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단골 식당 하나 없어졌다

Markowitz 2016. 2. 15. 11:54

난 동네 식당이 좋다. 특히 동네 단골 식당이 하나 생길 때마다 이 동네에 뿌리를 깊이 내리는 느낌이다.


이 동네에 이사온지가 여러해가 되었고 단골 식당도 여러개 생겼다. 그런데 그 중 한곳에 갔다가 아주 당황스런 일을 겪었다.


오랜만에 손님들을 모시고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웬걸 한 팀이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평소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뭐 오늘 손님 좀 많나 했지. 겨우 한 팀 앞에 있는데 기다려봐야 얼마나 기다리겠나 싶기도 하고, 웨이터들도 뭐 얼마 안기다리면 자리 나온다고 해서 그냥 기다렸다. 그런데 거의 1시간을 기다렸다.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는데, 자리에 앉게 돼서 그냥 기뻤다.


주문은 빨리 받아갔는데, 물 나오는 것도, 미소국이 나오는 것도 너무 느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일행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음식 없이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식당 분위기도 따라서 침울했고. 이제 막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만, 뭔 일이 생길지 알 턱이 없으니, 신나게 떠들어댔다.


음식이 차려지는데 걸린 시간도 거의 한시간. 이쯤 되니 음식이 반갑지가 않더군. 원래 식사 중에 웨이터가 와서 괜찮냐 어떠냐 물어보는데 이날은 그러지도 않더라. 하기사 안괜찮은거 뻔히 알텐데, 그 상황에 물어보면 약올리는 것 밖에 안된다. 우린 그냥 뚝딱 해치우고는 후식이 나오기도 전에 털고 일어나려 했다. 뭐 일어나는 중에 후식을 급히 내오긴 하더라만.


화난 표정의 일행들을 먼저 내보내고 계산을 하면서 뭔 일이 있었나 물어봤다. 주방에 사람이 부족해서 일손이 달린단다. 그래 그랬나보다. 음식이 안나오니 다 밀려서 이 사단이 났나보다. 그런데말이다. 정상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면 우리에게 알렸어야 하지 않나? 만약 그랬다면 다른 곳에 가서 식사 잘 했을 것이다. 오히려 웨이터들은 우리에게 금방 있으면 자리가 날 것처럼 얘기해서 우리를 붙들어뒀다. 게다가 식사를 기다리던 중에도 우린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이건 뭐 내 인생 최악의 dining experience다.


대학교에 있을 때 중국집에 점심을 많이 시켜 먹었다. 가끔 한시간씩 음식이 안오는 일이 있었다. 그러면 배달원은 미안하다며 음식값을 안받았다. 여긴 그런거 없다. 아무리 서비스가 엉망이고 음식이 맛이 없어도 돈은 내야된다. 대신, 처음으로 팁을 주지 않고 나왔다. 어디서 어글리 코리언들이 팁을 짜게 주네 어쩌네 하는 소리 들었을 땐 사람들 왜 저러고 사나 싶었는데 내가 이러는 날이 올줄이야. 그 상황에는 저 의사 표현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좀 미안하기도 했다. 아니 안타까웠다는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저 레스토랑에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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