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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이제 애기 데리고 한국 안가야지

젖먹이 데리고 한국 가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애도 고생이고 나도 고생이고. 이거 뭐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났으니 친척분들께 보여드린다고 한국에 가기로 했다. 사실 이것 계획하면서도 느낌이 안좋았다. 난 반대를 했는데, 집안의 왕은 마누라라고 누군가 그랬지. 이제 한번 갔다왔으니 뭐가 안좋았는지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문제는 비행 시간이다. 열시간 넘게 좁은 좌석에 있는건 나도 힘들다. 애야 뭐 두말할 필요 있겠나. 그동안 애를 달래고 재밌게 해주는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가는 동안에는 조금 나았다. 애기가 많이 잤다. 그래도 마지막 두시간 동안에는 많이 울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더 힘들었다. 아무래도 애가 여행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라 그랬던 것 같다. 잠도 덜 자고, 민망할 정도로 울었다. 만약 비행기 타는 시간이 밤시간이었으면 애가 좀 더 많이 잤을 것 같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밤비행기인 아시아나를 타고 가야지.

두번째 문제는 시차다. 난 시차적응이 너무 싫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애기도 마찬가지였다. 애야 뭐 말을 못하니 간과하기 쉬운데, 밥을 평소보다 적게 먹었고, 또 좀 아프기까지 했다. 돌아와서도 마찬가지다. 시차적응이 나랑 같이 되어야지, 애가 더 빠르거나 늦으면 그것도 또 문제다. 힘들어 죽겠는데 애를 봐야되니까.

다음으로는 잠자리가 자주 바뀌는 것이다. 어디를 갈 때마다 잠자리가 바뀌니 애가 스트레스를 받는게 눈에 보였다. 갈수록 예민해지고, 잘 울고, 밥도 잘 안먹었다. 재울 때마다 애를 먹었고, 밤에도 자주 깨서 울더라. 말로 안심시켜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안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애랑 어디 가면 여기저기 찍고 다니는 짓 안할란다.

또 하나 더 있다. 낯선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난다는 점이다. 나한테는 다 친척이고 친구고 그렇지만 어디 애 한테는 그런가. 애 입장에서는 낯선 사람이 소리 지르면서 만지려고 하는데 편할 리가 없겠지. 그래서 날이 갈수록 엄마 껌딱지가 되어갔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한테도 잘 갔는데, 며칠 지나니 나와 아내에게서 안떨어지려고 했고, 좀 더 지나니 나한테도 잘 안오더라. 이게 단순히 엄마가 고생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애가 더 고생이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러겠냐.

결론적으로 애가 말귀를 알아듣기 전에는 한국에는 가면 안된다. 2살 되기 전에는 표를 따로 안사도 된다는 사실에 혹해서 긴 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있을거다. 돈 좀 들어도 저 나이는 넘어야 된다는게 내 생각이다. 승무원도 그렇게 얘기하고.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어른은 재밌었는지 몰라도 애는 고생이다. 난 마누라가 재미를 보는 것보다 애가 힘들어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한국에 애 데리고 가는건 최소 몇년은 지나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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