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환경, 재능
뭘 어찌해야 잘 살 수 있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나한테 물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있어도 이거 해라 하고 말해줄 수도 없다. 내가 무당도 아니고 말이지. 뭐가 잘 안되는데, 잘 하고는 싶고, 그럼 뭘 해야 하느냐 아니면 포기해야 하냐.. 뭐 등등. 사실 뭐 그리 쉬운 문제도 아니고 clear cut이 있는 문제도 아니고 내게 통한 방법이 다른 사람들에게 통하지도 않을테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대사인데, Forres Gump에 이런 말이 나온다.
"You have to do the best with what God gave you."
중학교 3학년 땐지, 고등학교 1학년 때인지 모르겠지만, 이 대사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나는 이걸 가슴에 새겼다. 원망스러운 환경도 있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휘둘리고 뭐 중고등학생이라고 왜 그런 일이 없겠는가. 그냥 내게 주어진 걸로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을 때, 여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수히 많다. 환경이나 타고난 재능이 절대적이라는 말에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그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딱 두개로 나누면 된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과 어찌할 수 없는 것.
중고등학생인 나는 내 가정 환경을 바꿀 재주는 당연히 없었고, 내가 타고난 재능도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나도 누구네 형처럼 이것저것 다 갖추고 태어났으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지만 나는 안 그런 걸 뭐 어쩌겠나. 내가 10시간 동안 할 공부를 단 두시간만에 해치우고 월등한 성적을 받아내는 천재가 내 옆에 있다고 해서, 그를 부러워한다고 해서 갑자기 내 머리가 따라 좋아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둬봐야 시간 낭비, 감정 낭비가 될 뿐이었다. 아무리 더 생각을 해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내가 내 몸을 움직이는 것 밖에 없었다. 내가 뭔가를 하는 것만이 내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 때는 학생이었으니까 난 공부에 노력을 쏟았다. 다행히 내 환경은 나쁘지 않았고 머리도 적당한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뭘 어쨌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난 내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여기서 뭘 할지를 궁리하고 실행에 옮기는 방법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만약 내가 타고난 재능이나 주어진 환경에 의한 기대치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난 이 걸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내가 원하지 않는 일도 많이 생겼고, 남이 싼 똥을 뒤집어쓴 적도 많다. 때로는 너무 큰 충격에 몇 달씩 폐인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난 알고 있었다. 너무 속상하고 힘들어서 지금은 정신줄 좀 놓고 있지만, 이 충격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 것이다. 과거의 일이 나의 지금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누가 나한테 똥 튀겼으니 지금 내가 술먹고 개판이나 치기보다는, 그래도 지금 내게 최선의 선택이 뭔지 고민했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려 했다. 원래 선택할 것도 없는데 선택해야 하는 게 인생이라나 뭐라나.
내가 콘트롤할 수 있는 것은 안하면서,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 갑자기 잘 풀려서 뭐가 된다라?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있겠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면서 뭘 바래도 바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