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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유학시절 내 공부법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것과는 아주 많은게 달랐다. 내가 전공을 바꿨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야 강의를 들어야 했고, 두번째는 100% 영어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학교 다닐 때 영어 수업은 들어봤지만, 이 두개의 궁합이 어찌 그리 기가 막힌지 시너지가 어마어마하더라. 이러다보니 공부도 좀 다르게 해야 했다. 결론만 말하면 예습하고, 강의를 녹음하는 것이었다.

첫 주였다. 수업에 아무리 집중을 해도 알아듣는 말이 드물었다. 영어가 짧은 것도 원인이겠지. 그보다 내가 이 분야에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나 어디 세미나 가면, 내가 강의실에 앉아있는 사람들 중에 대충 평균은 되었다. 게다가 내가 조금은 아는 분야다보니 이미 수업을 듣기 전에 무슨 내용이 나올지 대충 알고 있었다. 몰랐다 하더라도 빨리 무슨 내용을 하는지, 어떻게 전개될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완전히 길을 잃고 멍때리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는 내가 수업시간에 무슨 소리가 나올지 전혀 모르고 갔다. 중간에 파악하는 것도 안되더라. 뭔가 하얀 도화지에 점과 선이 그어지는데 이게 도대체 뭔가…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러니 수업시간을 그냥 멍때리는 시간으로 보내버렸다. 혼자서 복습하느라 아주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써야 했다.

밥해먹으랴 영어공부하랴… 안그래도 시간이 없는데 강의 듣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니 효율적으로 살아질 수가 없다. 그래서 예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복습하듯이, 사실 복습할 때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했으므로, 샅샅이 공부를 해갔다. 자꾸 하다보니 어느 정도로 공부를 해가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지 알게 되더라. 짧은 시간만 예습에 투자해도, 수업 듣는 시간을 멍때리고 스트레스 받는 시간에서 공부하는 시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복습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수업 내용을 소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확 줄었다.

두번째 방법은 녹음이다. 아무리 예습을 해도 수업 내용을 100%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수업을 다 녹음한 다음 다시 들었다. 중간에 모르는 용어 나오면 멈추고 찾아서 각주를 달았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의 위력을 그 때 알았다. 노트 정리도 새로 했다. 교수가 설명한 것 중에 못받아 적은 것도 보충하고. 남들이 보기엔 웃겼을 수 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당연한 걸 열심히 각주 달아놨을테니. 하지만 난 남들에게 보이려고 수업을 듣는게 아니니까 웃기거나 말거나 그리 했다.

이 방법은 수업의 난이도에 상관 없이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나의 경우에는 3시간짜리 수업이 있는 날에는 하루종일 도서관에 처박혀 있어야 했다. 예습 + 강의 + 녹음 재생 두번 이렇게 하니 그렇게 걸리더라. 좀 쉬우면 한번 재생하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놀고 싶어도 저 루틴은 꼭 지켰다. 그래서 유학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한국 사람끼리 소주 마시며 형님아우 할” 시간이 없었다. “형 수업 끝나고 한잔?” 이게 안되니까.

유두리를 부릴 여유 따윈 없으니 수업 전후로는 반드시 도서관에 있게 됐다. 사람이 말이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들어가는 놈은 없다. 그게 하는 척이거나 바보인거 안들키는 한 말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그만큼 능력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게 합리적이고, 대부분 그렇다. 내가 도서관에 있을 때 자주 보이는 애들이 있었다. 걔네들 모두, 내 가설에 맞게, 훌륭한 학생이더만. 자주 보다보니 덜 어색해지기도 했고. 나중에는 공부도 많이 물어봤다.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

이 방법은 한국에서는 생각도 안해본거다. 참 나도 절박하긴 했나보다. 그런데 그 열심은 어디가고 요즘은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빠져 지내나. 예전에 공부한 책 복습이라도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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