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이상적인 형제 관계

Markowitz 2020. 10. 22. 01:42

NBA 파이널이 끝났다. 나에게도 참 기쁜 결말이 맺어졌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드디어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4번째 파엠은 덤이다. 매치업을 보면 말이지. 서부에서는 LA Lakers가 올라왔고, 동부에서는 Miami Heats가 왔다. LA에는 르브론이 있고, Miami에는 한 때 시카고를 먹여 살렸던 지미 버틀러가 있다. 내가 직관 갔을 때는 스타 선수고 뭐고 불스 자체가 못하더라. 드웨인 웨이드의 점퍼에 탈탈 털려갖고 4쿼터 일찌감치 가비지 경기가 되더라고. 나중에 친구가 또 가자고 하길래 안갔는데, 그날은 지미 버틀러가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더랜다. 아무튼, 뭔가 좀 아는 선수는 이렇게 있었다.

양 팀 모두 좋지만 그래도 난 르브론 제임스를 응원했다. 그냥 너무 잘한다. 플레이를 보는게 즐겁다. 그래서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넘어가기를 바랬다. 6차전까지 갔으니까 뭐 내 바램대로 되긴 했다.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이 대단한 선수가 우승 한번만 더 해서 다섯 손가락에 모두 반지를 채웠으면 좋겠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얼마나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유지하고 있는 기량으로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우승 후 인터뷰를 들어보니 나름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더라. 과거의 누구와 비교하며 이걸 했어야 했다는 둥, 저걸 했어야 했다는 둥 하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왔을테니까. 난 글쎄.. 그런 지적들이 어느 정도 합리적일 수는 있겠지만, 고작 '어느 정도'일 뿐이다. 은퇴한지 1, 2년 된 선수와 비교라면 모를까 한 세대가 차이나는 선수라면 직접 비교대상일 수가 있을까? 게다가 농구는 팀 스포츠 아닌가. 개인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 뿐이다. 르브론 제임스는 여기에서 지난 십여년간 최고였다. 지금도 최고이고 말이지. 잘 봐줘야 고작 트집을 잡는 소리인데, 뭐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고 르브론 제임스도 이 사실을 잘 알고는 있겠지만, 본인에게는 짜증나는 일이겠지.

르브론 제임스의 LA Lakers가 우승한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전력이다. 다시 이번 시즌 초로 돌아가서 시즌을 다시 치룬다 하더라도 우승팀은 그대로일거다. 거기다 행운까지 따랐다. 파이널 1차전에 상대팀에서 가장 중요한 세선수가 부상을 당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 중 두명은 아예 경기에서 나가리가 됐고, 나머지 한명만 불편한 몸으로 끝까지 경기를 뛰었다. 마이애미의 게임플랜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이인거지. 몇 경기 건너뛰고 나서 그 둘이 돌아오긴 했는데, 뭐 걔네들이 부상이 나아서 돌아왔겠냐. 르브론 제임스 마저도 팀의 2옵션이 쓰러지면 별 도리가 없었는데 다른 팀이야 오죽하겠나. 아무튼 부상 안당하는 것도 실력이고 운도 엄연히 스포츠의 일부이다. 그 만신창이가 된 와중에도 시리즈를 6차전까지 끌고 간 걸 보면 마이애미도 참 대단한 팀이다. 파이널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마이애미의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이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눈물을 쏟는걸 보니 나도 왠지 뭉클하더라. 아쉬웠겠지. 이 시리즈가, 그리고 불운이, 너무나 아쉬웠겠지. 내년에 두 팀이서 또 파이널 한번 더 하면 진짜 더 멋진 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시리즈 중간에 마이애미의 지미 버틀러가 포스트게임 인터뷰를 하는 걸 봤다. 대충 질문은 이랬다.
"루키인 타일러 히로를 어떻게 이끌어주느냐?"
거기에 대한 답변이 참 인상적이었다. 대충 이런 식이었다.
"난 타일러 히로보다 그의 동생을 더 좋아하고 걔랑 더 얘기를 많이 할거다. 타일러 히로에게는 자기 동생이 자신을 우러러보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직접 뭐라고 할 필요가 없다."

NBA의 스타 선수가 루키 선수의 동생과, 나이가 많아봐야 고등학생일텐데, 그렇게 친말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먼저 놀라웠다. 그리고 타일러 히로의 부모님이 학위는 어떤 걸 갖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아들들에게 정말 좋은 가정을 만들어준 게 아닌가 싶다. 큰형은 동생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고 동생이 그런 형을 선망한다니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가? 지미 버틀러도 친구집에 입양될 때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줄 것을 당부받았다고 하니 대충 비슷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성장한 것 같다. 내가 성장한 가정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이런 구석이 없다. 내가 동생보다야 공부는 잘했지. 뭐 근데.... 에휴 말해서 뭐하겠냐.

저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꾸린 이 가정, 내 아이들이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보면 첫째가 천덕꾸러기고 둘째가 좀 착한 것 같긴 한데, 서로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이 되도록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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