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ewell but not Good-bye
우리 첫째가 유치원에서 잘 어울리는 애가 있었다. 걔 아빠가 픽업 오는 시간이 나하고 비슷해서 거의 매일 마주쳤다. 애들이 같이 유치원 밖으로 나오면 또 뛰어다니며 좀 더 놀다가 집에 가곤 했다.
어느날 그 아빠가 내게 이사간다고 하더라. 미리 말을 해준 게 고마웠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이미 팔았고, 새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 구하지는 못했단다. 그러면서 당분간 부모님 댁에 가서 지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집을 알아보고 연말 전까지 다시 이사를 오는 게 목표란다. 그러니까 지금은 임시로 부모님 댁으로 이사가는거지.
어느 동네에 집을 구하고 있냐고 물어보니 내가 집을 산 바로 옆 동네더라.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애들은 중학교부터는 다시 같은 학교를 다닐테니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고, 당장은 우리 애와 친한 친구가 멀리 떠난다니 아쉬웠다. 다행히 그 쪽에서 부모님댁 주소가 담긴 카드를 남겨줬으니 서로 연락은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집도 이사를 가면 새 주소를 갖고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된 신생아까지 데리고 멀리 간다니 조금 걱정도 되었다. 아무리 부모님댁이라도 네 식구, 존재감 만땅인 신생아까지 있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그래도 할 만 하니 하는 것이겠거니 하면서 구글맵에서 그 주소를 쳐봤더니...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왔다. 무슨 대 저택이 나오더라고. 이러니 부모님댁에 가 있을 수 있는 거구나. 역시 남 걱정은 함부러 하는 게 아니야. 괜히 입 밖으로 그런 소리 냈으면 바보될 뻔 했다. 그냥 걔네 식구들 모두 거기서 편하게 잘 지내고 좋은 집 원하는 동네에 구해서 오면, 그 때 다시 애들이 같이 노는 미래만 바래야지 주제넘게 무슨...
나도 노년에 저런 데서 살 수 있을만한 경제력이 있으면 참 좋겠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