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는다는 것
나는 낯을 많이 가린다. 남 앞에 나서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어릴 땐 더 했다. 좀 무거운 자리에서는 말도 잘 못했다. 그냥 바짝 얼어갖고 말도 더듬고 그런게 바로 나다. 이래서 난 불특정 다수에게 날 노출시키는 일은 최대한 피하면서 살았다. 허나 내가 하고 싶은데로만 살아지는게 아니지. 내가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자세히 그 사건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그때도 지금도 난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다. 그런데 상대는 나보다 힘이 있는 사람이었고, 난 그 조직을 떠났다. 몇달이 지난 어느날 난 내 욕이 떠돌아다닌다는 걸 알게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통해서 말이다. 정말 큰 충격이었다. 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날 미친놈이라고 욕을 하고 있다라... 아니 그걸 알았던 그 당시에는 좀 놀라긴 했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 순간이 이렇게 선명하게 기억으로 남아있는 걸 보니 내 영혼에 큰 생채기를 남긴 게 분명하다.
그 이후로 난 그곳에 대한 언급을 피했고, 거기 관련된 사람들을 피해다녔다. 의도적으로 피한게 아니라 그냥 본능적으로 그리 되더라. 그런데 뭐 그러기가 쉽나. 처음 만나서 즐겁게 어울리던 사람도, 나에 대한 소문의 전파경로에 가까웠던 걸 알게 된 순간 위축되더라. 매번 이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래 지나고보니 내 소문이 나쁘게 퍼진 것만은 아니었더라. 나중에 미국 와서 만난 사람들 중에 그 사건을 제대로 알고 있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게 너였냐며 놀라워 하시더라. 당시에도 그 사건의 내막을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영감쟁이의 위세가 등등하기에 제대로 된 내용이 퍼져나갈 수가 없었겠지. 문제라면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주 소수고, 날 미친놈으로 만든 소문은 초기에 빠르게 퍼져나갔다는거지.
뭐 하여간 불쾌한 일이었고,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성격이 외향적이었다면 좀 덜했을까? 아마 좀 덜하긴 했겠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거다.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한테 갑자기 뺨을 후드려맞았다고 쳐보자. 내가 어린 아이였다면 다칠 수도 있는 일이다. 맷집이 좋은 성인이라면 뭐 어디가 어떻게 되진 않겠지만 불쾌하고 충격적인 일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된 이유도 없이 욕을 먹는게 매일 일어난다라. 끔찍하다. 그걸 버텨내는 건 정말 쉽지 않을거다. 그냥 버티는 것 말고 정신을 온전하게 보전하면서 극복하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그러고 사는 사람들이 있지. 유명인들, 특히 유명 연예인들이다.
어제 어느 여자 가수의 소식을 들었다. 그녀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