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즈음 하여 여러 잡설
이사를 앞두고 있다보니 참 정신이 없네. 신경써야 할 일은 하나 둘이 아니구만. 그동안 겪고 느낀 것들을 조금 정리해봤다.
1. Mesh WIFI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라우터가 하나 있다. 이게 이 작은 집을 다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 이사간 집에서는 인터넷이 안되는 구역이 많을 것 같더라. 그래서 뭘 어찌해야하나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는 Mesh WIFI라는 걸 쓴다고 하더라고. 이게 내가 전혀 모르던 세상인데다 종류도 너무 많고 해서 뭐.. too much information이더라. 그냥 대충 지르기엔 가격도 제법 비싸고. 인터넷 잘 안되면 마누라가 얼마나 불평을 하겠는가. 고민만 늘어가던 차에 새 집에 가서 대충 라우터를 꽂아봤지. 어라? 이게 집 거의 전체를 다 커버하네. 인테나 두개만 뜨는 구역이 없지는 않은데 그냥 무시해도 될만한 정도다. 이게 이 작은 집에서는 안되던데 왜 큰 집에서는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알 필요 있나. 괜히 쓸데없는 고민을 한 것 같다.
2. 아이들 방 페인트
첫째 아이 방에 페인트칠을 했다. 그런데 말이지 색을 잘못 골라도 이거 뭐... 그렇게 심사숙고를 해서 골랐는데... 예쁘고 딱 적당해 보였는데, 방 전체에 칠을 해놓으니.. 이거 뭐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다시 페인트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색깔을 바꿔서 칠하고 싶다고 했더니, 나같은 사람 많단다. 그런데 자꾸 보니까 익숙해져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고, 가구가 하나라도 들어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엄청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네. 어차피 칠해놨으니 딱 1년만 쓰고, 둘째 방 페인트칠 할 때 다시 하기로 합의를 봤다.
3. 가구
코딱지만한 콘도에서 단독주택으로 옮기니 얼마나 새로 살 가구가 많겠나. 그런데 뭐 가격은 둘째 치고, 가구 업계가 요즘 supply chain 이슈를 정통으로 뚜드려맞았더라. 두달 전에 주문한 가구 중에는 첫째 아이 침대 하나 딱 왔다. 나머지는 언제 올 지 기약이 없다. 원래 다 10월 안으로는 온다 그랬었는데 말이지. 첫째 아이 가구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 가구는 더 심하다. 주문한 소파는 내년 3월 이야기를 하고 있고, 다이닝 테이블은 지금 주문해도 내년 4월이란다. 이러니 하루라도 빨리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어차피 지금 신경쓸 일도 많다보니 자꾸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이게 현명한 결정인지는 모르겠다.
4. Security System과 Smart Home
보험사에서 집에 security system을 설치안하면 보험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더 정확히는 burglar alarm하고 fire alarm이다. 난 뭐 이 집에 원래 ADT security system이 있으니 센서 추가할 일 있으면 추가해서 reactivate하면 되겠다 하고 생각했지. 여유로운 마음으로 ADT 사람을 집에다 불렀다. 그런데! 뭔 집에 있는 security system을 다 갈아엎으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네. 난 이 동네가 이미 굉장히 안전한 곳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솔직히 ADT 같은거 할 마음도 별로 없다. 그런데 new customer라는 이유고, 지네들한테 new house도 아닌데, 설치비로만 $2,000을 뜯어내려고 하네. 이럴거면 원래 있던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지. 서비스 내용도 좀 overkill이기도 하고. Xfinity에도 전화를 해봐야겠다.
근데 요새 smart home 기술이 인기가 있는 모양이더라. 이것저것 다 새 장비로 바꾸게 한 다음에 그 장비를 사용하려면 smart home 무슨 서비스를 들어야만 하도록 해놨다. 새 장비 쓰려면 어쩔 수 없이 smart home 서비스를 돈 더 들여서 써야 하고, 이왕 돈 쓰는데 기능을 안쓰기는 뭣 하니 집에 있는 장비를 다 지네들 smart 장비로 바꾸게 해서 매출을 올리려는 심산이 아닌가 싶다. 큰 돈 들여서 thermostat 바꾼지 이제 한 달인데, thermostat 광고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속이 편치는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푸시가 너무 심하다고 느꼈는데,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얘네들도 하는 거겠지.
5. 잔디
잔디밭이 민들레밭이 되어 가는 건 둘째치고, 제법 잘 관리되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곳 잔디가 노란색으로 바뀌어간 걸 봤다. 아예 죽은 잔디와는 색이 좀 다른데 아무튼 푸르진 않고, 면적도 꽤 넓어서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더라. 근데 내가 뭘 하나. 전에 뿌린 거름 때문일 수 있겠다고 추측만 하고 있었지. 그런데 예전 집주인을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뭐가 크게 잘못된 건 없다.
저 자리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는데 여차저차해서 그걸 베어내고 잔디씨를 뿌렸단다. 이 아저씨가 직접 한 건 아니고 다른 사람 시켰겠지. 그런데 잔디도 종류가 많은데 약간 다른 종류의 잔디 씨가 뿌려진 모양이다. 어째 이 구역의 잔디 종류가 다른지 가을 되면 먼저 노래지고, 봄 되면 늦게 푸르게 바뀐단다. 혹시나 내가 제초제 잘못 뿌려서 잔디 몰살시켰다고 짐작하고 여길 갈아엎을까봐 말해준단다. 내년 봄이 되면 결국 또 푸르게 바뀌니까 겁먹지 말란다. 참 lawn maintenance의 세계는 오묘하고 거기에도 steep learning curve가 있구나 싶다. 어디 잔디 뿐이겠나. 또 무슨 대단한 일이 있을지 기대된다. 진짜 심심할 틈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