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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미국 직장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나

미국의 육아 관련 제도가 어떻게 돼 있는지 따져보기보다는 실제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 미국의 평범한 직장인들이 뭐 어쩌는가를 알아봤다.

 

아이가 태어나면 휴가를 일주일 받는다. 엄마, 아빠 모두에게 해당된다. 이건 유급 휴가다. 일주일 후에도 엄마는 휴식이 필요하다. 5주에서 7주 가량 더 쉬는데 이걸 maternity leave라고 한다. 회사는 직원들에 대해서 다양한 보험을 들어놓는데, 그 중에 "short-term disability"에 대한 것도 있다. 출산 휴가 동안에는 급여가 이 보험으로부터 나온다. 100%는 못들어봤고, 65% 정도가 보통인 것 같다.

 

전부 다 해서 엄마가 받는 휴가는 6주에서 8주이고, 아빠는 1주 휴가를 받는다. 아빠도 유급휴가를 끌어와서 3-4주 쉬는 경우가 흔하다. 이 기간이 끝나면 일터로 복귀한다. 내 주변 사람들을 봐도 다 이렇게 하는 것 같다. 참고로 FaceBook의 CEO인 Mark Zuckerberg는 2달 동안 떠나 있었고, Yahoo!의 전 CEO인 Marrisa Mayer는 딸랑 2주만 쉬어서 욕을 들어먹었다.

 

길어도 두달 전에 부모가 다 일을 하러 가버리면 아이는 어떻게 하느냐. 미국은 땅이 커서 그런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겨지는 일은 드물다. 대신 아이는 daycare로 간다. 태어난지 한두달 밖에 안되는 핏덩이를 남에게 맡긴다는게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두가지. 믿고 맡길만한 곳이 많고, 부모도 다 칼퇴근을 한다. 유모를 고용하는 집도 흔하다.

 

Daycare에는 아이를 대충 아침 7시에 맡겨서 5시 전에 데리고 온다. 그동안에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볼 수 있다. 먹이는 것도 좋은 것만 먹인다고 한다. 대신 비용은 좀 살벌하다. 다양한 가격대가 있겠지만, 회사 친구는 $2,400 정도 하는데 보낸단다. 난 마누라가 저것보다 조금 덜 비싼 가방 사달라는 걸 몇년째 뭉개고 있는데, 매달 저만큼 나간단다. 그래도 엄마 월급이 저것보다는 훨씬 많으니까 저런 시설을 이용하겠지.

 

미국이란 거울에 비쳐서 한국을 돌아봤다. 한국은 출산휴가가 90일이다. 거기다 1년씩 휴직을 하는 사람도 흔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엄마에게 참 좋은 환경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1년씩이나 휴직을 하고, 그것도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허나 이걸 무작정 늘이는 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회사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이다. 직원들을 위한 자선단체가 아니다. 1년 동안이나 비워둘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업무는 드물다. 한두달이야 새로운 사람 뽑아도 적응기간이 그정도는 넘을테고 어찌 땜빵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게 넘어가면 다른 누군가가 그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오래 쉬다 돌아오면 난감한 일이 많이 생기더라.

 

이건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목격했다. 난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고, 마침 명당 오피스가 비어 있어서 거길 쓰게 됐다. 몇달 후에 출산으로 휴직중이셨던 분이 복귀하셨다. 내 오피스가 그분이 쓰시던 것이었던게지. 꼭 오피스 때문이 아니었어도 같이 일을 하게 되면서 그분의 고충을 생생히 봤다.

 

본인의 자리가 없어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건 사실이었다. 오랜만에 복귀하니 자기가 하던 일은 이미 다른 사람이 맡고 있었다. 겨우겨우 얻어낸 명당 오피스에도 내가 앉아 있었고. 단지 전에 거기 있던 사람이란 이유로 날 쫓아낼 수도 없었듯이 자기를 대체한 사람을 밀어낼 수도 없는 일.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떠맡을 수 밖에 없었다. 전보다 훨씬 못한 오피스에서, 전보다 못한 일을 하게 됐다. 거기다 이제는 아이가 있었다.

 

한살배기 아이는 어떻게 아주머니를 구해서 맡겨놓았는데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본인 스스로 자기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데 그걸 견뎌주는 사람이 어디 흔할까. 일과 가정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들 예상할 수 있었듯이, 곧 그분은 회사를 그만두셨다.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우리 모두 그분이 최선을 다한 걸 알고 있었으니. 난 이 일로부터 워킹맘이 살아남기가 녹록치 않은 현실을 봤다.


좋은 아주머니를 구했으니, 퇴근만 제시간에 할 수 있었어도 그렇게 나가시진 않으셨을거다. 미국에서 워킹맘들이 별 문제 없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칼퇴근이다. 비싸도 믿을만한 보육시설이 많은 것이 필수적이긴 한데, 만약 야근과 휴일 근무를 커버해주는 daycare가 있다면 얼마나 비쌀지 상상이 안된다. 보육시설과 칼퇴근이 되니까 공백이 작고, 워킹맘들이 많은거다.

 

그런데 한국을 보자. 고부가가치 인력들은 다들 야근을 하고 있다. 야근 시간을 커버해주는 보육시설은 없다시피하다. 게다가 보육시설은 최저수준의 임금을 제공하니 딱 그 수준의 인력들로 채워져서 애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복귀해보면 자리도 업무도 없어져 있다. 이거 뭐 워킹맘이 있는게 신기한 수준이다.

 

한국도 저출산 극복한다고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던데, 하나같이 도움이 될만한 게 없다. 거꾸로 가는 것도 좀 보이고. 미국에 친구 있는 사람 많을텐데, 뭐 듣고 보는게 없는지 참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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