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긴장하고 살아야지
주말동안에 유튜브를 보다가 흥미로운 채널을 하나 발견했다. 난 유튜브 같은 곳에서 내 전문 지식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가 주식투자 관련 된 주제를 구글링한 적이 있어서 그런 모양인데, 재태크 관련 영상들이 추천으로 제법 뜬다. 그런데 대부분이 수준 이하다. 아무래도 유튜브 영상은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좀 뭐... 자극적이기만 하고 내용은 텅 비어 있거나 따라하면 큰일 나거나 그렇더라. 그런데 그렇게라도 조회수를 빨아먹고 그걸 바탕으로 오프라인으로 무슨 세미나도 하고 그런 모양이던데 참 거기 낚인 사람들이 불쌍하다.
그런데 이번에 찾은 채널은 그렇지 않더라. 크리에이터 본인의 설명을 들어보니 학부 때부터 미국에서 있었고, 매킨지나 BCG 같은데 다니다가 투자은행으로 옮기고, 거기서 헤지펀드로 갔단다. 진짜 fundamental analysis를 해서 종목을 고르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거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 찾아보면 그렇지 않다. 워낙 high qualification이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고. 여전히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진짜 전문가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고 한다면, 내가 문외한도 아니고 제대로 비즈니스 스쿨에서 파이낸스를 배웠는데 대충 들어보면 안다. 특히 이바닥의 conventional wisdom이랄까 정석 같은게 있다. 여기서 벗어나는 소리하면 사기꾼인거고. 이런 것까지 안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변죽만 울린다.
그 채널 내용이 도움이 될 사람은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사람이 자기 일의 일부라도 보여주고 설명해주는게 의미가 있는거지. 뭐 하여간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EV/EBITDA 진짜 몇년만에 들어봤다. 옛날에 공부한게 생각도 좀 나고. 질문도 막 하고 싶고 그렇긴 한데, 난 내 블로그 말고 다른 곳에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반성도 좀 했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것을 공부했고 일도 오래 했다. 그런데 난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나? 완전 문외한이 아니라 조금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참 잘 들었다.' 소리를 들을만큼 뭘 해줄 수 있나?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쳇바퀴 돌 듯이 매일 비슷한 일이나 하며 회사를 다니느라 오히려 점점 지식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회사 탓을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동안 오히려 아는게 더 없어진 것 같다. 내 레쥬메에 적혀 있는 Ito's Lemma. 난 이게 뭐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Risk-Neutral Pricing? 뭐 개념이야 잘 알지. 그런데 수식을 전개하라면 못한다. 당장 내가 잡인터뷰의 가장 첫 질문이었던 binominal tree로 option pricing하는거. 기본 중의 기본인데 당장 화이트보드에 각 항의 의미를 하나하나 다 설명하며 그려낼 자신도 없다. 이쯤 되면 난 경력이 쌓이며 오히려 도태되고 있는 것 아닐까? 뭐 회사 다니면서 익힌 것도 있긴 한데... 그게 회사 밖에서 얼마나 가치를 갖고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너무 그동안 시야가 좁았던 것 같다. 애 키우고 이러면 이럴 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최선을 다해서 내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했냐면 그건 또 아니라서.
내 분야의 내가 익한 스킬셋을 정리해서 여기라도 포스팅해야겠다. 아 내가 알게 된 유튜브 채널은 '뉴욕주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