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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미국 온 이래로 저지른 가장 멍청한 실수

예전에 멍청한 짓 하나 저질러서 쥐구멍이라도 파고 싶었던 적이 있다. 괴로와서 잠도 안오더라. 아내에게도 미안했고. 근데 무슨 일인지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이번 일은 기록이라도 남겨놔야겠다.

몇주 후에 우리 애기와 첫 휴가를 떠난다. 아직 음식을 씹지도 못하는 아이와 여행을 가는 거니 신경쓰이는게 참 많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의사한테도 물어봐서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그 중에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꼭 필요하다고 말한 게 있다. 바로 travel stroller다. 우리 가족이 평소에 쓰는 유모차는 너무 커서 여행 갈 때 택시 트렁크에 실으면 가방이 몇개 못들어갈 것 같긴 하다. 내 생각에도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주변 사람들 뭐 쓰는지도 물어보고 아기용품점에도 가봤다.

유모차를 비행기에 싣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기내용 수화물 크기만큼 작게 접히는 것이라면 들고 들어갈 수 있다. 아니라면 gate까지 유모차를 들고 가서 거기서 check in을 하는 방법이다. 굳이 United Breaks Guitars를 예로 들지 않아도, check in을 한 화물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따라서 기내에 직접 들고 갈 수 있다면 그러는게 좋다. 특히나 비싼 스트롤러라면 check in을 하는게 좋은 생각 같지 않다.

아기용품점에서 비싸지만 마음에 드는 유모차를 발견해서 샀다. 가게에서 해준 설명과는 다르게, airline에 문의해보니 기내에 못들고 간단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반납하고 gate check in을 할 유모차를 사기로 했다. 어차피 이리저리 던지고 할텐데, 비싼거 살 필요 없다. 여기서 난 멍청한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이왕 싼거 살텐데 중고면 뭐 어떤가? Plan A가 안되면 plan B로 가야지, the other extreme end로 갈 필요는 없는데 내가 바보다.

난craigslist를 검색했고, 꽤 멀쩡해보이는 걸 발견했다. 약속을 잡고 가질러 갔다. 그때 상황을 설명하면, 파는 사람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내 차 뒷좌석에는 애기가 타고 있었다. 애기는 혼자 차에 있으면 운다. 내 머리는 어떻게든 빨리 deal을 끝내고 아이를 달래야겠다는 생각에 꽉 차 있었다.

사람은 멀티태스킹을 잘 못하게 설계되어 있다. 처음 유모차를 본 순간, 예상보다 좀 구려보이긴 했다. 그런데 자세히 inspection을 해보지는 못했다. Seller는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지만, 그쪽도 애들이 기다리고 있고, 난 우는 애에게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니 제대로 살펴본다고 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난 그걸 서둘러 동작시켜보고는 $100을 주고 차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이건 뭐… 망했다. 정말 멍청한 실수였다. 조금 낡아보이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 seller가 나에게 사기를 친 건 아니다. 주된 책임은 제대로 inspection 하지 못한 나에게 있다는거 잘 안다. 근데 그 사람도 좀 너무했다. 어떻게 이걸 $100에 팔 생각을 했을까. 반값이라도 아깝다. 아내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웠다. 쉽지 않겠지만, 나도 나같은 눈 삔 고기를 낚아서 팔 수도 있다. 근데 파는 것 자체가 양심에 찔릴 정도로 상태가 안좋다. 아내에게는 뭐 잔소리 좀 들었고, 그냥 새 유모차를 주문했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

뭐 그 금액이 내 인생을 어찌할만큼 큰 돈은 아니다. 외식 두세번 정도 밖에 안되는 돈이긴 하다. 그래도 속이 쓰리다. 유모차 상태를 확인한 순간 밥맛도 다 떨어지더라. 앞으로 이런 실수 안하도록 해야지. 최선을 다해서 머리에 잡념이 가득한 상태를 피하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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