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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한국인 쇼팽 콩쿨 우승자가 나왔다

중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잘 모르겠다. 정말 힘들게 모은 돈으로 스타니슬라프 부닌의 쇼팽 콩쿨 우승 당시 실황 음반을 샀다. 정말 CD가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지금에야 키신 형님도 몇번 알현했지만, 당시에는 내가 이런 수준의 연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중국인 18세 소년 “윤디 리”가 쇼팽 콩쿨에서 우승했다. 중국이 워낙 크니까 인재도 많고 노벨상도 많이 탔다. 이제는 드디어 음악에서도 중국이 떠오르는구나 했다. 중국인 친구와 “윤디 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걔는 이 피아노 천재의 트위터를 팔로우하고 있다고 했다. 난 “너희는 수준 높은 연주를 안방에서 들을 수 있으니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2005년 임동혁, 임동민 형제가 쇼팽콩쿨에서 떡하니 상위에 입상했다. 그때는 이야 살다보니 이런 날이 다 오는구나 싶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세계적인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서 거장의 내한을 기다릴 필요가 없겠구나. 언젠가 쟤네들의 공연을 꼭 보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아직 못가봤네.

이번엔 쇼팽 콩쿨 우승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혹은 롯데 자이언츠가 뭘 해도 별 감흥이 없는데 이건 정말 감격스럽다. 한국인 중에서도 세계가 다 아는 피아니스트가 나오겠구나. 이대로 잘 성장해서 세계적인 거장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회사 친구들과 “그 유명한 랑랑이 시카고에 온다며?” 이러면서 라비니아 콘서트에 갔듯이, “조성진이 온단다 얘들아.” 이러면서 친구들을 데리고 CSO에 가는 날이 오리라는 걸 확신한다.

농담이 아니다. 지금은 키신 형님 오시는 날이 내가 CSO 가는 날이지만, 조성진이 온다면 어떻게든 마누라를 설득해서 좋은 자리에 앉아서 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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