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웃긴 종교 이야기

오늘 문득 옛날에 내 친구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대순진리회 이야기인데 그 당시에 참 활약이 대단한 종교였다.


같이 일하던 동료이자 친구와 일 끝나고 술을 먹는데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한 표정으로 친구한테 돈을 떼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컴퓨터가 고장났는데 고쳐야 된다면서 돈을 빌려갔고 그 후로 소식이 없어졌단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한테서도 똑같은 이유로 제법 많은 돈을 빌려가서 떼먹었단다. 알고보니 그 돈을 대순진리회에 갖다바친 거였다며 분해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돈 빌려간 친구가 당시에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고 있었고 입대 전엔 그냥 멀쩡한 사람이었단 거다.


"어떻게 카투사 들어간 놈이 도인이 되냐고!"


이 말을 아주 분한듯, 동시에 억울해하며 뱉았는데 나는 웃겨서 좋다고 깔깔깔 웃었다.


그러고보니 갑자기 여러 일들이 생각났다. 어느날 친한 친구 하나늘 만났는데 어디서 이상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냐고 물었다. 난 그런 적 없다고 했더니 좋다고 웃으며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그 친구가 삼성역을 지나다 도인과 마주쳤다. 시간 좀 있냐는 도인에게 "배가 고파 빨리 가봐야된다"며 뿌리쳤댄다. 도인은 그럼 밥을 자기가 사주겠다고 했고 걔는 공짜 밥이나 먹자 싶어서 지금은 없어진 웬디스에서 햄버거를 얻어먹었단다. 걔가 햄버거를 먹는 동안 도인은 열심히 썰을 풀었다. 내 생각에 대순진리회 도인들은 자기들한테 썰을 풀도록 시간만 주면 누구든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직 임자를 못만났을 뿐인거지 뭐 그게 아무나한테 다 통하겠나.


그냥 도인이 하는 이야기에 "예~ 예~" 이러다가 밥을 다 먹었고 도인은 연락처를 달라고 하더란다. 그때 넘긴 연락처가 나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 연락처다. 전화번호는 A, 주소는 B, 호출기는 C 등등...


대학교엔 수많은 동아리가 있는데, 종교단체의 위장 동아리가 많다. 그런데 그게 같은 종교 믿는 사람들의 친목을 다지는 장이 된다면야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 동아리 이름은 커버일 뿐이고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서울대학교에도 대순진리회 동아리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동창 하나가 거길 나간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깊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잘 사는 것 같다.


또 마지막으로 하나. 한때 아주 못된 사람을 안 적이 있다. 허구한 날 비현실적인 걸로 시비를 걸어서, 나를 나쁜놈 만들고는 화를 내고 자기요구를 내놓았다. 그런데 웃긴게 그렇게 화를 내는 걸 보면 '내가 진짜 잘못한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하루는 그 사람과 강남역에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도 그 전에 뭔 이상한 걸로 시비를 걸고 자기가 화난 사람으로 포지셔닝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만나자마자 나를 보며 화난 척을 하고 호통을 치는 시나리오를 짜놓고 있었겠지. 그런데 강남역에서 혼자 있는 그 사람을 도인이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도인에게 제대로 걸려서 아주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결국 내가 구해준 셈이되었는데, 속으로 좀 고소하다는 생각은 했다.


대순진리회의 라이프 사이클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과 병역특례를 하던 시절엔 꽤 유명했다. 나도 참 젊고 천방지축이던 때인데 그때 기억을 되살려보니 이것 말고도 대순진리회 관련 웃긴 일이 참 많았네. 도인에게서 기가 맑다는 둥 칭찬을 듣고는 감동먹은 친구도 있었고... 그때 그 도인들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때 자신의 행동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도 그시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짓을 참 많이 했는데, 사실 지금도 하고 있고, 도인들에 비하면, 걔네들이 정신을 차렸다는 가정 하에, 새발에 피겠지. 내가 그랬다면 진짜 쪽팔려서 죽을지도 모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