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 형님 두번째 알현

Markowitz 2014. 3. 5. 05:07
2014년 3월 2일 오후 3시, 2011년에 이어 키신 형님을 두번째로 알현했다. 키신은 이 시대 최고 피아니스트 중 하나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고 더러는 역사를 통틀어도 몇명에 들어간다고 한다.

2011년에는 난 학생이었고, 돈이 없었다. 인기 공연은 학생 할인티켓도 없기 때문에 좀 무리했다. 그땐 같이 간 일행이 고집해서 세번째나 네번째로 싼 티켓을 끊었던 것 같다. 연주회를 보고나니 5불을 아끼려고 조금 더 싼 자리로 가려고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티켓 가격은 문제가 덜 됐다. 티켓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말이다. 다만 피아노에 문외한인 아내를 데리고 가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아내는 잘 모르는 것에 비싼 돈을 쓰고 싶어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두번째로 싼 티켓을 샀다. 연주자를 볼 수 있는 곳 중에 가장 싼 좌석이다. 거의 천장에 붙어있다시피했다. 어찌나 가파른지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아내는 다음에 오게 되면 좀 좋은 자리로 가잔다. 여기서 좋은 자리가 그런 의미는 아닐텐데.

정말 대단한 연주회였다. 시카고 트리뷴에 실린 공연 리뷰에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전성기가 언급될 정도였다. 내가 감히 키신 형님을 평할 수는 없지만 어느 단계를 넘어선 최고 경지의 느낌이 났다. 이건 연주가 아니라 온전히 그 음악이었다.

난 그냥 애호가다. 이런 취미 수준의 애호가에게는 조금 생소한 스트라빈을 연주하셨지만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형님의 손은 건반 위를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강하면서도 섬세하고 시적이었다. 그 압도적인 느낌은 지난 2011년보다 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키신 형님은 전성기이다.

정규 프로그램이 끝나자 대부분의 관객이 일어나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키신 형님은 세곡의 앙코르로 화답해주셨다. 한결같이 대단한 연주를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연주를 서비스로 들어도 되나?”

이제 형님은 같은 프로그램을 들고 뉴욕을 거쳐 한국에 가신다. 한국에서의 연주회는 거의 락 콘서트와 같은 분위기라는데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혹시 한국에서 이번 연주회에 갈 사람이 이 글을 볼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대단할거라는 말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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