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단상
나도 학교 다닐 때 허구헌날 '정권 퇴진 운동'에 목을 메는 운동권 애들이 많았다. 운동권이라고 다 같은 또라이들은 하여간 그 중에 제정신 아닌 놈들이 제법 많은게 사실이었다. 자기들끼리는 그게 수십년을 이어온 논리라며 또라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만, 대순진리회가 수십년 묵었다고 사이비종교가 아닌게 될 수는 없는거니까. 내가 느끼기엔 거의 종교 수준이었다.
뭐 하여간 그런 애들 많았다. 하지만 대게 나이를 먹어가며 정신을 차리기 마련이니, 그런 애들도 나중에 변리사도 되고 검사도 되고 하더라. 그런데 가끔 궁금했다. 그 중에 혹시 정신 못차린 놈들이 있다면 과연 어떻게 돼 있을까?
난 그 답을 작년 통진당 사태 때 얻을 수 있었다. 그래 그냥 하던 짓 계속 하면서 사는거더라.
국정원에서 녹취했다는 문제의 강연도 아마 종교단체(기독교) 부흥회와 비슷한 분위기였을 것이다.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는데 장난감 총으로 파출소 터는 것 쯤 심한 판타지도 아니지 뭐.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 망상을 걔네들은 정말로 믿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내 생각에는 진짜 그렇게 믿고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우두머리인 이석기조차도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가련한 인생들이다.
학교 다닐 때 그런 열혈 운동권 또라이를 볼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보통 학생들(나를 포함하여)이 겪는 문제는 이미 자기들은 해결책을 다 갖고 있다. 그 해결책이 투쟁이란다. 그런데 뭔가를 해결해본 적은 없다. 여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자기들은 모두 다 그 맥락을 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김대중정부가 따랐던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해서도 아주 깊이 이해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겨우, 출처 불명의, A4 3장 분량 문서 읽어본게 다다. 신자유주의를 주창한 '엔서니 기든스'의 '제 3의 길'조차 읽어본 놈이 드물었다. 그런데도 스스로를 행동하는 지성으로 생각한다. 나머지는 생각없이 사는 꼭두각시이고 말이다. 황당할 따름이다.
그런 수준으로 보통의 사람들을 설복해서 자기를 지지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겨우 '말이 통하는' 끼리끼리 놀게 된다. 아스트랄한 논리와 판타지 소설틱한 현실인식을 집단적으로 공유하게 된다. 이석기란 사람도 결국 저런 집단 중에 말발 좀 쎄고 cash flow를 (운동권으로부터 뽑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일 거다.
도대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북한을 추종하냐. 진짜 미친 놈들이다. 그런데 저런 미친놈들이 판타지 소설을 실제로 믿고 있다고 해서 감옥에 가둘 수는 없는 일이다. 판타지 소설을 믿고 진짜 미친 짓을 해야 감옥에 집어 넣을 수 있을텐데 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다.
아마 그 미친 짓이란게 저 녹취록에서 떠든 수준은 아니고, 일심회 사건처럼 뭔 정보를 북한에 송달했다거나 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환상 속에서야 세상을 구할(?) 혁명가요 선각자지만 어디 현실 속에선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