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보지 않을 디즈니 실사영화

Markowitz 2021. 2. 13. 08:15

해외로 자주 나가셨던 아버지를 둔 덕에, 집에 디즈니 만화 영화가 많았다. 아버지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고 그걸 사오신 것 같진 않고, 그저 그게 미국의 비디오 가게에서 아동용으로 많이 팔리던 것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디즈니 만화영화를 접하게 됐고, 난 그들 모두를 몹시 좋아했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더이상 미국에서 비디오를 사오시지 않으셨지만 그 뒤로도 디즈니 스튜디오 작품들을 좋아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많이 본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인어공주'이지만, 가장 감동적으로 본 것은 '뮬란'이었다. 대학교에 진학한 후에 찾아본 작품인데, 나이가 더 들어서 그런지 정말 그 울림이 컸다.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록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는 모자란 아이이긴 해도, 나의 가치도 분명히 있을 거라 믿었다. 결국에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뭔가를 성취해 낸다. 그리고 그런 것과는 상관 없이 날 감싸주고 인정해주는 가족까지. 정말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를 리는 없다고 생각이 들지만, 정말 이건 나를 위한 이야기였다. 내게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몇 해 전부터 슬슬 디즈니가 지난 르네상스 시절 작품을 하나씩 실사화를 시키대. 난 그 중에 한 편도 못봤지만, '미녀와 야수'를 본 친구는 아주 만족해 했다. 뭐 디즈니가 잘 만들겠지. 걔네들이 사람이 없냐 돈이 없냐. 그래서 난 뮬란은 리메이크 안하나 했고, 뭐 실사영화가 나왔네. 나오긴 작년에 나왔는데 잊고 있다가 이제야 찾아봤다.

애기 키워본 사람은 다 알거다. 애기들 재운 새벽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소중한 시간에 이 영화를 한판 보려고 했는데, 이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보니 막 투자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영화에 대해서 조금은 좀 알아봤지. 그런데 난 진짜 너무 실망했다.

진짜 수퍼히어로 영화가 대세긴 대세다. 나도 X-men 좋아한다. 그런데 뮬란을 무슨 초능력자로 만들어놨네. 아... 진짜 이게 뭐야. 여기서 의욕을 잃었다. 내가 원작을 감동적으로 본 이유는 뮬란이 칼싸움을 잘 해서가 아닌데... 리메이크판을 보면서 그 감동을 다시 느껴보려 했는데, 뭐... 쉽지 않겠다.

뭐... 내가 옛날 감정이나 되새기고 하는게.. 꼰대가 된건지 모르겠다. 근데 난 아쉬운 걸 어쩌겠나. 내가 영화 하나 고르는 것도 내 감정에 충실하지 않고 다른 사람인 척 하는 건 꼰대보다 더 우스운거지. 그냥 다른 영화나 찾아볼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