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에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니...
한국에서 요즘 시끄러운 이슈는 국정원 대선개입과 NLL 이슈다. 모두 다 국정원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게 우연일 리는 없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서부터는 한국 뉴스를 잘 안보긴 했는데, 가끔 들어가보면 신기할 정도로 수준 낮은 댓글들이 부쩍 늘었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그 수준 이하 댓글을 바로 국정원이 달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어이가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어떻게 그런 수준 낮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 댓글들을 보니 참 나름 창의적이긴 한 것 같다.
NLL은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여당과 국정원에 대한 여론이 안좋아지니 국면 전환용 물타기로 꺼내놓은 것인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게 아니라면 이걸 꺼내놓을 이유도 없거니와 이렇게 무리수를 던질 이유도 없다.
그런데 난 한가지 걱정이 된다. 사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은 건 한국을 벗어나면 그다지 뉴스가 아닌 것 같다. 미국 뉴스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잘못한 놈들이 책임지고 잘못된 조직 고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지네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 국제 외교의 불문율을 내다던지는 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 난리통을 보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선 사소한 이익 때문에라도 정상간 나눈 대화가 언제든 공개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믿을 수 없게 되면, 과연 어떤 나라와 정상적으로 정상외교를 할 수 있을까? 한국의 외교력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들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국익 정도는 가뿐히 던져버리는 모습,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몇년 되지도 않은 외교문서를 공개해서 갑론을박 하는 모습은 어지간한 후진국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국익을 위해서 힘써야 할 국가기관과 집권세력이 국가 수준을 저 아래로 떨어뜨린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틈만 나면 부르짓던 것이 "국격" 아닌가.
생각해보면 국정원이 달았다는 그 댓글의 수준과 정상회담록을 까발리는 행동의 수준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나도 그 정상 대화록을 읽어봤다. 다는 못봤지만 언론에서 요약해놓은 부분도 봤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집권당에서 주장했던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보였다. 그들도 알았을 것이다. 알면서도 우기고 언론을 이용해서 확대 보도하면 보통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생각해버린다. 집권세력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세력들이 현재 한국의 언론도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니 이런 작업 정도는 쉽게 될 것이고, 당연히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사실 이것 정도야 늘상 있어온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 앞에서 말한대로 정상외교의 불문율을 사소한 이익을 위해서 집어던지는 모습. 앞으로 국익에 해가 될 것이 뻔한 것도 가볍게 저질러버리는 몰지각함에 너무 놀랐다. 창조적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