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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USPS를 피해 살아야지

USPS는 미국 우체국이다. 편지 받고, 보내고 하는 건 잘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등기우편을 받는 것만큼은 USPS하고 엮이기 싫다.

올 초에 겪은 일이 갑자기 생각났다. 생각난 김에 적어봐야지.

우리집은 낮에 아무도 없을 때가 많다. 전에 살았던 high-rise 콘도에서야 우편물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뭐 그런거 없지. 사람이 없을 때 등기 우편이나 소포가 오면, 뭐 배달이 안된다. 이럴 경우에는 쪽지를 하나 남겨놓고 간다. 대충 ‘배달할 게 있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못했으니 니가 우체국에 직접 오거나 편한 날 골라서 다시 배달을 시켜라’ 이런 내용이다.

어느날 난 저런 쪽지를 받았어야 했는데 못받았다. 아마 우체부가 깜빡 하고 그걸 안남겨놨나보더라. 뭐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내게 와야 할 소포는 우체국에 남아 있었고, 난 그 사실을 몰랐다.

어느 월요일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다. 소포 맡아놨다고 쪽지를 보냈는데 왜 소식이 없냐며. 난 그런 쪽지 못받았다고 말했고, 이왕 이렇게 된거 내가 찾으러 우체국 가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그러라고 하더라. 난 돌아오는 토요일 오전에 가겠다고 했더니 그날 ID 갖고 오란다.

토요일날 우체국으로 갔다. 거기는 주차장도 없어서 길가에 돈내고 차를 세웠다. 카운터로 직원을 불러내서 지난 월요일에 내 소포가 여기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대뜸 tracking number를 달란다. 나한테 전화해준 사람이 그런거 안알려줬다고 하니까 tracking number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단다. 그래서 난 니네가 준 전화를 받고 니네가 시키는대로 물건을 가지러 왔을 뿐이다. Tracking number는 니네가 안알려준건데 왜 그걸 나한테 찾냐고 따졌다. 그 직원은 잠시 안으로 들어가서 나한테 전화를 한 사람을 찾더라. 실제로 찾아봤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 없단다. 여전히 tracking number 없으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더라. 주차 시간도 다 되어가는 마당에 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직원도 좀 신경질적이었다. 바쁜데 웬 진상 하나가 와서 자기 시간 잡아먹고 있냐 이런 뉘앙스였다.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좀 재수없이 이상한 직원한테 걸린 것 같았다. 내 소포가 그 우체국에 있는 건 분명하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 처음 생긴 건 아닐거 아닌가.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해봤다. 근데 얼레, 아까 나한테 면박 준 직원이 받더라. 주차해둔 차가 없어서 그런지 머리가 좀 돌아가더라. 나같은 경우가 처음은 아니지 않느냐. 내가 뭘 해줘야 내 소포를 찾아주겠냐고 물었더니 어디서 오는 소포냐고 묻더라. 한국에서 오는 소포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찾아보고는 소포가 있다고 했다. 그날 우체국으로 돌아가는 건 무리라서 tracking number가 적힌 sheet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토요일에 찾으러 가고 싶다고 하니까 그러라고 하더라.

그날 오후에 난 그 망할놈의 sheet를 받았다. Tracking number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redelivery 옵션도 있었고, 그 다음 토요일까지 맡아두고 있을테니 찾으러 와도 된다고 돼 있더라. 이게 진작 왔었으면, 아니 그 직원만 좀 똘똘했어도 이 고생을 안핱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다음 토요일, 난 그 sheet를 들고 찾으러 갔다. 여기서 물건을 무사히 찾았다면 내가 지금 이 글을 적고 있지는 않겠지. 무시무시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포가 이미 한국으로 반송되었단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다. 니네가 준 쪽지에 분명히 오늘까지 물건 맡아두고 있다고 적혀져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런데 그 직원 설명으로는 소포가 지네 오피스에 온지 한달이 되었기 때문에 반송했단다. 니네가 한달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난 월요일에야 연락 받았다고 했더니 직원 말이 걸작이었다. “니가 여기서 불평을 터뜨려봐야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 불평은 온라인으로 해라.” 난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빈손으로 나왔다.

그래 알려준대로 불만들 털어놓으려 USPS 웹사이트를 찾아갔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메뉴가 딱 있더라. 난 있었던 일을 적어놓고 submit 버튼을 눌렀다. 1-2 business day 안에 이슈를 해결하게 되어 있으니 좀 기다리란다. 그날이 토요일이었으니 다음주 화요일까지는 뭔가 되겠구나 싶더라.

수요일로 기억한다. USPS에서 내가 제기한 이슈에 대한 이멜이 하나 왔다. 난 뭐 사과라든가 어찌 다시 처리해주겠다던가 이런 내용일줄 알았다. 놀랍게도 이멜을 열어봤더니 “제기하신 이슈가 잘 처리되었지요? 우리가 얼마나 잘했는지 여기 설문을 응답해주세요.” 이지랄이더라. 내 응답은 간단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연락도 안왔는데 잘하긴 뭘 잘해”.

물론 그 이후로도 내 소포에 대한 소식이나, 내 컴플레인에 대한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이래서 사람들이Fedex나 DHL을 쓰는구나 싶다. USPS 직원들을 나쁘게 말하고 싶진 않다. 헌데 뭔 짓을 해도 안잘리는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 간에 일처리의 수준이 같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날 이후로 가능하면 USPS는 피하며 살고 있다. 뭐 international로 소포 주고받을 일 자체가 없었지만. 한국 우체국에서 국제특송을 보내면 어쩔 수 없이 USPS를 거치게 된다. 한국에서 누가 소포 보낸다 하면 어지간한 건 그냥 보내지 말고, 중요한 거라면 다른 서비스를 쓰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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