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서버브 라이프가 곧 시작될 것 같다

Markowitz 2021. 7. 15. 03:23

애들이 커가기 때문에 서버브로 이사가는 건 정해진 미래였다. 우리 가족은 올해 사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를 이사의 적기로 보고 있었다. 판데믹 이후로 집값이 많이 올랐더라. 더 오르네 내리네 말은 많지만, 시장 상황은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게 아니니까 난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우리 가족에게 맞는 집을 고르는 것 말이다. 올초부터 하우스 헌팅을 다녔다. 우리에게 맞는 집이 나오면 그냥 사기로 마음먹고 있었고, 그리 했다.

아이들이 행복한 것도 중요하고, 내가 직장을 다니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동네를 신중하게 골랐다. 시카고 서버브에서 가장 학군이 좋다는 동네를 대여섯개 추렸고, 내 통근 시간으로 또 한번 더 걸러냈다. 그러니 딱 동네 세개가 남더라. 리얼터하고 답사도 좀 해보고 해서 그 안에서 가고 싶은 구역을 좁혔다.

뭐... 동네 이야기를 자세히 할 필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집을 보면서 배워나가는 게 있다보니, 무엇을 원하는지도 조금 구체적으로 바뀌어갔고, 그러다보니 우리에게 맞는 집이 안나오는 동네도 있었다. 동네는 우리가 살기에 참 편하고 좋은 게 분명한데 집이 안나오니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 하지만 저 세 동네 모두 좋은 곳이기 때문에 어느 곳에 집을 사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뭐... 그래도 한인 많이 살고 한인 마트도 가까운 동네에 못가게 된 건 약간, 아주 약간 아쉽다. 비록 한 달에 한 번 가는 마트라도 가까우면 좋잖아.

결국 우리 가족이 살게 될 곳이 정해졌다. 단순히 그 동네에 원하는 집이 나왔다. 집을 보다보니 아내가 원하는 조건과 내가 원하는 조건이 달랐다. 이걸 다 만족시키는 집이 나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격은 버짓을 모두 소모할 정도로 높아졌다. 뭐 근데 요새 집값 자체가 작년보다 최소 15%는 오른 것 같더라. 그렇다고 우리 가족이 작년에 이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정말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울 것도 없다. 우리가 다 좋아하는 집이 나왔고, 그걸 살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유일하게 아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집이 나이를 꽤 먹었다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이 가격에 살 수 있을 리가 없겠지. 요즘 지어지는 집과 좀 스타일이 확실히 다르긴 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아니다. 그냥 우리 가족이 여기서 잘 살 수 있을 것인지만 생각했고, 그렇게 판단되어서 망설이지 않았다.

아내와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게 참 달랐는데, 아마 다른 집들도 비슷하겠지?
나: 위치, 효율적인 floor plan
아내: 크기, 외장재는 벽돌

나는 필요한 것보다 많은 건 다 짐으로 보는 미니멀리스트라 아내 입장에서는 무슨 코딱지만한 걸 좋다고 하냐고 볼 수 있었을 것이고, 나는 나대로 마누라한테 무슨 벽돌 귀신이 붙었냐고 불평하기도 했다. 뭐 각자 합리적인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그냥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된거지.

어휴 그래도 큰 마일스톤 하나 찍은 기분이다. 이제 더이상 부동산 앱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겠구나. 상쾌하다. 이 아름다운 동네에서 새로 시작할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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