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대함

Markowitz 2021. 1. 16. 07:25

어쩌다 기사를 하나 읽었는데, 글쓴이는 뉴욕 시내의 식당 주인들을 인터뷰했다. 그들 모두 판데믹이 시작되고 나서 손님들이 전보다 관대해졌다고 말했다. 판데믹 이후로는 pick-up order 밖에 받지 못하는데, 사람들이 팁을 남기는 것은 물론, 프로모션을 받는 것을 거절하기도 한단다. 나는 판데믹 전에는 한번도 pick-up order를 하면서 팁을 남겨본 적이 없다. 프로모션은, 내가 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챙겨주니까, 다 받고 말이지. 그런데 판데믹 이후로 사람들의 행동이 돌연 바뀐거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여러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다. 가까운 친구 하나는 역시 판데믹 전에는 pick-up order에 팁을 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 정도 준단다. 게다가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는 매번 $20씩 팁을 남긴다네. 20%가 아니라 $20. 어느 멕시칸 레스토랑이란다. 젊은 사람이 운영하는데 운이 없게도 판데믹 직전에 오픈했고 갓 태어난 애기까지 있단다. 자기가 남긴 팁이 대단히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이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하고 싶단다. 그럼 힘이 좀 나겠지. 더불어, 자기 동네에서 많은 레스토랑이 문을 닫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더라. 이 사태가 거의 1년을 끌고 있는데 어지간해선 버티기 쉽지 않을거다. 또 다른 친구는 매번 20%씩 팁을 준단다. 걔네들 장사 안될게 뻔한데 뭐 먹고 사냐면서. 그래서 이후로는 나도 10%씩 팁을 주고 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어느 레스토랑에 픽업하러 가서 줄을 잠시 선 적이 있다. 내 앞에 있던 사람과 잡담을 좀 나눴는데, 자기는 이곳이 제일 좋아하는 타이 레스토랑이고 여기를 서포트하기 위해서 판데믹 이후로 더 자주 온다고 하더라. 참 여기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 내가 이 동네의 일원이고 다른 구성원을 배려하고 서포트한다는 느낌 자체를 서울에 살 때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난 결코 손해를 보지 않겠다' 이런 느낌 받은 적이야 많았지.

길가다 넘어져 다친 사람을 돕는 광경은 여러번 봤고, 내 버스카드 잔액이 떨어졌을 때 누군가 대신 요금을 내준 적도 있다. 서울에서 살 때와 비교하면 이웃 사람들도 호의적이다. 파티에도 초대해주고, 선물 같은 것도 주고.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대충 다 이런 것 같은데 다들 좋은 동네 사니까 사람들이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것 상관 없이 다 이렇게 사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냥 그런 배려를 받고 호의를 받는 것이 내게는 나도 이 동네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혹은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행복감을 높여준다고 하는데 그래서 미국 생활이 더 만족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뭐 나야 그렇다 치고, 식당이란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곳인데, 이 판데믹의 와중에 식당 주인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을 게다. 이런 와중에 사람들이 이렇게 관대함을 발휘한다는 게 내게는 참 좋아 보인다. 아마 그들도 배려를 받으면서 좀 힘이 나겠지. 이제 백신이 나왔으니 코로나도 끝이 보인다. 그 때까지 나의 단골 레스토랑들이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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