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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나는 사는게 재밌다

아이가 생기니까 너무 바쁘다. 얼마나 정신이 없냐면, 내가 즐겨보는 웹툰이 두달이나 밀렸더라고. 아이가 생기기 전만 해도 업로드 되는 날짜 맞춰서 챙겨보던 건데 말이야.
 
힘든 건 힘든 거고. 아이는 너무 예쁘다. 객관적으로 예쁘게 생긴 애기는 아닐거라는 거 나도 다 안다. 그래도 내 눈엔 귀여워 보이는 걸 어쩌냐. 태어난지 몇달 되니까 잠도 잘 잔다. 비록 지금도 많이 울고, 밤에 재우기는 어렵지만 예전보다 많이 순해졌다. 엄마 아빠를 알아보는게 참 기특하다. 집에 있으면 안전한 것도 아는 것 같다. 날 보고 웃어줄 때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애기 사진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 아기 사진을 들여다보느라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아이를 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애기이고, 내가 원하는 만큼 교감하지는 못하지만 그저 보고만 있어도 좋다. 얼마나 순수한 아이인가. 나쁜 짓은 할 줄도 모르고 부모에게 안겨만 있다면 행복한 아이.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 30여년 인생에서 지금처럼 행복한 적은 없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을 빌자면, 온 세상 정글 속의 호랑이가 다 녹아 버터가 될만큼 아이가 사랑스럽다.
 
마누라는 하루의 반을 ‘우리 애기에게 뭐가 필요할까?’ 생각하며 보내는 모양이다. Amazon과 Macy’s 웹사이트에 빠져서 지낸다. 집으로 다양한 택배박스가 온다. 난 그런 마누라를 타박하긴 하는데,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애기와 어디서 살아야 행복할까?’ 하며 매일 부동산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니. 동네 하나 찍어서, 학교 위치, 출퇴근은 어디서 하며 식료품점은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게 일상이다.
 
내가 돈이래도 쬐끔 벌어서 애기에게 드는 비용이 별 부담이 안되는게 참 다행이다. 마누라가 기둥뿌리를 뽑는 건 아니지만, 이런 걸로 다투는 부부도 있다던데 암 다행이지. 그러다가도 맘에 드는 동네 집값을 보고나면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싶다. 삶의 활력소라는 게 이런 거구나. 이런 기분을 얼마만에 느껴보는지도 모르겠다.
 
애기가 생긴 후로 정말 많은게 달라졌다. 부모가 된다는 게 날 이런 세상으로 데려다 줄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가 tedious collection of time이었던 시기도 있었다. 우리 애기와 함께하고부터 달라졌다. 고된 하루도 행복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인 것 같아 기쁘다.
 
이렇게 사는데, 웹툰 속의 가상 인물에 내가 무슨 관심이 많겠나. 나는 알지만 그대는 나를 모르는 유명인사가 뭘 어쨌다는게 어떻게 나와 큰 상관이 있다고 느껴지겠나.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한게 너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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