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미국 치과

처음에 미국 왔을 때는 병원에 안갔다. 유학생 시절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회사를 다니고 나서도 한동안은 그랬다. 미국 의료비가 살벌하다는 소리에 겁먹어서 병원에 가면 바로 파산하는 줄 알았다.

어느날 일년에 두번 clean up(한국에서는 스케일링이라고 부르던 바로 그것)과 검사가 무료라는 걸 알았다. 회사 보험 덕에 치료비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그리하여 집 근처 치과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나. 이제 누가 미국 치과에 대해 물어보면 뭘 기대할지 말해줄 수 있다.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도 좀 알게 된 것 같고.

한문장으로 말하면, 한국보다 비용은 비싸나 양질의 서비스를 마음 편하게 받을 수 있다.

내 이력이 제대로 관리되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것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데다 항상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모든 진료가 예약제이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아무 치과에 가는 일이 없다. 당장 가고 싶어도,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다. 내 이력을 다 알고 있는 곳을 두고 다른 곳에 갈 이유도 없고. 이 때문에 치과에 오는 환자들은 뜨내기 손님이 아니라 단골들이다. 이런 환경 덕에 치과에서는 좀 시야를 멀리 두고 관리를 해주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치과 가겠다고 마음 먹으면 대충 회사 근처로 찾아갔다. 그냥 가도 진료가 되고, 예약도 몇시간 안으로 된다. 이러니 내 치과를 정해두고 다니는게 아니라 그냥 아무데다 막 다니는 사람이 많을게다. 나도 그랬고. 치과에 뜨내기 손님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 사람이 6개월, 1년 후에도 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만났을 때, 진료는 대충 하고, 최대한 뜯어먹고자 달려드는 치과를 많이 봤다. 치과의사인 친구와 크로스체크로 알아낸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한국에서 치과에 가기가 워낙 편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과 비교하면 당연히 비용은 비싸다. 허나 서비스도 월등히 좋다. 스케일링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받던걸 생각했는데, 이건 뭐 무슨 방망이 깎는 노인인줄 알았다. 한국에서 친한 친구한테서 받아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그 친구의 두배나 시간을 써서 구석구석 다 긁어주더라. 좀 번거러워도 가서 받을만 하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는데다, 나에게 시간도 더 써주고, 이력 관리까지 완벽하다. 내 이빨이 한국에서보다 잘 관리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한국 치과도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한국에 적용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진료 시스템의 장점을 뜯어보면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내가 부담없이 check up을 가는 이유는 보험사에서 이 비용을 대주기 때문이고, 이 보험은 회사에서 들어준거다. 한국의 건강보험이 이 비싼 검사와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지 않는 한, 난 한국에서 살아도 치과에 정기적으로 안갈거다. 만약 치과에서 손해를 좀 감수하고, 스케일링만 받으러 온 사람에게 엑스레이도 찍고, 온갖 앵글에서 사진도 다 찍어서 관리를 해준다면 갈 것 같다. 그런데 이 생각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돈을 받고 해주는 걸 거의 공짜로 해줘야 하는건데.

누군가 해준 얘기가 귓가에 맴돈다.

“미국은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돈만 있으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