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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리테일의 몰락

Toys R Us가 망했다. 동네 장사가 안되는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크고 대놓고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던 곳이 망하니깐 느낌이 다르네.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다른 업체(Babies R Us)도 머지 않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스산하기까지 하다.

온라인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장사가 안되는 건 오래 된 이슈다. 이렇게 된 이유가 한 둘이 아니라 굳이 따져보는게 무의미할 정도다. 지금 중요한 건 앞으로 불어닥칠 후폭풍인 것 같네. 읽고 들은 것에 내 생각을 더해봤다.

세수 감소와 고용 감소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그에 따른 결과는 도시 기반시설의 열화다. 리테일 몰을 운영하려면 도시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도로, 상하수도 통신 등의 시설 말이다. 이 시설은 돈을 많이 먹는다. 로컬 비즈니스가 돌아가면서 많은 세금이 걷히니까 그걸로 이 SOC를 만들고 유지한다. 그런데 이 로컬 몰에서 걷히는 세금이 줄어들면 이러한 시설들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

도시 기반 시설들은 업체들만 쓰는게 아니다. 근처 거주민들도 똑같은 시설을 사용한다. 어느날 이 시설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해질 것이다. 수도가 고장나도 수리가 되지 않고 눈이 쌓여도 제설작업이 되지 않을테니까. 게다가 갖고 있는 집의 재산세가 오를 것이다. 리테일 몰에서 나오는 세금이 줄어든 것을 벌충해야 하는데 가장 쉽게 손대는게 재산세니까. 주민들에게는 동네가 후져지는 동시에,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되는 사태가 생기는거다. 이는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다.

세상에 공평한 것이 있던가? 이 일 역시 모두에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못사는 동네일수록 심한 타격을 받고 잘 사는 동네는 해당조차 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는 애플 스토어가 두개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두 매장의 매출이 떨어져서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난한 동네일수록 가격에 더 민감할테니, 세금이라도 아껴보려고, 온라인 쇼핑에 더 의존할테고 그럴수록 동네 리테일은 타격을 받는다.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 될 수 없는 품목이 있긴 하다. 대표적으로 레스토랑인데, 이마저도 가난한 동네의 리테일 몰을 구하지 못한다. 레스토랑이라는 업종 자체가 가난한 동네에서는 잘 굴러가기 어렵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야 외식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집에서 만들어기 때문이다.

가난한 동네일수록 리테일이 몰락하고, 그에 따라 동네 자체가 열화되는 추세는 점점 심해질 것이다. 흔한 말로 양극화라고 하지.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격차는 점점 커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리테일은 show room처럼 변해갈 것이다. 동네의 애플 스토어에서 물건을 만져보고 주문은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지. 이렇게 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매출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매출엔 상당히 기여를 하는 모양이 된다. 이미 애플은 체험형 매장을 십수년 전에 도입했다. 미시건 애비뉴에 나이키 매장이 하나 있는데 거기도 단순히 물건만 진열해놓은 곳이 아니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장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됐다.

이것은 두가지를 의미한다. 첫번째는 가난한 동네에는 리테일 매장이 들어서기가 더 어렵다는 뜻이다. 체험형 매장은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든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걸 어디다 만들지는 뻔한 일이다. 두번째는 단순 유통업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사실이다. 애플 스토어에서는 애플 제품만 판다. 고객이 거기서 구경하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도 결국 애플에서 사는거다. 헌데 동네 Target에서 구경한 것을 Amazon에서 사게 되면 Target은 구경만 시켜줬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Sears가 망했고, Target을 비롯한 오프라인 중심의 단순 유통 회사에 공매도가 몰리는거다.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뭘 해야 하느냐. 대놓고 세속적인 이야기부터 좀 꺼내보자.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조심하는게 좋다. 앞서 말한 체험형 매장이 들어설만큼 좋은 동네가 아니면 신중해지는게 좋을 것 같다. 현물 뿐만 아니라 파생 상품들, 예를 들면 CMBS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주거용 부동산 투자도 조심해야 된다. 안좋은 동네는 피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Amazon 주식을 사는거다. 올해 너무 올라버려서 아쉽긴 하지만 이제 거의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으니까 앞으로 더 잘 될 수 밖에 없다. 올해 주식 시장은 제대로 된 조정 한번 없었는데 기회 봐서 나도 올라타야겠다.

조금 덜 세속적인 이야기로는 내 커리어 패쓰다. 전통적인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는데, 앞으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지금 몸 담고 있는 업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닐터인데. 일단은 당장 일을 더 잘하는 것 말고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친구가 나이 들면 같이 농사나 짓자는데 진짜 그래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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