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day in the office
어우.. 썅.. 오늘 첫 오피스로 출근을 했다. 원래 어제 했어야 했는데, 휴가를 썼다. 휴가도 잘 못 써서 9/6일 휴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9/5일 그러니까 Labor Day에 휴가를 가시겠다고 내놨대. 뭐 여튼 복잡하긴 했어도 어제는 안나왔고 오늘 처음 나왔다.
지난 2년 새 기차표도 모바일로 다 바뀌어서 기차 타는 법도 한참을 연구했다. 그리하여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고, 오전 5시 반에 일어났다. 대충 짐도 챙겨뒀기 때문에 5시 52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러 출발했다. 그런데 아뿔싸. 회사 badge를 놔두고 온 게다.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가서 책상을 뒤졌다. 안쓰는 카드 모아둔 곳이 있는데, 다행히 거기 있어서 어렵잖게 찾았다. 그러느라 시간이 좀 녹아내렸기 때문에 기차역까지 뛰었다. 안그러면 30분 더 있다가 완행 기차를 타야 한다.
아슬아슬하게 기차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런데 내가 타려는 문이 닫혀 있대. 손으로 열어보려고 낑낑대는데 역무원이 열려 있는 문으로 타라고 하더라. 이 기차를 타는 게 처음이라 몰랐다고 하니까. 그럴 줄 알았다고 하대. 하긴 이 새벽에 이리저리 허둥대는 내 꼴을 보고 저 놈 초보 티 내는구나 했겠지. 객차 안을 둘러봤는데, 예상보다는 좀 후져 보이지만 충분히 깨끗했다. 여기 앉아 책 좀 보고 있으면 회사 근처까지 가는 거로구나. 새벽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매일 이렇게 앉아간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시카고 Union Station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이 좀 있더라. 내가 제일 마지막 칸에 타서, 그러니까 출구로부터 가장 먼 객차에 탔기 때문에 사람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내일부터 시간 되면 가능한 앞 차에 타야지. 오랜만에 보는 새벽 시카고 다운타운은 여전히 을씨년스럽더만. 비록 이 몸은 끌려 나왔지만, 아직 집에서 일하는 회사가 훨씬 많으니까. 길에서 본 사람들이 다 똥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게 내 착각만은 아닐테지.
세수도 안하고 집에서 튀어나왔으므로, 회사 짐으로 곧장 갔다. 새벽에 와서 운동 하고 일 시작하는 게 판데믹 이전의 내 일상이었지. 트레드밀에 올라 예전에 뛰던 속도로 맞췄다. 아 근데, 내가 진짜 이렇게 빨리 뛰었단 말인가. 그 동안 달리기를 쉬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느리게 뛰고 있었던 모양이다. 진짜 힘들어 죽을 뻔 했다. 몸무게가 늘어서 그런 건가? 아무튼 이거 뭐 이래서 언제 마라톤을 뛸 수 있을지 새삼 걱정이 됐지만, 마라톤이 문제가 아니지 지금.
샤워하고 내 오피스로 갔다. 뭐 근데 누가 청소를 한 건가? 먼지가 좀 앉아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 깨끗하다. 내가 쓰던 아이폰 충전기도 여기 그대로 있고. 동료들도 몇 명 만났는데 다들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다. 누군들 안그렇겠나. 오늘은 마누라가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수 있으니까 일찍 일하고 일찍 퇴근을 할 수 있는데, 이게 안되는 날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내가 애들 등/하교를 다 책임져야 하는 날엔 정말 대책이 없다. 기차역 오가는 시간을 줄이려면 자전거를 사야할까 뭐 이런 생각은 해봤는데, 이게 자전거로 해결되는 상황은 절대 아니니까. 어휴 예전에 쓰던 자전거는 판데믹 동안 도둑을 맞았는데 진짜 생각만 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아니 일부러 자전거를 못생기게, 그러니까 unattractive하게 만들려고 지저분한 스티커 자국도 많이 만들어놨는데 어찌 그걸 차고까지 들어와서 훔쳐가냐!
오랜만에 오피스에서 일을 하는데, 일 자체야 뭐... 그냥 된다. 단지 키보드가 너무 어색해서 오타를 많이 낸다. 예전엔 손목 보호대까지 하고 살았는데 이젠 그건 못하겠어서 뺐다. 이론적으로는 이게 더 편한 자세일텐데 지난 2년 반의 습관이 참 무섭구나 싶다.
점심은 예전에 자주 가던 식당에서 먹었다. 근데 주인이라도 바뀐 걸까? 한국인이 하는 가게인데, 그 아저씨가 안보인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있던데, 혹시 가게 주인이 바뀐 거라도 뭐 그럴 수 있겠다 싶네.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버렸으니 말이다. 나도 서버브로 이사를 갔고... 애들도 많이 컸고. 어휴 나중에 퇴근할 때가 문제인데.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것도 처음이니까 좀 일찍 나가봐야지. 기차 놓치면 집에 가는 시간이 30분 늘어지는데 애 키우는 입장에서 이게 간단한 숫자가 아니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나를 애타게 찾았을 둘째에게 미안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꼭 내가 있어야 되는 앤데, 오늘 집에 가면 아빠가 일하러 가서 아침에 같이 못 있어준다고 꼭 얘기해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