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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Bitcoin에 대한 단상

내가 비트코인에 대해서 처음 들어본 때가 5, 6년 전이다. 그때도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세가 이슈였다. 더 정확히는 아마추어들의 묻지마 투자가 이슈였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일부 사람들이나 알았지 지금처럼 안들어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고. 내 주변에도 누가 비트코인에 투자를 했더라 뭐 이런 얘기가 들린다. 정작 투자했다는 사람들 중에 경제나 금융 쪽 전문가는 아직 못봤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금융 전문가들처럼 나도 비트코인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본다. 제대로 된 화폐로 쓰일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가격을 합리적으로 측정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참여자가 거래만 한다면 가격은 결정이 된다. 그 수가 아무리 작더라도 말이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뭐 재미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무엇이나 거래될 수 있고 어떤 무작위의 가격을 가질 수도 있다. 허나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참여시키려면, 그 사람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을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데 비트코인은 뭐 그런거 없다.
 
CME(시카고 상품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을 취급한다는 사실을 그 가치의 근거로 볼 수 있을까? 뭔 들어본 적도 없는 거래소가 아니라 유구한 역사와 무지막지한 거래량을 자랑하는 CME 아니냐. Short answer: No. 얘네는 거래소다. 뭔가 거래가 일어나야 수수료 매출이 일어난다. 그래서 CME도 거래소에 올릴 새로운 상품을 항상 찾아보고 있다. 애초에 곡물, 원자재에서 시작을 했지만, 지금은 날씨도 거래를 한다. 이마당에 폭발적으로 거래가 늘어난 비트코인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지. 선물을 출시하고, 거래만 일어나면 얘네들은 돈을 버는데 왜 그냥 놔두겠나.
 
유명 투자은행에서 투자를 했고, 해지펀드에서도 투자 한다는데 이걸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나도 가상화폐, 이동네 말로는 crypto currency, 트레이딩 팀 빌드업 하는데 관심 있냐고 묻는 전화 많이 받았다. 투자은행, 헤지펀드, 트레이딩펌… 얘네들은 돈만 벌 수 있다면 뭐든 사고파는 애들이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일수록 더 큰 돈을 벌 기회가 있다. 게다가 참여자들은 대부분이 아마추어. CME에서 선물도 출시한 마당에, 아마추어들이 날뛰는 급등락을 거듭하는 시장이 여기 있다. 아마 finance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모두 다 같은 생각을 할거다. 여긴 뭐 금광이나 다름 없다. 책에서만 보던 무위험수익인 arbitragy opportunity도 제법 있을거다. 트레이딩 전문가들한테는 그냥 두기 아까운 곳 아니냐. 짱돌 들고 아웅다웅하는 동네에 탱크 몰고 들어가서 다 쓸어버리는거다.
 
애초에 investing과 trading은 다른거다. 전자가 자산의 내재가치를 믿고 하는거라면, 후자는 가격변동성을 믿고 하는거다. 내가 위에 투자은행과 트레이딩펌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썼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trading이다. Fundamental Analysis를 할 수 없는 자산이라도 trading은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이들이 trading하고 있다는 게 내재 가치를 증명해주지 못한다.
 
비트코인 관련 통계를 들여다보다 옛 생각이 났다. 친구가 학사장교를 같이 했던 사람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당시 대세 상승장이었고, 그 분은 돈을 빌려다가 주식에 쏟아부었다. 그런데 2007년 subprime mortgage crisis가 왔다. 벌었던 돈은 다 없어지고 빚만 2억이 남았더랜다. 동시에, 내 집 마련의 꿈, 아이를 가질 계획 다 물거품이 되더란다. 멀쩡한 직장을 가진 맞벌이 부부니까 그 빚을 어찌어찌 갚을 수는 있었을게다. 하지만 미래의 꿈이 빚을 갚는 것으로 치환된 모습을 보니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고 한다.
 
내가 감히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작금의 현상은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이 굿판이 끝나고 나면 비트코인의 위상은 수년 전으로 돌아갈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fundamental analysis를 할래야 할 수가 없는 투자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관심 있는 사람은 있으니 가격이 0으로 수렴하진 않을거다. 그러나 제대로 된 투자 대상으로 취급되지는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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