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찾아오는 서비스
"최고의 모금 전략은 젊은 금발 아가씨이다."
농담 같은 이 이야기가 사실이란다. 심지어 여자들한테도 먹힌단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야 뭐 '아이고 재밌구나' 이러고 넘겼는데, 이게 진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다.
애플 웹사이트에서 아이폰을 샀는데, 익숙치 않은 배송 옵션이 있더라. 사람이 물건을 배달해 주는 것인데, 꼭 가구 배달처럼 시간을 정하고 와서 세팅까지 도와준단다. 꼭 저런 도움이 필요해서는 아니지만 무료 배송 중에 가장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이 방법이었다. 이게 과연 인건비라도 나오는 서비스인지 의아했지만, 애플은 세계에서 현금을 제일 많이 쌓아두고 있는 회사다. 뭐 호의로 받아주지.
약속 시간이 되자 바네사라는 여자가 왔다. 혼자 온 것은 아니고 젊은 남자 직원이 같이 왔는데, 아무래도 바네사가 메인인 것 같았다. 내게 연락을 한 사람도 그녀이고 말이지. 그런데 그 여자, 젊은대다 상당한 미인이었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아이폰을 건내받았고, 이걸 세팅하는 걸 진짜 옆에서 하나하나 도와주더라. 오히려 가구 배달보다 시간이 오래걸리는데 그 동안 이것 저것 물어보더라. 결국 다 애플 제품을 더 팔려고 하는 것인 게지. 가방을 하나 들고 왔는데, 거기 든 게 배달할 물건 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난 딱히 필요한 게 없어서 사진 않았다. 허나 그렇게 예쁜 아가씨가 영업장도 아닌 내 집에서 같이 핸드폰 세팅이란 대 장정을 하며 물건을 권하는데 어휴.. 진짜 무선 이어폰이라도 필요할 참이었다면 난 홀린 듯이 Airpod Pro가 필요하다고 말을 했을 게 분명하다. 다행히도 그 며칠 전에 지하실에 쳐박아둔 박스에서 무선 이어폰을 찾아서 말이지. 정말 이게 가공할만한 영업전략이구나 싶었다. 농담이 아니다. 애플 스토어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이 느껴졌다.
아마도 이 아가씨는 코비드 때문에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것이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 때 쯤, 비로소 난 이해를 했다. 이 서비스가 왜 무료로 가능한지. 참... 난 왜 이 세계 일등 기술 기업에서 이런 아날로그식 서비스를 해주나 했는데, 내 생각이 너무 짧았다. 또 하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이는 우리의 DNA에 깊게 새겨져 있다. 아무리 contactless 이런 게 편하다고는 해도, 직접 대면하는 것의 위력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내가 너무 집에 틀여박혀서만 지내서 더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사람도 좀 만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좀 듣고 해야 사람 사는 것 같은데 이러고 지낸지 벌써 2년째. 길기도 길지만 그 동안 별로 기억나는 일이 없는 게 진짜 이 시절이 좀 끝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