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현재와 미래 2편 – 사람들은 왜 결혼을 안하는가
앞서서 결혼이라는 결정에 이르는 데 중요한 요인 세가지를 따져봤다.
경제적 인센티브: negative
사회적인 대접: positive
결혼생활: inconclusive, 예측이 어려움
그럼 왜 요즘 들어서 결혼을 더 안하는지에 대해서 역시 이 세가지 요인을 갖고 생각해봤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여성의 지위 향상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여자가 취업해서 커리어를 쌓는게 어려웠다. 쉽게 말해서 여자는 혼자서 밥먹고 살기가 팍팍했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게 생존에 유리했다. 그런데 그동안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남성과 동등해지는 방향으로 많이 이동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이다. 그래서 특히 여성에게 경제적인 동인이 많이 약해졌다.
사회적인 대접도 달라졌다. 20년 전만 해도 서른이 넘도록 결혼을 안하고 있으면 집안이 난리가 났다. 이혼한 사람들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모자란 배우자라도 있는게 사회생활에 유리했다. 행여 문제가 좀 있더라도 이혼하지 않고 꾹 참고 사는게 우리 부모 세대에는 흔했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을 안하는 사람도 많고 이혼한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만나보면 모두 멀쩡한 사람들이다. 이렇다보니 사회적인 편견도 많이 없어졌고 따라서 결혼에 대한 압박도 많이 느슨해진 것 같다.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형이하학적인 얘길 먼저 해야겠다. 예전엔 결혼을 하는게 성욕을 해소하기에 유리했다. 결혼을 못하면 재미를 못본다는 노래 가사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성이 개방되면서 결혼을 하지 않아도 성생활을 많이 한다. 나도 성욕을 해소하는 데에는 결혼을 하는게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좀 심하게는 결혼을 안하는게 유리하다는 놈도 봤다.
예전엔 서른 좀 넘으면 만날 친구도 없었다고 한다. 다들 결혼을 했고 배우자의 눈치를 보느라 가족 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가 크면 그 때야 reunion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을 안한 사람들도 많으니 만날 친구가 없어서 외로움을 느끼는 일도 덜해졌다.
난 여기에 두가지 이유를 덧붙이고 싶다. 바로 이혼의 비용과 경기침체다.
Consumer Behavior 연구에서 말하길, 중고거래나 반품이 쉬우면 사람들이 물건을 더 쉽게 산댄다. 내 생각에는 이게 결혼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이혼을 하게 되면 경제력이 더 나은 쪽이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꼭 돈만이 아니다. 이혼의 과정이 피곤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높은 이혼의 비용 역시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하나의 이유라고 본다.
지금까지 열거한 모든 이유에 강력한 촉매로 작용한 것이 “경기침체”인 것 같다. 내가 유학을 고민하고 있을 때 사촌형님이 해주신 금언이 있다.
“그렇게 주판알 튀기고 있으면 안가야 된다는 결론 밖에 안나온다.”
어느 회계사는 이런 말을 해주더라.
“아무리 좋은 투자라도 회계사가 분석해보면 딱 은행 이자만큼의 수익만 나온다고 결론 난다. 이래서 회계사 치고 투자 잘하는 사람 못봤다.”
유불리와 리스크를 자세히 따지기 시작하면 사람이 뭘 할 수가 없다. 결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확실히 수십년 전보다는 조건을 많이 따지게 된 것 같다. 내 생각엔 이게 다 사는게 팍팍해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지 않나. 지금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서 낙관하고 있던 1980년대가 아니다. 경제가 덜 성장하니 사는게 팍팍하고 사는게 팍팍하니 혹시나 손해볼까 싶어서 더 자세히 따지는게지. 그럴수록 더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가 변하면서 전통적인 결혼의 덕목은 흐려지고 단점은 그대로인데다 이혼은 비싸고 경기침체로 사람들이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