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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CFA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올해로써 CFA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이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내가 예전에 궁금해 했던 걸 좀 써 보련다.


먼저 시험의 난이도다. 당연히 Level 1이 제일 쉽고 Level 2가 중간, Level 3가 가장 어렵다. 보통 Level 2가 가장 큰 허들이라고 많이들 그러는데 사실이 아니다. 아마도 Level 1의 난이도와 Level 2의 난이도가 많이 차이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공부해야 되는 양이 적어도 3배는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니 여기서 많이 포기하더라.

그럼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이 있을 주제, 얼마나 공부를 해야 붙느냐? 회계에 백그라운드가 있으면 쉽게 붙는 것 같다. 아는 회계사가 쉽게 CFA를 합격했다고 말해준 적이 있고 어떤 Accounting 석사과정 학생이 2주 정도 공부해서 Level 1을 통과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생각에도 과장이 아닌 것 같다. Level 2는 회계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또 쉽게 붙을 수 있다.

하지만, CFA 시험 보는 사람들 중에 현직 회계사가 몇명이나 되겠나. 회계를 예전에 배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엔 이건 시험 준비이기 때문에 머리 속에 회계 공식을 다시 때려넣고 시험 유형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시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나도 Fixed Income으로 밥을 먹고 살지만 시험 준비는 또 다른 영역이어서 내 직업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점수도 그렇게 나왔고.

Level 1

4주간 공부했다. 처음 열흘 동안 슈웨져 노트를 읽었는데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는 게 없어서 관두고 몇년치 Mock exam 같은 걸 구해다가 풀면서 공부했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커리큘럼 북의 연습문제를 봤을 것이다. 거의 문제와 답만 외우는 수준이었는데 시험 문제가 단순하고 어느정도 정형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게 통했다. 자주 나오는 문제가 딱 보인다. 시험장 들어가서는 복잡한 것은, 애초에 포기하고 공부도 안했으므로, 넘어가고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대신 남은 시간에 풀 수 있는 문제는 몇번이고 검산을 했다. 모르는 건 B로 다 찍었다. 확실히 아는게 반은 넘었기 때문에 붙을 수 있었다.

만약 지금 시험을 다시 보라면 4주 시간을 잡고 하루 4시간 씩 하다가 마지막 5일간은 하루종일 공부를 하겠다. 이렇게 다시 해서 붙을 자신이 있다. 좀 불안하면 정규 교재 연습문제를 4번 정도 풀고 들어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Level 1 교재는 본 적이 없지만, 비슷한 문제가 많이 반복될거기 때문에 2달 정도 하루 4시간씩 보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도면 안전빵이다.


이건 내가 CFA Level 1을 마치고 쓴 글들이다.

http://sharpe.tistory.com/15

http://sharpe.tistory.com/32


Level 2

처음에 한 번은 떨어졌다. Level 1보다 많이 어렵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겁주는 소린 줄 알고 콧방귀 뀌다가 2월 중순에 공부를 시작했다. Level 1때 공부를 좀 안한게 사실이니까 그 때보다 두배 정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2월 중순부터 하루 3~4시간씩 슈웨져 연습문제를 보면서 공부했다. 그런데 실제 시험 문제가 슈웨져 문제와는 너무나 달라서 거의 도움이 안되었다. 만약 같은 시간 동안 정규 교재 연습문제를 풀었다면 아마도 붙었을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붙기 위해서는 이러면 안된다.


좀 부끄럽지만 그 때 떨어지고 나서 쓴 글들이다.

http://sharpe.tistory.com/106

http://sharpe.tistory.com/112

내가 이 글에서는 과락이 있는 것처럼 썼는데, 사실은 과락이 없단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두번째 시험을 봤다. 이번에 또 떨어지면 쪽팔려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확실한 길로 갔다. 정규 교재 연습문제를 4번 정도 보고 들어갔다.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정형화된 문제 몇개만 공부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문제야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게 워낙 많다. 게다가 Level 1처럼 공식 하나 알면 한 문제 푸는 게 아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내용도 좀 읽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1월부터 하루 4시간씩 보면 시험 전까지 연습문제 4번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습문제는 다 숙지하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을텐데, 이정도면 안전하게 붙는다. 지금 내가 다시 준비를 한다면 2월부터 연습문제를 빡세게 공부하겠다.


이건 또 그 때 쓴 글

http://sharpe.tistory.com/132

http://sharpe.tistory.com/138


Level 3

이번 Level 3 pass rate은 53%다. 한국 지역의 pass rate은 저거의 반도 안된다고 알고 있다. Level 2야, 처음의 나처럼, Level 1보다 조금 더 하면 될 줄 알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서 pass rate이 낮을 수 있다고 본다. 근데 Level 3도 이모양이다. 이미 Level 2에서 공부량이 폭증하는 걸 경험한 사람들이 진지하게 임했는데도 반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Level 2보다 훨씬 어렵다. 게다가 이건 에세이가 있다. 아마 한국 사람들의 pass rate이 낮은데 에세이가 한 몫 했을 것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공부를 더 빡세게 해야 된다는 뜻이다.


1월부터 시작했다면 정말 빡세게 해야한다. 내가 그랬다. 하루에 4시간씩 정규 교재의 연습문제를 풀었다. Level 2 때보다 훨씬 집중해서 공부해야 했다. 연습문제만 풀 수는 없다. 내용도 어느 정도 읽지 않으면 연습문제를 보는게 의미가 없다. 시험 문제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세이 문제는 뭐 어떻게 방법이 없다. 그냥 전형적인 답변이 어떤 형식으로 되는지 보고 기억하는 수 밖에 없었다. 먼저 빠르게 내용을 한번 보면서 연습문제를 풀었고, 연습문제에 나온 것 위주로 내용을 정리했다. 최소한 연습문제에 나온 것은 내용을 다 익히려 했다.


아무래도 에세이가 내게도 큰 문제였다. 내가 미국에 살다보니 영어는 좀 덜 문제였지만, 아직도 내가 쓴 답변 중에 뭐가 얼만큼 점수를 땄는지 모르겠다. 특히 Mock exam의 에세이 모범답안을 숙지하고 비슷한 형식으로 나도 쓸 수 있게 공부했다. 사실 시험장에 들어가서도 자신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오후 session인 객관식 문제를 최대한 많이 맞춰야겠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높은 점수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어째 합격은 했다.


이건 Level 3에 대한 글이다.

http://sharpe.tistory.com/168


그럼 사실은 가장 중요한 질문, 도대체 CFA를 왜 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서 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질문에 잘 답하기 위해서 두가지로 질문을 break down해서 보자.


  1. Industry에서 CFA가 내 가치를 높여주는가?
  2. CFA Program에서 배운 것들이 내 직업에 실제로 유용한가?


첫번째 질문에 답해보자면, 약간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국 회사에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당시 면접관이 왜 CFA 같은 certificate이 없는지 질문 받은 적이 있다. 한국 취업 시장에서 약간의 attention을 받는 건 사실로 보인다. 게다가 여기 미국에서도 CFA가 있다는 것은 금융 산업에 대한 commitment를 보여주는 것이라 좋게 평가한다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다.

하지만, 약간 좋은 impression을 주는 것에 그치는 것 같다. 어느 한국 메이저 증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CFA 있으면 좋아는 하는데 돈은 더 안준다'고 한다. 게다가 어느 한국 시중 은행에 다니는 사람도 CFA 수당 같은 건 없다고 확인해줬다. CFA 있으면 돈을 더 주는 곳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게 대체적인 한국 분위기인 것 같다.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여긴 월급에 수당 같은 것이 없어서 직접 알아내기는 힘들지만, CFA가 있으면 약간 그 사람의 market value가 올라가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그게 눈에 띌 만큼 큰 것 같지는 않다. 리쿠르터들에게서는 좀 메일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다고는 한다.


그럼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 간다. CFA Program에서 배우는 것은 전반적인 금융산업에 대한 지식이지 그걸로 밥 먹고 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거기서 배운걸로 job interview를 통과할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면 단호하게 어림도 없다고 말해주겠다. 다만 돈 많은 고객들에게 투자를 도와주는 financial advisor. portfolio manager가 목표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거 하려면 이것저것 얕게라도 많이 알아야 하니까. 그 외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근데 전반적으로 넓게 알게 되다보니 누가 헛소리하면 좀 금방 알아챌 수는 있게 된다. 예를 들어서 난 회계에 대해서는 정말 까막눈이었는데, CFA를 하고나니 재무 제표를 보면 분식하는 회사는 대충 분위기 파악이 된다.


구체적으로 내가 직장생활 하는데에는 도움이 안되더라. 난 Fixed Income으로 밥먹고 산다. CFA에서 Fixed Income에 대해 다룬 내용 정도 알아갖고는 안된다. 증권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제로도 내가 아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 중에서 CFA를 따려고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몇명 안되긴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단다.


결론적으로, 금융 산업에 대해서 넓게 좀 많이 알게 되지만 딱히 밥벌어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좀 애매하다. 그럼 과연 이것을 위해서 CFA를 해야 하는지 좀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CFA를 하는 동안 내 생활은 그야말로 CFA에 짓눌려 있었다. 출퇴근 버스 안에서 내용 요약 정리한 것을 들고 있었고, 퇴근 후나 주말에는 그놈의 연습문제와 씨름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으면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CFA에서 얻은 것이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게 나았다.


내가 아는 어느 Investment Banker는 CFA를 갖고 있어봐야 수당도 나오지 않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중국어를 공부하는게 더 낫단다.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건 내가 찾은 글이다.

http://news.efinancialcareers.com/uk-en/79216/the-pass-rate-is-down-the-cheating-is-up-is-the-cfa-worth-the-work/


맨 마지막 한 문장만 읽으면 된다.

Looking back with the benefit of hindsight, would I choose to take the programme again? Probably not. It simply doesn’t justify the eff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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