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한국의 customer service가 그립다.

Markowitz 2021. 11. 27. 06:48

미국에서 한가지 불편한 것이 customer service다. 얼마 전에 최악의 경험을 한 탓에 미국에서 겪었던 일, 그리고 거기에 대비되는 한국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먼저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customer service와 맞닥뜨린 일이다. 상대 회사는 무려 Apple. 아이폰을 샀는데 내가 신청하지도 않은 Apple Care가 청구되어 돈까지 받아갔더라. 나는 집 근처 Apple Store에 가서 문의를 했는데, 놀랍게도 Genius Bar의 천재들은 이 문제는 자기네들이 다루지 않는다며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하라더라. 그래서 했지. 이 때만 해도 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정말 놀랍도록 비효율적인 대화를 지리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 날 다 마무리하지 못했고 다음 날로 넘겨야 했다. 그 다음 날, 나는 어제 진행한 게 있으니 그 다음부터 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똑같이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걸 또 반복하더라. 뭐 이거야 그냥 얘네들이 비효율적이구나 이러고 말았는데, 결국 얘네들이 내 뚜껑을 열어젖히고야 말았다.

내 전화를 여러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토스했는데, 사람 하나 바뀔 때마다 Apple 제품의 무슨 고유번호를 불러달라고 하더라. 이게 열자리는 가뿐하게 넘어가는 아주 긴 번호인데, 하나하나 불러주고나면 그 쪽에서 또 내가 불러준 걸 확인을 하면서 아주 시간을 많이 잡아먹더라. 이게 분명히 한 두번은 아니었다. 난 이해는 잘 되진 않았지만 시키는대로 묵묵하게 따랐지. 그런데 한 상담원에 이르러서야, 이녀석이 이미 내 고유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러면서 살짝 약이 올랐다. 그런데 이 사람이 또 해결하지 못하고 내 전화를 또 다른 사람에게 넘기더라. 무슨 폭탄 돌리기도 아니고 말이지. 편의상 이 마지막 상담원을 A라고 하자.

이 A가 전화를 토스받고 내 이름을 확이하자마자 아주 당연한 듯이 또 그 망할 고유번호를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난 뚜껑이 열렸다.
 "그 번호를 또 달라고? 싫다. 씨발! 나는 니가 벌써 내 고유번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나한테 또 그걸 불러 달라고? 잘못은 니네들이 했는데 나는 내 시간을 2시간이나 써야했다. 내 일당 쳐줄 것 아니면 그 좆같은 번호로 시간 버릴 생각 하지말고 빨리 내 돈이나 돌려놔!"
A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을 약속할테니 번호 좀 불러달라고 했는데, 나는 완강히 거부하고 욕만 한바가지 퍼부었다. 결국 내가 불러줬는지 어떤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안 준 것 같은데, 불러줬더라도 아주 성의없이 초고속으로 ABCDEFG 뭐 이런 식으로 했을테지. 하여간 정상적으로 고유번호를 불러주지는 않았다. 그러고 나서야 겨우 환불을 받았다.

그 때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Apple에서 일부러 전화를 건 사람을 골탕먹이는 것 같았다. 일부러 불친절하고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서 전화를 걸 사람을 포기시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난 정말 이렇게 느꼈다.

그리고 한국에 잠시 갔을 때 삼성 고객센터에 갔을 때 일이다. 내 옛날 핸드폰에 담겨 있는 사진을 뽑아내고 싶었는데 집에서는 방법이 없었고 고객센터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그 후 경과를 요약하자면,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번 가야 했다. 난 딱히 담당 엔지니어가 뭘 잘못한 게 아니라 재수가 좀 없었던 것으로 이해했고, 본인도 그걸 알지만 정말 미안해하며 문 앞까지 배웅을 해주더라. 핵심은, '본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정말 미안해 하더라'란 것이다.

또 얼마 전 여기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꽤 비싼 물건을 샀는데, 판매 업체가 내 패키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판매 업체는 배송 업체 탓을 하는데 배송 업체는 받은 적도 없단다. 내 입장에서는, 내 돈을 받은 건 그 판매업체이지 내가 배송업체를 고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롯이 판매 업체의 책임이다. 이런 일이야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은, '패키지를 잃어버렸어요'라는 이 단순한 진실을 토해내게 하기까지, 대여섯명의 상담원과 세시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냥 기다려보라고 하거나 내일 간다고 하고, 배송업체에 토스하고 등등...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쪽이라도 말이 안된다. 여기에 더해서 환불 받는 데에는 한 달이 넘게 걸린단다.

아마도 한국의 고객센터는 너무 지나치게 친절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고객센터는 반대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지. 'United Breaks Guitars'로 유명해진 한 가수는 United Airline의 고객 지원 시스템은 고객을 짜증나게 해서 포기하게 만들도록 설계된 것 같다고 했다. 아예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겪은 것들은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사후 서비스가 그리운 건 참 어쩔 수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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