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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사람들 앞에 나서 Speech를 할 수 있는 자격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내 말을 들어주는 것은 대단한 호의다. 보통 사람은 아무나에게 굳이 말을 들어주러 가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내 말을 들어주게 만들고 싶다면, 그만한 영양가가 내게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될 때 사람들은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CFA annual dinner 모임에 초청된 연사를 봐도 그렇다. 비즈니스 스쿨 나온 사람은 누구나 우러러 볼만한 사람을 연사로 모셨다. 올해는 노벨상 수상자 한분에 시카고대 교수 한분. 몇해 전에는 NYU 쿠랑에서 모셔왔더라.

푸앙카레 추측 증명하는 학회도 아니고, 시카고 CFA 모임인데도 이렇다. 이게 뭘 의미하느냐면 저 모임에 올만한 사람들이, 나같은 무지렁이 포함해서, 저정도 연사가 나와야 ‘아항 좀 들어볼까?’하고 온다는 뜻이다. 그렇다 해도 연단에서 이상한 소리하면, 수많은 질문으로 난도질당할 것이다. 게다가, 금융 외의 주제는 아마 꺼낼 생각도 못할 것이다.

비유가 너무 극단적이라면 신입사원 연수는 어떤가? 거기서 강사로 뛸래도, 회사에서 일 잘하고 그 분야에 지식도 많다고 인정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사람들 많이 모아놓고 한두시간이라도 내 얘기를 듣게 만드는 거, 절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고 연사가 나온다. 근데 다루는 주제에 대한 자격 증명이 필요 없고 질문도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을 기대할 수 있을까?
‘뭐 수준 따질 것도 없는 소리만 나올텐데 그런데를 굳이 가서 시간을 버리나. 잠이나 자지.’
이렇게 생각하는게 정상일거다. 게다가 거기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말이 높은 권위를 가져서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나? 제정신 붙은 사람이라면 이러겠지.
‘야 뭐 그리 이상한 동네가 있나 북한도 아니고.’
그런데 그런 동네가 진짜 있다. 한국계 개신교 교회다. 굳이 ‘한국계’를 붙인 이유는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도 다를 거 없어서다.

새로운 개신교 교회에 가볼 때마다, 목사가 설교시간에 건드리는 주제의 방대함에 놀란다. 정치, 경제는 기본이고, 때로는 역사, 의학, 지질학, 천문학에 기계공학까지 나오더라. 그런데, 목사가 과연 저분야에 대해 학부 수준으로라도 알 확률은 0%지 뭐. 그걸 꼭 생각을 해봐야 아나. 내가 아는 내용 나올 때 들어보면 대충 헛소리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고 뭐 다를까? 다를 리가 없다. 그럼 내가 왜 귀한 시간에 가서 헛소리를 들어주고 있어야 되냐.

신학대학과 교단의 qualification을 통과해서 목사가 되었다면, 그동안 많이 배웠을 것 아니냐. 예수님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데 예수님에 대한 내용으로 설교시간을 채울 자신이 없다면 도대체 그동안 뭘 배운거냐? 사람들 모아놓고 speech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긴 있는거냐?

게다가 한국계 개신교 교회에서는 CFA 연회비를 아득히 뛰어넘는 금액을 갖다바쳐야 ‘정상’이라고 주장한다. 내고 안내고는 내 자유라고 하지만, 안내면 죄를 짓는거란다. 많이 양보해서 CFA 연회비만큼의 돈만 내도 나쁜놈에서 빼준다고 하자. 그럼 그 돈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세개가 있다.

1. CFA annual dinner 가서 노벨상 수상자 강연 듣기
2. 교회에 나가 근본을 알 수 없는 설교 듣기
3. 마누라를 데리고 Mastro’s Steakhouse 가기

1, 2번 중에 뭘 골라야 정상일까? 당연히 1번이다. 난 거기에 CFA annual dinner보다 Mastro’s Steakhouse에서 마누라와 오봇한 시간 보내는게 더 낫다고 보는거고. 여기서는 좀 무리하게 가정해서 utility만 비교했지만, 3번이 시간도 돈도 적게 든다. 결론적으로 개신교 교회에 나가느니 Mastro’s Steakhouse에서 고기를 고르는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지금까지 난 여러 교회에 나가봤다. 거기서 발을 끊은 가장 큰 이유는 목회자의 수준이 낮아서다. 네트워킹 효과는 있으니까 설교만 좀 영양가가 있어서도 교회 나가는 게 가치가 있을 수 있었겠지. 허나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교를 할만한 자질이 없다. 핵심 콘텐츠가 경쟁력이 없으니 자꾸 다른 걸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예를 들면 교회에 의사가 많다거나 변호사가 많다거나 명문대생이 많다거나 하는거다. 의사가 필요하면 병원에 가고, 변호사가 필요하면 로펌에 가면 되고, 명문대생이랑 친해지고 싶으면 좋은 대학엘 가라.

‘핵심 콘텐츠의 부실함’은 가장 고치기 어려운 문제다. 이건 목회자의 자질에 기인한다. 캐파가 안되는 사람들, 평생 그렇게 산 사람들이 어느날 마음 좀 고쳐먹고 열심히 책도 읽고 한다고 어떻게 되는게 아니다. 그러니 문제를 알아도 그냥 하던 대로 갈 수 밖에 없다. 대충 아무말 대잔치 하면서 아는 척 거들먹거리고, 그게 또 먹히는 사람들도 있거든.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그냥 굴러가던 대로 굴러가는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그들은 변할 수 없다. 내가 거기 맞춰줄 생각도, 이유도 없다. 문제제기를 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상태 봐서 하는거다. 걔네들의 한계를 뻔히 이해하고 있는데 왜 그러겠나. 해봐야 뭐 사탄 소리나 듣겠지.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교회를 가면 모를까, 나는 목사님 설교 말씀에 ‘아멘’하는 보통의 개신교 신자가 될 수 없다. 그러니 나한테 제발 교회 가자 소리 좀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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