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오피스로 돌아가는 회사원들의 자세

Markowitz 2022. 9. 6. 03:11

회사가 느닷없이 오피스로 돌아오라는 발표를 한 지 2주가 다 되어 간다. 집안에서 안락하게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메가톤급 충격이었음은 당연지사. 무슨 블랙홀도 아니고 누구하고 업무차 연락을 하면 반드시 이 주제로 대화가 흘러가더라. 난 그리 많은 사람들하고 얘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뭐 더 해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다 비슷하더라. 이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기도 하고, 뭐 나도 같이 웃을 처지는 아닌데, 이 사태를 마주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대충 정해져 있어서 정리를 해봤다.

1. Management에 읍소한다.
나도 그랬다. 윗분들께 내 사정을 설명하고 풀타임 오피스 대신에 하이브리드로 가면 안되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답장을 받은 사람이 드물다. 그나마 안된다는 답이라도 들은 내가 다행인 것인가. 내 생각에는 모든 employee들이 다 같은 내용으로 읍소했으리라.

2. 휴가를 쓴다.
오피스로 돌아오라는 날에 맞춰서 휴가를 쓰는 사람이 많다. 애들 학교도 다니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어디 갈리는 없는데 말이다. 사실 나도 그 날 휴가를 썼다. 도저히 내가 갈 수가 없는 걸 뭐 어째.

3. 이직을 알아본다.
이런 사람 디게 많더라. 나는 고작 시카고 시내에서 서버브, 그나마 출퇴근이 좀 쉽다는 데로 이사를 나왔지만, 서버브에 살던 사람들은 더 먼 서버브로 이사를 하는가 하면 다른 주로 이미 이사를 가버린 사람들이 있다. 다행히 아직 잡마켓은 활발한 것 같고 나도 이직 관련 리쿠르터들 메일 자주 받는다. 오늘도 하나 받았고. 실제로 이직을 많이 할 것 같다.

4. 그냥 배짼다.
그냥 배째고 계속 집에서 죽때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이러다 이직의 단계로 넘어가겠지만 그냥 오라는데도 안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단다. 이건 실제로 내가 아는 어느 회사에서 생긴 일이다. 그 회사는 풀타임 오피스 대신 하이브리드로 하기로 했단다.

회사에서 너무 급하게 서두른 것 같다. 한 두달 전에는 좀 알려줬으면 좋으련만. 뭐 그래봐야 사람들에게 이직할 시간만 벌어다 줄 뿐이라고 생각한 건지. 2주 노티스는 너무하잖아.

예전에는 오피스에서 일했는데 다시 돌아가는 게 뭔 대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그리 간단치 않다. 집에서 일을 한 지가 2년이 넘었다. 나 같으면 홈 오피스 가구가 다 도착한 게 겨우 지난 주다. 2년이면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의 생활 패턴까지 바뀌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나도 내가 계속 집에서 일한다는 전제 하에 아내가 직장을 구했다. 풀타임 오피스 생활은 마누라가 직장을 관두지 않는 이상 하고 싶어도 못한다. 애들 다 대학교 간 사람들은 좀 덜하겠지만, 어린 애들 딸린 사람들은 다 나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서 계속 풀타임 오피스를 원한다면, 결국 내가 이직을 하거나 아내가 하거나 둘 중에 하나는 해야겠는데, 마누라가 직장을 잡자마자 이직하기는 어려우니까 내가 하게 되겠지. 페이컷을 하더라도 이직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던데, 나는 페이컷을 하면 마누라 연봉 정도는 가뿐하게 날아갈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마누라가 그냥 집에서 집안일 하고 애 봤으면 좋겠는데 우째 꾸역꾸역 직장을 다닌다고 나에게 이렇게 큰 고통을 준단 말인가.

단체 행동을 해서 뭐 어쩐다는 사람들도 있더라. 근데 내 생각에 그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이 사람들이 뭔 대단한 단체행동, 혹은 그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을 법한 싹수를 보인 적이 있던가? 근데 그 첫번째 사례가 고작 회사에 안나오기 위함이라면 그것 나름대로 좀 실망스러울 것 같고. 다운타운 사는 아이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회사에 나오기를 반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아는 사람 회사는 오피스를 없애네 마네 하고 있던데, 우리 회사가 런던 오피스 규모를 오히려 늘였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아아... 출퇴근을, door-to-door로, 20분에 끊던 시절이 그립다. 사람은 너무나 간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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