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땅콩리턴에 대한 외국 사람들의 반응
정말 희대의 황당사건이다. 이게 완전 story of the day여서 직장동료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 그리고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다 한목소리로 crazy라고 하더라. 한국 언론에 나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다들 오너 딸이라고 진상부린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국언론에서 지적을 한 것이지만, 파일럿이 정말 부사장 말대로 되돌아 간 것에서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더라. 한국식으로는 부사장이 지랄을 하면 파일럿이 돌아가야지 뭐 어쩌겠나 싶은데,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한다면 파일럿이 부사장의 그런 이상한 지시를 받을 이유는 없는 게 맞다. 여기 미국 사람들 상식으로는 지랄하는 놈이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지랄을 받아준다는 게 드문 일이다보니 거기서 충격을 받는 것 같다.
또 한가지는 사과를 부사장의 아버지인 회장이 대신 했다는 점이다. 여기 사람들 반응은 “왜 아버지가 나서지?” 이거다. 무슨 애도 아니고 나이 40이나 먹은 자식 사과를 아버지가 대신 한다는게 인류 보편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거다. 뭐 이동네 상식 찾을 것까지도 없지 싶다. 이게 한국인들 제대로 된 행동이라 할 수 있나.
난 이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 그 나이 먹고 국제적으로 진상을 떨었다는 데서 평소 가정교육이 어땠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런데 아버지가 대신 나서서 사과를 하는 걸 보니 내 짐작에 확신을 주더라. 만약 정말 자기가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켰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걸 바로잡을 생각이 있었다면 그 자식에게 사과를 시켰어야 한다. 자신이 한 진상 짓에 대한 책임을 남이 아닌 본인이 짊어지는 것, 이게 바로 제대로 된 교육이다. 가정교육이 저모양이라는 걸 전세계적으로 광고한 후에도 아직 자식 교육을 제대로 안시키고 있다. 참 대단한 집안이다.
적고보니 이게 바로 부모 욕먹이는 거구나 싶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멀쩡하고 화목한 가정을 갖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여기에 돈이 많은 기여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화목한 가정에 있어서 돈의 한계 효용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대한항공이 무슨 듣보잡 항공사도 아니고 여기 시카고 오헤어에서도 매일 같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다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다. 대한항공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안좋아진 것 같다. 아마 난 앞으로도 한국에 갈 일이 있으면 대한항공을 이용할 것이다. 그동안 승무원들을 보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측은하게 바라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