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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미국 힘의 원천

한국이란 데서 모범 시민으로 30년 살다가 미국 와보니 참 다른게 많더라. 처음엔 적응하느라 바빴다. 시간이 좀 지나니 이건 왜 이럴까 이것의 장점은 뭘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

 

첫번째 충격은 구두를 사러 갔을 때 일이다. 상점에 들어가서 정장에 신을 구두를 사고 싶다고 말했더니 점원이 와서 몇개를 보여주더라고. 근데 그 청년은 한 팔이 없더라. 의수를 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박스에서 신발을 잘 못꺼내길래 그 때 알았다. 그 때는 미국 온지 한달도 안된 시기라 물건 사러 가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그 직원이 잘 도와준 덕에, 내 의도대로, 좋은 구두를 사서 지금까지도 잘 갖고 있다. 사실 박스에서 신발 꺼내는 거야 뭐 별 일 아니잖아. 내가 하면 되는거다. 내 경험에 비춰 보면, 구두가게 직원으로써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데는 한 팔이 의수여도 문제가 없는거다.

 

그 후로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자 그대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일하고, 즐기며 살고 있다. 이런게 너무 자연스럽다보니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버스 타고 출퇴근하던 시절에는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버스 타는 것도 거의 매일 봤다. 좀 느려지긴 하지만 아무도 불평하거나 짜증내는 걸 못봤다. 한쪽에 의족을 한 여자가 운동복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식료품점에 와서 먹거리를 한가득 사가는 것도 봤고, 양다리 다 의족인 남자가 여자친구 손 잡고 바닷가를 걸으며 데이트하는 것도 봤다.

 

장애인이 여기서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보통 사람이다. 휠체어는 좀 다르지만, 보통 사람 취급을 받는다. 전날 다리 운동 심하게 해서 근육통 생긴 사람 정도 느낌이다. 아무도 그런 사람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하지 않을 것 아닌가. 딱 그정도다. 그들도 장애를 가진 것이 가려야 할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이 의족 하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겠나. 반바지 입고 있으니까 알았지.

 

사실이 그렇다. 편견만 살짝 들어내놓고 보면, 나하고 큰 차이 없는 사람들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장애인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살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갖고 있고, 그 사람들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도록 한다. 지금 시대에서 대부분의 휴먼 캐피탈이 신체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볼 때 그 효율성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생각해보면, 빈말이라도 장애인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있다고 말해주기 어렵다. 당장 한쪽 팔이 없는 구두가게 점원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게 미국의 대단한 점인 것 같다. 장애가 있든 없든,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그 능력이 쓰일 데가 있다면 그걸로 GDP에 기여를 하게 한다. 팔 없는 사람조차 구두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곳이 경쟁을 한다면, 승패는 뻔한 것 아닌가. 미국이 왜 강력한 나라인지 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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