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 시장에서의 애플
달리기를 시작한 내게 친구가 GPS 워치를 추천했다. 필수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단다. 난 이런거 꿈에도 생각 안했는데, 그 바람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 친구가 추천한 것 말고도 참 많은 제품이 나와 있어서 이게 뭘 하는지 좀 살펴봤다. 놀랍게도 말이지, 배터리 문제 하나 눈감아주면 애플 워치가 대부분의 기능을 커버할 수 있더라.
공원에서 뜀박질을 하기 전에 집에서 운동할 수 있는 옵션을 좀 알아봤다. 요즘 인기 있는 Peloton도 그렇고 여러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제품들이 있더라. 그들 중 일부는 심박을 체크하는 장비를 두르고 운동을 측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운동량 측정과 운동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보이진 않았다. 아무래도 하드웨어와 운동 프로그램이 정교하게 같이 동작하도록 해야할텐데 이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
GPS 워치가 됐든 뭐가 됐든 fitness tracker를 몸에 달아주고, 그 데이터와 연계해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긴 있다. 일단 Garmin에서는 Garmin Coach라는 기능이 있다. 충분히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는 하는데 완벽하게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되지는 않는단다. 아무래도 데이터를 입력받아 그걸 랜더링해서 동적으로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게 미리 어느 정도 정해진 프로그램을 하나씩 푸는 것보다는 훨씬 어렵겠지.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인데, 이걸 갈고 닦아서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면 돈을 받을 생각이 아닌가 싶다. Peloton에서 앱을 얼마전에 출시해서 비슷하게 하는 것 같은데, 얼마나 잘 동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즉 이 fitness tracker를 이용해서 개인 데이터를 뽑아내고 그걸 코칭과 연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런 것들을 잘 해야 한다. 일단 fitness tracker를 만들어야 하고, 비디오 스트리밍이 있어야 된다. 거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가 유려하게 결합되어야 한다. 그런데 얘네들을 정말 잘 하는 회사가 하나 있지. 바로 애플.
이 바닥을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애플이 왜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애플워치라는 완벽한 fitness tracker가 있고, 비디오 스트리밍도 갖추고 있고,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같은 것도 애플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일텐데 말이야. 이 바닥에서 가장 큰 회사는 Peloton인데, 1/4/2020 현재 Market cap 기준으로는 애플에 비하면 2% 정도 밖에 안된다. (2.19T vs 42.21BB) 업력이 오래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애플이 맘만 먹으면 단번에 쓸려나갈 수도 있는 회사인 거다.
아 근데, 역시 애플 애들이 나보다 똑똑하면 똑똑했지 뭐 내가 아는 걸 모를 리가 있나. Fitness를 출시했네. 가격은 Peloton subscription fee인 $40보다 훨씬 싼 $9.99다. 1년치 한꺼번에 내면 $79.99로 할인이 되는데, 이건 달리기 코칭 서비스인 Runkeeper와 가격이 같네. 이거 뭐 이 업계에 대형 폭탄이 투하된 것이나 다름없다. Runkeeper 같은 앱은 물론, Peloton에도 심각한 도전이다. 아니 심각한 도전 정도가 아니고 거의 재앙에 가까운 일 아닌가 싶네. 애플이 얼마나 진지한지 모르겠는데, 서비스의 질만 좀 받쳐주면 Peloton이 버티기가 쉽지 않겠다.
뭐 나야 얘네들의 경쟁을 보면서 떡이나 먹으면 그만이다. 장거리 달리기에는 Apple Watch가 좀 적합하지 않아서, 당장 Fitness를 사용할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 마누라의 입장은 좀 다르겠지. 아무리 애플에 고평가 논란이 있어도, 이런 무브를 보면 내가 애플 주식을 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