리드형 상품이 대부분이라는 현실을 놓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면 과연 금융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보험을 드느냐? 무슨 대단한 보험이길래 저런걸 다 빠져나가냐? 여기에 대한 답을 간단히 준비했다.

일단 미국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보험 많이 안든다. 한국 사람들처럼 보험 많이 든 사람 못봤다. 미국 사람들은 법적으로 들어야 하는 보험이 있다. 일단 의료보험을 들어야 하고, 차 있으면 자동차 보험, 집 있으면 집 보험이 필요하다. 그 외에는 보험을 잘 안드는데, 유일하게 필요가 있다고 하는 보험이 하나 있다. 바로 생명보험이다. 뭔 잡다구리한게 주렁주렁 달린 생명보험 말고 아주 간단한거다. 그냥 언제 죽으면 정해진 금액이 나오는 보험이다.

어떤 사람의 순자산이 얼마인지를 본다면 현재 갖고 있는 재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본다. 허나 중요한 게 하나 빠져 있는데, 그 사람의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human capital’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미래 예상 수입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금액이다. 은퇴하기 직전인 사람이라면 이게 0이겠지만, 이제 갓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로펌에 들어간 사람은 ‘human capital’이 높을거다. 이 새내기 변호사의 순자산은 아마도 학자금 대출 때문에 마이너스겠지만, human capital을 포함하면 upper class로 볼 여지가 있는거지.

예를 들어 human capital이 30억원이고, 그 외 자산은 2억짜리 전세금 뿐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분이 따박따박 돈을 벌어오면 그 돈으로 가정이 굴러가겠지. 그런데 불의의 사고가 나서 돌아가신다면 그 가정에는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다. 그런데 여기 30억원짜리 생명보험이 있었다면, 금전적으로는 사단이 나는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물론, 정서적으로는 말할 수 없이 큰 손실이겠지만 말이다.

현재 순자산에 비해 human capital이 큰 사람에 한해서, 이 생명보험이 개인의 재무 포트폴리오에서 효용이 있는 유일한 보험이다. 이러니 내가 ‘한국형’ 보험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지. 미국의 어떤 재무전문가를 만나도 한국에서 설계사분들이 파는 그런 상품을 아는 사람은 없을거다. 얘네들이 무식해서 그런게 아니다. 알 필요가 없는거지.

그럼 나는 어떻게 한국 보험에 대해서 아느냐. 뭐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병특 끝내고 멀쩡한 곳에 취직을 했을 때다. 어느날 퇴근을 하고 집에 와보니 거실에 어머니와, 어머니와 같은 교회 나가시는 설계사분이 앉아계셨다. 나를 위해서 좋은 것을 마련해주셨단다. 나는 설마 어머니께서 내게 안좋은 걸 권하시겠나 싶었고, 어머니 친구분도 내가 자식같을텐데 하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 나한테 똥 뒤집어씌운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왜 그리 생각했나 모르겠다.

문서 한장 한장 간단히 설명해가며 사인을 하라고 했다. 주마간산이 따로 없었고, 그 분위기에서 안한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니 질문 하나 할래도 눈치를 살폈다. 예의 바른 나는 두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행동했다. 그날 내가 사인한 보험은 삼성생명의 25년짜리 종신보험이었다. 보험이 쓰레기인 것도 문제고, 아 씨발 유학 계획 하고 있는데 25년짜리 계약이라니. 그때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는데 말을 못했다.

누구 하나 취직했다고 하면 썩은 고기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마냥 달려들어서 비싼 보험을 뒤집어씌우는 지인영업. 바로 거기 내가 당한거였다. 이런게 바로 교회 나가는 맛 아니겠나. 그 설계사 분은 몇년 안돼서 지인 다 털어먹고 그만두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분이 진작 구워삶았고, 나는 보험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다. 뭐 그러니 내가 타겟이 된거겠지. 어머니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한테 가끔 보험도 들어주고 해야 교회 커뮤니티에 영양가 있는 사람으로 인정 받는 모양이더라고.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결혼할 때야 그 보험을 들춰보게 됐다. 보험사에 전화해서, 가입 전에 물어봤었어야 했을 질문들을 했다. 뭐 경악스럽더라. 설계사가 사실을 오도하며 가입을 유도했으므로 환불을 요구했는데, 뭐 그 시절에 그런 식으로 영업이 된 건 알고 있지만, 문서에 내가 다 사인을 했으므로 어쩔 수 없단다. 그 보험이 좋은거라며 해지하지 말라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나하나 따지니까 좋다는 소리는 쑥 들어가고, 날 속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하더라. 허나 돈을 돌려받기는 불가능했다. 혹여 내가 제대로 판을 벌여서 돈을 돌려받더라도, 그 아주머니, 경제적으로 좀 어려우신 듯 한데, 설계사가 돈을 물어내야 된단다. 이는 어머니와의 마찰까지도 감수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냥 해지하면 많은 돈을 손해보지만 더 큰 손실을 막아야 했다.

그 후로 주변 사람들의 보험을 살펴볼 기회가 좀 있었다. 내가 금융 전공이니까 물어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더라고. 씨발 뭐 다 나처럼 당했더라. 그 친구들이 다 해지를 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뭐 또 보험사에서 좋은거니까 깨지 마세요 했겠지. 그렇게 가입자에게 유리했으면 지들이 먼저 전화해서 깨자 했을거면서. 게다가 지인영업이란 게 참 좆같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더라도 거절할 자신이 없다. 돈 몇백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었을 그 설계사가 쉽게 물러날 리도 없고, 어머니까지 설득해야 한다. 그게 누군들 쉬울까?

이상이 내가 지인들에게 해줬던 얘기다.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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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owitz
Finance2018.09.25 09:11

결론만 말하면 자동 이체로 인덱스 펀드를 해야한다. 두가지 이유가 있다.

1. 좋은 주식을 적정가에 골라 담는 것은 아주 어렵다.
2.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도 무지무지 어렵다.

주가는 해당 회사의 돈 버는 실력을 나타낸다. 이걸 비유로 설명해보자면 회사는 학생, 돈버는 실력은 수학실력이라고 하자. 회사의 실적발표는 학생의 수학시험 점수 발표 정도로 보면 이해가 쉽겠다.

어느 학생의 수학 실력이 어떤지 점수를 보기 전에 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학생의 과거 시험 점수를 먼저 봐야겠지. 현재 그 학생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지 옆에서 잘 지켜보기도 해야겠다. 구체적으로 수업 시간에 졸지는 않는지, 문제집은 얼마나 풀었는지 관찰해야겠지. 어떤 문제에 시간을 할애했는지도 살펴봐서 최근의 시험 출제 유형과 맞춰보면 더 정확하겠다. 혹시 축구나 만화책에 빠져서 공부 시간이 줄었는지, 학생이 갑자기 감기에 걸렸는지 등등 거의 학생의 모든 것을 '공부'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이 주식을 분석하는 것도 비슷하다. 회사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공부해야 한다. 옛날에야, 뭐 지금도 가끔, 그 회사 재무팀 다니는 사람한테 내부자 정보를 받아서 이용해먹었다지만, 지금은 안된다. 말그대로 '엄청나게' 공부한다. 그렇게 해서 회사를 가려내고 주가가 적절한지를 알아낸다. 그런데 이게 또 사람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돈 내고 블룸버그 같은 터미널도 구독해야 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인프라도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주식을 골라서 거래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에는 온갖 사람과 장비를 갖춘 '팀'이 필요하다. 헤지펀드, 트레이딩펌 다들 이러고 있다. 개인이 뉴스나 Yahoo Finance 보고 이런 팀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다.

사회과학이 대충 다 그런 것 같지만, 저렇게 공부한다고 해서 또 항상 결과가 예상한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FaceBook 주가가 하루만에 거의 20%나 주저앉았다. 실적이 환상적이었는데도 그랬다. 사용자가 예상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덜 늘었다고 그랬다는데, 사실 난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어렵다보니 소수의 헤지펀드 매니저들만이 지속적으로 인덱스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워렌 버핏 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런 헤지펀드 매니저한테 돈 맡기는거 아무나 못한다. 돈이 많아야 맡아준다. 담뱃값 아껴서 재태크 하려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옵션이 아니다.

"그래 그럼 주식 고르는 건 포기하지. 근데 사고 파는 타이밍은 내가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보니까 금요일은 좀 내리는 것 같고, 월요일엔 오르는 것 같더라고. 월말에도 오르는 것 같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실제로 있다. 세상에는 사람이 아주 많아서 똥누다가 생각날법한 아이디어 정도는 이미 진지하게 분석되어 있다. Empirical study에 의하면, 요일이나 날짜에 따른 수익률 차이는 없다. 월요일이나 금요일이나 오르고 내리는거 다 똑같고, 월말이나 월초나 다 비슷하다. 만약 차이가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이미 트레이딩펌이 다 해먹었지.

굳이 따지자면 차이가 있긴 있다. 오르고 내리는 건 정해진 게 없지만, 변동률은 요일별로 다르다. 월요일에 가장 심하게 요동치고, 시간별로는 오전에 등락폭이 넓다. 이건 이동네 말로 realized volatility라고 한다. 이유는 쉽게 설명된다. 주가는 뉴스를 반영한다. 월요일은 주말동안 쌓인 뉴스가 마켓에 반영되는 날이다. 평소보다 많은 뉴스가 소화될 수 밖에 없다. 오전은 밤새 쌓인 뉴스가 마켓에 반영되는 때니까 오후보다 많이 움직이는게지.

근데 이 사실을 어디 써먹을라고? High-frequency trading system이라도 만들건가? 개인 투자자가 이걸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없다. 괜히 머리 쓰다가 평정심을 잃고 속상할 일 만들기 쉽다. 그냥 속편하게 자동이체 걸어 넣고 이런거 신경 안쓰는게 더 낫다.

아무리 구글 검색을 해도 이름도 안나오는 나같은 무지렁이의 말을 믿기는 어렵겠지. 비록 증권사 지점에 앉아있는 사람들보다는 내가 훨씬 낫겠지만 말이야. 그럼 아까 언급한 워렌 버핏의 말은 어떤가? 여기서 그 유명한 Warren Buffet One Million Dollar Challenge가 있다.

2007년 워렌 버핏이 백만불의 상금을 걸었다. 조건은 간단하다. 앞으로 10년간 S&P 500 지수 VS 헤지펀드 해서 이기면 된다. 예일 대학의 펀드를 운용했던 아주 유명한 펀드 매니저가 이걸 덥썩 받았다. 이 사람은 아주아주 유명하다. 마켓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해온 양반이다. 그런데 10년 지나고보니 뭐… S&P 500은 120%가 넘게 올랐는데, 그 헤지펀드는 40%가 채 안된다. 다만 이분이 직접 펀드를 운용한 건 아니고, 똘똘해보이는 헤지펀드를 몇개 골라서 도전을 한거다.

NPR의 Planet Money podcast에서 이 펀드매니저 인터뷰를 땄다. 그는 헤지펀드가 인덱스보다 우월하다고 했고, 이번에는 운이 따르지 않아서 졌다고 했다. 적어도 인터뷰에서는 그렇게 얘기하더라. 그래서 Planet Money에서 물었다.
"당신 같은 헤지펀드 매니저를 고용할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은 뭘 해야 됩니까?"
대답은 아주 간단하더라.
“인덱스 펀드를 하세요.”.

뭐 하여간 인덱스 펀드를 자동 이체로 해야된다. 이게 어제 오늘 알려진 사실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active management 펀드 대신 인덱스 펀드로 사람들이 무지하게 옮겨가는 중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난 금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비슷한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남의 돈을 받아서 운용해주는 거대한 산업을 굴리고 있다. 그런데 그냥 인덱스 펀드 자동 이체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만든 것보다 결과물이 낫다면 과연 내가 공부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여기서 하는 말이 결국 '저는 그런거 다 소용 없다는 걸 배웠죠.' 아닌가. 물론 그 학위 딴 사람들이 자산운용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씁쓸한 사실이다. 학부 시절 어느 노교수님께서 언듯 얘기한 적이 있다. 공부를 하다보면 가끔 세상 학문이 뭐 제대로 된 거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욕이 떨어질 때가 있었단다. 뭐 그런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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