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포칼립스 7주째
집에 짱박힌지 7주째이자, 우리 첫째가 데이케어 못간지도 7주다. 애기들 둘이 집에 있으니까 뭘 할 수가 없네. 그나마 조깅이라도 몇번 뛰러 나간게 용하다.
하지만 뭐 생각보다는 순항중이다. 어렵기로는 비교할 대상이 드문 우리 첫째가 많이 착해졌다. 그래도 쉬워진 건 아니고, 보통 아이 돌보는데 드는 힘이 1이라면, 얘는 3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1.5 정도의 일 밖에 안되네. 내 생각에는 그동안 데이케어에서 하루종일 머문 게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엄마 아빠에게서 떨어져서 온종일 있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가 집에 오니깐 뭐 그 사단이 난거지. 이제는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까 너무 행복해하네. 그러니까 말도 좀 잘 듣고 말썽도 덜 부리고. 워낙 예민하고 demanding한 애라 그런 것 같다. 이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데이케어가 언제 다시 문을 열지 모르겠는데, 보낼 수 밖에 없겠지만, 보내는게 맞는 것인지 좀 생각을 해볼 필요는 있겠다.
주식 시장도 생각보다 순항중이네. 이게 내 생각대로 투자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연말이나 되어야 S&P 500이 2800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거긴 진작 뚫렸다. 마켓이 회복될 때 분산해서 넣으려고 준비해논 돈을 10분의 1도 못넣었는데 벌써 이리됐네. 난 솔직히 4월에서 6월까지는 완전히 죽을 쑬 줄 알았다. 그리고 길게는 9월까지도 암울한 분위기일 줄 알았지. 작은 비즈니스도 많이 망하고, 은행권에까지 영향이 갈 것도 분명하다. 게다가 이게 몇달 이상 끌면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도 제법 나올거고 말이야. 그리고 한 5개월에 걸쳐서 분산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거 뭐... 돌팔이도 이런 돌팔이가 없네. 난 역시 트레이딩에는 재주가 없다. 아니 트레이딩이 문제가 아니고 그냥 투자도, 우직하게 자동이체 하는거 말고는 뭐 머리 써봐야 다 backfire나 하고. 내 성적과는 별개로, 주식 시장 분위기가 실물 경제와 크게 유리되어 있는데 이게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 1년 지나도 실물 경기는 이전으로 못돌아갈텐데 말이다.
내가 데스크탑 앞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게 참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퍼포먼스가 너무 떨어져서 걱정이다. 얼굴 마주보고 잠시 말하면 될 걸, 띄엄띄엄 이멜로 왔다갔다 하니까 진행이 안되네. 보스가 인내심을 보이고는 있는데 말이야. 아니 인내심을 보이고 있는건지 아닌지도 모르지. 얼굴이 안보이는데. 아마도 나의 퍼로먼스를 보면서 한심해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이멜 하나 쓰고, 애 똥기저귀 갈고, 안아달라고 보채는 애 안고 노래 몇곡 틀어줬다가 다시 엉덩이를 붙이는데. 곧 내 퍼포먼스 리뷰가 돌아오는데 그 때 참 볼만하겠구만.
마누라나 나나 둘 다 풀타임으로 하는 게 있는 사람들이다. 잠시 마누라가 브레이크를 가지고 있어서 애 둘을 데리고 어찌 버티고는 있는데, 곧 이 기간도 끝난다. 그러면 결국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를 보내는 데이케어가 문을 닫았지만, 돈은 50%를 받는다. 뭐 이해는 한다. 그런데 그게 적은 돈이 아니니 좀 속이 쓰린다. 여기다 베이비시터까지 고용하면 돈이 참 많이 들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