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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차별화와 수준 낮은 차별화

사람은 누구나 남과 좋은 방향으로 차별화하고 싶어한다. 배움이나 경험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채워가고 그것이 드러남으로써 차별화가 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게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떨어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에 채운 것이 아닌 외형으로 차별화를 하려고 한다. 주로 가진 물건이 해당된다. 명품을 파는 업체들이 “명품을 가지면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다 먹히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금 더 떨어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능력을 갖고 뻥을 쳐서 어떻게든 차별화를 해보려는 경우도 있더라.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차별화가 좋은 쪽으로 이미 되어 있으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무런 노력도 안하고 그냥 깔아뭉갤 수 있는 사람이 생겨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황당한 생각을 이미 하는 수준의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주로 태어난 지역, 집안, 성별, 인종 등등을 갖고 차별화를 시도하는데 주변에 이런 사람이 없긴 하지만, 사람이 밑바닥으로 내려가다보니 이런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 철모르는 초글링 시절에야 노력없이 그냥 갖고 있는 것(덩치, 아버지 힘, 아버지 차, 집 평수)로 상대를 이겨보려 악을 쓰지만, 조금만 크면 저게 쪽팔리는 줄 알고 안그러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못하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외모나 가진 것으로 차별하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을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좋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야구를 잘 못하는 야구선수에게 부족한 타격 실력을 지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야구실력이야 연습을 하면 개선할 여지라도 있지만, 인종 같은 문제는 뭘 어찌하란 말인가? 이것은 차별화도 아닌 낙인 찍기이다. 어떤 무리의 특징을 하나 잡아서 “열등한 것”으로 낙인 찍고는 조롱하고 멸시하며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껴보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월감을 느껴보려는 사람들에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만히 있다가 말이 안되는 이유로 열등한 취급을 받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나. 이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갈등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정말 쓸데 없는 갈등이다. 그래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친놈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본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어서 미국에선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아주 심각하게 본다. 특히 인종 차별적인 언행을 하면 사회적으로 끝난다.

내가 미국 회사에서 일한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있었던 일이다. 옆자리에 앉은 동료와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 대사를 말해줬는데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그만하라는 것이다. 그 대사에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누가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걸 본다면 당장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해줬다. 난 그 단어가 나쁜 말인지도 몰랐고 그 애도 내가 모르고 한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나를 비난하진 않았다.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다. 미국에서는 정치적인 올바름과 가치 판단의 올바름에 대해서 아주 교육을 철저히 하는 모양이다.

http://m.media.daum.net/m/media/world/newsview/20131222172005077
며칠 전,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여기선 아무도 해고하는 것은 심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그냥 그럴만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가장 큰 사회 갈등이라면, 호남지역 차별이다. 난 여기서 인종차별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어떤 그룹의 타고난 특징을 열등한 것으로 낙인찍고 집단적으로 혐오하는 것이다. 태어나보니 호남지역인데 뭘 어찌하란 말인가? 앞서 말한대로 야구 선수가 연습 안하고 술먹는다고 비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런 경우라면 술 끊고 공 던지면 되지만 타고난 것은 어쩌란 말인가? 그럼 반대로 부산지역에 태어나면 자동으로 호남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기 발 밑에 있다는 소리라도 되는 건가?

얼마 전에 어느 국회의원이 자기 마음에 안드는 수사를 하는 경찰에게 “광주의 경찰이냐?”라고 묻는 것을 봤다. 그 사람의 뜻은 간단하다. 지역감정을 부추겨보겠다는 것이다. 광주가 무슨 역도들이 단체로 이주해간 지역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 아닌가. 그 정치인이 북한 출신이라 모르고 했다고도 하는데 변명이라도 좀 성의껏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뭘 모르는 사람이 어찌 그리 지역차별적인 언어를 정확하게 구사를 하냐. 정치인의 역할이 갈등 조절일텐데 이런 쓸데 없는 갈등을 정치인이 앞장서서 일으키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한국의 수준을 확인했다. 그리고 또 국정원에서 남긴 댓글은 어떠한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정상적인 사회였다면 저런 사람은 그 자리에서 정치생명이 끝나고 매장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국정원 직원도 해고되었을 것이다. 하지면 아직까지 별 일이 없다. 이것은 한국사회의 큰 병이다. 이 병이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한국 뉴스를 보면, 금방일본이고 뭐고 다 추월할 것 같다. 일본은 지는 해이고 미국도 문제가 많다. 중국은 아직 수준이 떨어진다는거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한국은 너무나 작은 나라다. 그 작은 나라마저 제대로 통합하지 않고 아무 영양가 없는 갈등을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일으킨다. 거기 동조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냐. 놀라운 것은 그 갈등의 수준이 놀랄만큼 낮다는 것이다. 미국이 인종차별에 대한 가치의 올바름도 가지지 못한 미성숙한 사회였다면 지금 이 위치에 올 수 있었을까?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사회의 수준이 이런가치 판단을 할만큼 올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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