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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나를 잊지 않는 CFA Institute


CFA에 합격하면 이런 초대장이 날아든다. 한번만 오는 줄 알았는데, regular member로 등록을 안했더니 매년 날아오네. 이게 참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품고 있다. 지금에야 뭐 다 알지만, 처음 저걸 받았을 때는 아주 큰 감정의 기복을 겪었다.


먼저 마빡에 크게 적힌 저 글을 봐라. Congratulations New CFA Chartholders! 난 저걸 보고 ‘아항 Level 3만 합격하면 chartholder가 되는 거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정보처리기사 시험 합격하면 그냥 정보처리기사잖아. 뭐 복잡할 게 있나. 난 CFA도 그런줄 알고 내 Linkedin 프로파일에 가서 CFA chartholder라고 고쳐놨었다.

에이 썅 며칠 지나서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경력증명에다가 적지 않은 회비를 내야만 ‘CFA’를 내 명함에 넣을 수 있는 거였다. 그동안 시험비로 많은 돈을 지출했는데 또 회비까지 낸다는걸 알았을 때 진짜 누구한테 제대로 엿먹은 기분이었다. 물론, 마누라의 결제를 받아내는 것도 불가능할터. 난 지금까지 regular member로 등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회비를 내기 싫어서다.

한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글은 보통 첫문장이다. 난 공부할 때, 첫문장만 읽어서 전체 와꾸를 파악한 후에,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돌아와서 내용을 본다. 그래 결국 첫문장이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근데 이 첫문장은 얼마나 어이가 없냐. 아예 오해하라고 덫을 놨다. You are cordially invited to attend the 32nd Annual Dinner at no charge courtesy of CFA Society Chicago. 이게 무슨 소리냐. 공짜로 밥준다는 소리 아니냐. 얼씨구나 좋다 하고 있는 내게 다음 문장이 신속하게 찬물을 끼얹는다. 정회원으로 등록을 해야만 저기 갈 수 있다데. 이게 결국 회비를 내라는 소리다. 이럴거면 첫문장에 공짜라는 소리를 하지 말았어야지. 낚아도 이런 걸로 낚냐 이 추잡스런 놈아. 동시에 이 나이에 아직도 공짜 밥에 혹하는 내가 참 한심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시험비로 지출했고 고생 끝에 통과했으면 밥 한끼 정도 사줄만도 한데 얘네들도 참 너무하네.

CFA 협회도 우리가 고작 밥 때문에 그 많은 돈을 낼 리가 없다는 걸 안다. 거기다 훌륭한 연사를 준비해놨단다. 매년 내가 말 한번 섞어보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사람을 모셔온다. 올해는 특히 더 대단하네.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Richard H. Thaler 되신다. 아직 2018년 수상자가 발표되지 않았으니까, 이 바닥에서 가장 몸값 비싼 분을 모셔오는거다.

거기다 리셉션도 있다. 사실 내가 간다면 이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100이 넘는 돈을 또 따로 내란다. 물론, 입장료는 필터 역할을 한다. 그 금액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못올 것이고, 어느 정도 뭐라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겠지. 영양가 있는 분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긴 할 것이다.

허나! 안갈란다. 딱히 내게는 동기가 없다. CFA 됐다고 어디 가서 알리고픈 마음도 없고, 갑자기 영양가 있는 사람들 많이 알아야 될 필요도 없고, 훌륭한 사람들에게서 현 금융시장에 대한 강의를 들어도 당장 써먹을 데도 없다. 그래도 가장 큰 문제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사실이다. 저 반만 됐어도 생각을 해보겠구만. 저 돈이면 10월달에 있을 Justin Timberlake 콘서트도 갈 수 있겠다. 대신 마누라는 Mastro’s Steakhouse에 가자고 하겠지. 다섯번은 갈 수 있는 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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