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안하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진실
솔직히 조금 쪽팔린다. 내가 공부를 논하는 게. 난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다. 그냥 학교 다닐 때 몇 등 한 게 아니라 나보다 학습능력 자체가 우월한 애들도 부지기수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공부의 양을 봐도 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생각난다. 그래도 내가 평균은 좀 넘고, 여럿 가르치며 느낀 바도 있고 하니 공부에 대한 내 생각을 좀 보탠다 한들 돌맞을 일까지는 아니겠지.
먼저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기 전에, 좀 냉정한 사실 하나 짚고 가자. 공부를 잘 한다는 기준이 얼마가 되는지는 몰라도, 상위 10% 혹은 20% 안에 못 드는 사람에게 공부를 잘 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너그럽게 봐도 80-90%의 사람들은 공부를 잘 하는, 혹은 잘 했던 분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좀 죄송스런 이야기지만 학부모님들께도 해당되는 이야기라, 대부분의 학부모님들께서도 공부를 잘 하셨던 분들이 아니다. 그 분들은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이 뭘 하고 사는지, 심지어는 공부를 잘 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신다.
과외를 하는 것처럼 누구를 가르치다보면 이런 학부모, 더러는 학생을 좀 만난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아 학업성적이 안좋다고 말이다. 생각은 자유이고 이런 말 하는게 불법은 아니지만, 난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참 안타까웠다. 공부를 안했다는 것과 학업성적이 안좋다는 것은 사실 맞다. 허나 머리가 좋지는 않다. 저런 애들은 머리까지 나쁘다. 여기서 벗어나는 예외를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실 뭘 잘 못해본 사람들이 타고난 재능에 대해서 너무 환상을 가지는 것 같고 그 중에서도 머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분들 좀 계신 것 같다. 머리는 타고 나고 바뀌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머리도 근육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타고 나는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뭘 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운동은 하나도 안하는데 심폐 지구력, 근력 다 끝내주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사람마다 시작점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모두 다 운동 하나도 안한 상태라면 그 차이가 커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턱걸이 시험에서 10개를 달성하려면 연습해야 한다. 뭘 타고낫든 아니든 간에 연습 안하고 도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주 낮은 수준 뿐이다. 턱걸이로 치자면 서너개 정도 되겠지. 거기 머물러서 지보다 못한 사람들 보면서 위안이나 삼으려면 뭐 그러시라. 그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 연습 조금 하는 순간 그 낮은 수준은 순식간에 넘어설테니 위안 삼으려면 그 전에 좀 빨리 하시고.
머리도 신체 능력과 비슷하다. 써야 좋아진다. 외우고, 추론하고, 상상하고 등등 빡세게 써야 머리가 좋아진다. 농구 연습을 열심히 해야 자유투를 잘 넣을 수 있듯이 말이다. 공부만큼 머리를 빡세게 연습시키는 게 드물다. 있다면 책 읽는 것 정도인데, 공부 못하면서 책하고 친한 애는 난 아직 못봤다. 이러니 머리가 좋아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럼 꼭 이런 소리 하는 공부 못하는 애들 꼭 있다. 게임도 머리를 쓰고 드라마를 봐도 머리를 쓴단다. 마치 숨쉬기도 운동이 아니냐는 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것 같다. 이게 어떻게 비교가 되냐. 내가 과외 해보면서 느낀 건데, 공부 못하는 데에는 꼭 이렇게 이유가 있더라.
공부를 안한 애들은 대충 다 머리가 나쁘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한다는 애들은 달리기 하나도 안했지만 10 km를 30분에 끊을 심폐지구력을 갖추고 있다는 소리하고 똑같다. 개소리다. 성적은 몰라도 머리라도 좀 좋게 만들고 싶으면 이제부터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생각처럼 잘 안되겠지. 머리가 나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더 공부를 해야지.
요즘 들어 노력에 대한 폄훼를 많이 듣는다. 사실 안타깝고 화도 좀 난다. 노력만큼 정직한 게 없는데 말이다. 사실은 노력을 하기 싫은 게 아닐까? 거기다 다른 사람을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그런 소리를 퍼뜨리는 게 아닌지 의심도 된다. 그리고 듣기 좋은 소리를 찾아다니면 인생 망한다. 자기 연민은 적당히 해야된다. 사람은 현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중요한 건 앞으로 뭘 하느냐고 뭘 할 수 있느냐다. 이 따분하지만 확실한 진실을 왜 굳이 피하려는 게 좋게 보이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