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TV에서 TV 말고 딴거 보는 사람 대열에 합류

Markowitz 2015. 1. 14. 09:27

내가 얼리어답터는 절대 아니지만, 나도 요상한 기능이 많은 TV를 갖고 있다. 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그 화려한 기능을 하나도 안쓰고 TV만 봤다.

얼마 전, 내 TV가 인터넷에 붙어서 유튜브 비디오를 재생할 수 있다는 소리를 줏어들었다. 이런 천지개벽할 소식이 있나. 그래서 랜선을 구해다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TV를 인터넷에 연결했다.

한번도 눌러본 적 없는 스마트 기능 버튼을 찾아서 누르고 갖가지 업데이트를 받은 후, 유튜브 앱을 설치했다. 처음으로 그 앱을 누르던 순간 얼마나 설레이던지. 큰 TV 화면에 뜬 유튜브 로고가 그렇게 신성해보일 수가 없었다. 비록 리모콘으로 단어를 입력하는 것은 불편하긴 하겠지만 기꺼이 감수하리라.

그런데 말이다. 로고만 보여주고 다음 화면으로 안넘어가더라. 혹시나 해서 30분 정도 켜놨는데 여전히 뭐가 되는 것 같지가 않더라. 이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앱을 삭제하고 다시 설치도 해봤다. 삭제하는 방법 찾는 것도 오지게 어렵더라. 하지만, 아무리 난리 굿을 떨어도 유튜브 앱은 야속하게시리 로고만 보여주고 아무것도 안되더라.

한참 리서치를 해본 끝에 유튜브 앱에 버그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유튜브 앱은 실행과 동시에 특정 인터넷 주소에 접속하도록 되어 있다. 그 주소는 특별히 삼성 TV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예전엔 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안된단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글이 직접 그 유튜브 앱을 다른 주소에 붙도록 바꾸거나, 그 주소 화면을 돌려놔야 된다.

이 문제가 발생한지는 이미 여러달이 되었다. 전체 유튜브 트래픽 중에 삼성 TV 앱에서 발생하는 게 얼마나 되겠나. 아마도 0.001% 정도 되면 다행이겠지. 이 미미한 숫자의 사용자를 위해서 구글이 굳이 자기네 사이트를 바꾸거나, 인원을 배정해서 앱을 고칠 생각이 없는거다

TV가 인터넷에 붙어서 뭔가 한다는 아이디어는 삼성만의 것이 아니다. 구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서 Chromecast란 걸 내놨다. 아무래도 자기네 제품이 있다보니 이놈의 앱을 이리 놔두는 것 같다. 가만 놔두면 나같은 놈에게 Chromecast를 팔 수 있을테니 말이다. 아마도 이 앱은 Chromecast 나오기 전엔 열심히 만들었을 것이다.

시장에 TV를 보완하는 제품이 많이 나와 있더라. 그런데 결국 Chromecast나 Apple TV 같은 모델이 살아남을 것 같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콘트롤러로 사용하는 게 맞을 것 같다. TV의 스마트 기능을 잠깐 이용해봤을 뿐이지만, 리모콘으로 이런저런 입력을 하는게 너무 답답했다. Play Station이나 Xbox를 써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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