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한국 사회의 유리천장

Markowitz 2015. 5. 2. 07:58

가용한 노동력은 한 나라의 거시경제 분석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부족한 노동 자원을 보충하는 방법은 이민을 받거나 여성에게 직업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여성의 사회참여를 활발하게 할 수 있을까? 이거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난 지식이 부족해 여기에 대한 답은 생각나는게 없지만, 원인 중 하나로 보이는 유리천장에 대해서는 조금 느낀 바가 있다.

먼저 말해두고 싶은 건, 난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내 경험에서 느낀 것을 쓸 뿐이다. 내가 다닌 직장과 비슷한 곳이라면 적용이 가능하겠지만, 안그런 경우도 많을테니 오해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한국 회사들이 대충 분위기가 비슷하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일까.

회사에 가보면 높은 직급의 사람들은 거의 다 남자다.옛날에야 여자들은 결혼하면 커리어보다는 가정에 신경쓰는게 당연해서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나이가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각 팀의 에이스가 여자인 경우는 보기 어렵다. 솔직히 난 한명도 못봤다. 일단 내가 공돌이들이 다니는 회사를 다녀도 그럴 수 있다. 그런데,친구가 다니는 회사에 여자가 많은 데도 핵심 부서의 핵심 직원들은 남자들인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 회사에서 스폰 받아 MBA 나오는 사람들을 봐도 남자가 훨씬 많으니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결론내려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거다.

이게 남자들이 더 똑똑하고 책임감이 강해서인 것 같나? 훗, 그럴 리가 있나. 내 생각으로는 남자들이 대충 체력이 더 좋아서다.

핵심부서는 일이 많다. 거기서 핵심직원이려면 일을 죽어라 해야된다. 허구헌날 야근에 철야도 심심찮게 한다. 게다가 일 잘한다고 소문나면, 여기저기 해결사로 불려다니는 일이 많다. 해결사가 왜 필요하겠나? 일이 엉망이 됐고 기한은 촉박하니 그런거지. 이러다보니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똑똑한 것은 물론이고 체력까지 받쳐줘야 된다. 다시 말하자면, 남자가 두각을 내는 게 아니라 체력 좋은 사람이 에이스가 되는거다. 무슨 마라톤 선수도 아니고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냐. 내가 해놓고도 어이가 없다.

한국에서 내가 겪어본 절정의 용사들은 모두 대단한 체력을 갖고 있었다. 나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뭐 근데 결말을 말해주자면, 결국 몸 망가져서 피똥 쌌다. 이게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는 게 참 거시기하구만. 나 말고 그런 사람 몇명 더 안다. 윗분들 중에서도 가정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신기하다 싶은 분들 많이 봤다.

내가 하는 얘기는 체력이 중요하니 운동이라도 하라는 게 아니다. 체력을 기이한 수준으로 요하는 근로환경이 문제라는 거다. 그게 어쩌다 유리천장에 어느정도 기여한 것이고. 무슨 21세기에 새마을 운동도 아니고 갈수록 체력이 국력이냐.

한국 사람들은 후기산업사회 혹은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데 기업 문화는 아직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다. 지식노동자들은 과도하게 굴리면 생산성이 더 떨어진다. 이 노가다스런 근무환경을 개선한다면 아주 많은 것이 좋아질거라 본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여담으로 대충 건너 아는 사람 중에 스폰 받아서 MBA 간 여자가 있다. 그 회사는 저녁 되면 경비원이 돌아다니면서 불을 다 끈다. 야근 없는 회사에서는 체력에 상관없이 핵심 직원일 수 있으니 유리천장이 약하거나 없을 것이라는 내 가설을 뒷받침하기엔 너무 샘플이 작나?

또 하나 미국 회사라고 다 야근이 없지는 않다. 실리콘벨리 테크기업이나 투자은행 쪽의 근무시간은 한국과 견주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는 직업의 비율이 한국에 비하면 훨씬 작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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