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nance

강 건너 불구경

몇해 전, 망해가는 회사 하나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 회사는 바로 GOPRO. 그때도 주가가 망해 있었는데, 거기서 또 대충 반토막이 났다. 불구경 한번 잘 했다. 진짜 뭘 해도 안되는게 이런거구나 싶더라.

또 내가 불구경 재밌게 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이번에는 테슬라(TSLA)다. 사실 몇해 전부터, 자신은 없었지만, 난 좀 비관적으로 봤다. 주된 이유는 재무상태였다. 이 회사의 Financial Statement를 보면, 코스닥 개잡주의 스멜이 강하게 났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빨려들어가고 있었고, CEO가 워낙 유명하고 명석한 인물이니 이 난관을 멋지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도 했다. 사실 그러려고 이 회사를 follow했는데, 본의 아니게 불구경이 되어버렸다.

지난 8월 6일, Chief Accounting Officer가 회사를 떠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좋은 소식이 한둘이 아닌데, 그걸 다 fade out 시켜버리는 느낌이네. 회사에 들어온지 한달만에 떠났단다. 회사의 모든 것을, hard number로 알 수 있는 위치 아닌가. 이제 업무파악이 됐을 땐데, 도저히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이제 쇼의 끝이 다가오는 것 같다. 그렇게 볼 이유가 한둘이 아니라 여기 적는 것도 무의미한 수준이다. 일이 이렇게 되고보니 몇달 전에 읽었던 기사 하나가 생각난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GM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MIT의 비즈니스 스쿨 이름은 Sloan이다. 이 사람이 바로 GM의 CEO였다. GM하면 생각나는 인물이다. 그런데GM을 만든 사람은 따로 있다. 그는 Steve Jobs가 생각날 정도로 파란만장한 커리어를 겪은 끝에 은퇴해서 잊혀졌다. 그 사람의 이름을 딴 비즈니스 스쿨도 없고 말이야. 말년엔 볼링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Sloan은 다름 아닌 GM을 크게 키운 사람이다. 비전을 제시한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한 사람인 것이지. GM은 이 부분에서 현명했다. 비전이 필요할 때와 실행력이 필요할 때를 잘 구분했으니까.

기업이 창조해갈 큰 목표를 제시하는 것과 그 길을 닦아가는 것은 별개다. 그걸 둘 다 잘 한 사람은 아주아주 드물다. 그 블룸버그 기사에서는 이 점을 지적한다. 테슬라의 이사회가 엘런 머스크를 재신임하기보다는 테슬라의 Sloan을 찾았더라면 어땠을까? 엘런 머스크 개인의 인기, 그로 인한 과도한 수준의 주가가 그들의 눈을 가린 것은 아니었나 싶다.

반응형

'Fin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통 한국 사람들을 위한 보험 가이드  (2) 2018.10.02
보통 사람들을 위한 주식투자 가이드  (2) 2018.09.25
나를 잊지 않는 CFA Institute  (0) 2018.09.09
Bitcoin에 대한 단상  (10) 2018.01.08
망할 것 같은 회사  (0) 201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