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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유학생 Job Interview 보기

직장을 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전공과 학위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이공계에 있는 학생들은 나와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 같다.

Job application은 Resume -> Phone Interview -> On Site Interview 순으로 진행된다. 이 채용 과정이 한국과 다른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인터뷰가 가장 다르게 느껴졌다. 동시에 인터뷰가 가장 중요하기도 하다. 제출된 레쥬메에 고용자가 찾고자 하는 게 있으면 인터뷰를 보는 것인데, 과연 이 후보자를 채용하는게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인터뷰에서 판가름난다. 인터뷰 망했는데 레쥬메에 훌륭한거 많다고 채용되는 일은 없다.

어떤 사람을 찾는지는 같은 회사라도 다 다르다. 내가 하는게 꼭 다른 회사에도 적용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경우에는 때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학생이 과거에 뭘 했든지 일을 시작하면 배울 게 많다. 그래서 제대로 배우는 사람이 들어와야 본인도 편하고 우리도 좋다. 그럼 이 학생이 잘 배울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아느냐? 그건 마땅히 잘 배웠어야 하는 걸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레쥬메를 보면 뭘 배웠는지 잘 써뒀을테니, 거기서 질문들이 다 나온다.

전화 인터뷰에서는 간단한 개념을 주로 물어본다. 내가 인터뷰를 주는 입장이 되어봐도 그런 것 외에는 물어볼 게 없더라. 아무래도 직접 대면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답변은 1분 이내로 하는게 좋다. 간혹 자기소개나 살면서 중요했던 경험을 서술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이 탈출 계획을 세운 종이로 벽을 도배하다시피 한 걸 보여주는데, 그렇게까지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난 그러지는 않았고, 주요 개념을 인터뷰용으로 따로 정리해놓았는데, 자주 읽다보니 외워졌다. 영어도 잘 못하니까 외워야지 뭐.

전화 인터뷰에서 물어보는게 워낙 간단한 것들이라서, 그것도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면 다음 라운드는 없다. 그걸 통과하면 회사로 불러와서 인터뷰를 하게 된다. 본 게임인 것이지. 후보자 입장에서도 real challenge가 시작되고, 물어보는 나도 제대로 된 걸 물어볼 수 있다. 면접관은 주로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이다. 우리팀에서 사람을 뽑는다면 우리팀 사람들이 한두명씩 차례로 들어간다. 특정 스킬셋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면 그 분야에 특화된 다른 팀 사람이 초대되기도 한다. 물론, 사전에 어느 정도 질문을 조율해서 겹치지 않도록 한다.

뭘 물어보느냐 하면, 그 학생이 다닌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다. 학교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주제를 5개 정도 생각해보고 그 중에 면접관 본인이 잘 아는 걸 물어본다. 금융공학 분야에서 예를 하나 골라본다면 Black-Scholes model이다. 금융공학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토픽들 중 하나임에는 틀림 없다. 만약 가장 중요한 것도 제대로 못배운 학생이라면 누가 감히 그 학생이 잘 배울 능력이 있다고 수긍하겠나?

그럼 이걸 어떻게 물어보느냐. 난 Black-Scholes model의 기본 가정에서 출발하겠다. 그 다음에는 partial differential equation을 유도하라고 할 것이다. 유도시키는 건 학교 중간고사에 안나온다. 여기서 대충 시험에 나올 것만 외워서 학점만 딴건지, 교수가 중요하다고 한 걸 진짜 공부했는지 차이가 난다. 거기서 Black-Scholes model formula로 넘어갈 것이고, 이게 어떻게 쓰이는지 각 항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등을 물어볼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30분이 훌쩍 넘어간다. 좀 자잘한 것들 물어보고 하면 한시간은 금방 간다.

식을 전개하다가 square root를 빼먹거나 하는 사소한 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 그런건 보통 문제삼지 않는다. 면접관은 누군가를 채용하기 위해서 거기 있는거다. 후보자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은거지 뭔 트집이라도 잡아서 떨어뜨리려고 있는게 아니다. 하지만 너무 일찍 몰라요 소리가 나오면 거기서 인터뷰 종료다. 피차 시간 낭비 하지 말자고. 그런 학생은 들어와봐야 밥값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고, 본인도 괴롭다. 그렇다고 아는 척 구라를 까는건 금물이다. 학생이야 수업시간에 몇번 배웠지만, 면접관들은 그걸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구라를 쳤는데 면접관들이 속아넘어간다면, 거기 들어가면 무능한 상사들 밑에서 일하게 된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공부한 것 외에 레쥬메에 올려놓은 것은 뭐든 질문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함부러 레쥬메에 구라 까지 말어라. 그 외에는 brain teaser questions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잘 대답하는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brain teaser를 왜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다. 그 시간에 물어볼 더 중요한 게 많을텐데 말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 그걸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어보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물어보는 사람들을 봐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인터뷰 말미에는 항상 후보자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많은 유학생들은 그 기회를 그냥 넘기는데, 질문 해도 된다. 그렇다고 헛소리 하면 안된다. 날카로운 질문은 좋은 인상을 주지만, 그 반대는 정확히 반대의 효과가 난다. 실제로 멍청한 질문하길래 탈락시켰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고. 제대로 된 질문이기만 하면 손해보는 일은 절대 없다. 난 인터뷰 몇번 안해봤을 때는 어색하게 웃으며 “질문 없어요.” 이랬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 회사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따로 정리해뒀다가 분위기 봐서 물어봤다.

해당 후보자에 대해서 면접관 모두가 합격 판정을 내려야만 다음 라운드에 초대된다. 팀장은 아주 좋아하며 합격 판정을 내렸는데, 팀원 하나가 반대하는 경우도 봤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 후보자는 거기서 탈락했다.

인터뷰를 잘 했는데 떨어지는 일도 있다. 이건 뭐라 말하기 힘들다. 친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명의 후보자들이 다들 비슷하게 잘하더란다. 몇시간 인터뷰로 어떻게 그 사람들의 차이를 속속들이 알겠나. 그래서 그 중에 좀 본인과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합격시켰단다. 보스에게도 그렇게 보고했는데 수긍했고. 어찌보면 그것도 중요하기도 하다. 어차피 같이 일을 할 사람을 뽑는게 아닌가.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인터뷰를 봤는데 떨어졌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나도 뭔 사소한 실수를 안했어야 합격했을까 고민하며 우울해한 적이 있다. 그냥 이 사람이 좀 더 조직에 어울릴 것 같아서 뽑히는 경우가 흔하더라고.

요약하자면, 배운거 확실하게 이해하고 잘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미국 살아보니 “이해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참 중요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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