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백인 동네에서 살 때 느끼는 첼린지

Markowitz 2022. 10. 15. 03:34

내가 이사 갈 동네 리서치하면서 읽은 niche.com 어느 동네 리뷰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아니다.
"니가 돈 잘 버는 백인이면 바로 여기가 니 동네다."

난 인종 구성을 그리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동네 분위기를 이루는 중요한 요건이긴 한 것 같다. 시카고 근교에 한국인들이 제법 많이 사는 동네가 몇 개 있긴 있다. 하지만 거기조차도 백인 동네이고, 또 이런 저런 이유로 거기에 집을 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내 아이들은 한국인 커뮤니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WASP계 백인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그래서 동네에 어떤 인종이 많이 사는지는 별로 보지 않았다. 다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동양인 얼마 없는 데로 왔는데... 아무래도 백인 동네에 꼽사리 껴서 사는 느낌이 많이 든다. 한국인 많은 동네로 갔으면 이런 느낌이 분명히 덜 했을텐데 말이다.

거리감이라고 하자. 학무모들이 많이 모인 델 가면 아무래도 이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가 영어가 완벽한 것도 아니고, 나에게 말을 좀 안 거는 거야 그러려니 하는데, 일부러 피하는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심지어 애들끼리도 좀 그런 게 보인다. 기분 탓일 수도 있다. 내 자격지심일 수도 있다. 나도 어릴 때 모든 반 친구들을 좋아한 게 아니니 충분히 사람 살면서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허나 나의 지난 10여년 간의 데이터는 아웃라이어라고 신호를 준다. 이해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기 마련이니까. 허나 본인이 먼저 플레이데이트 하자고 했으면서 대놓고 생까는 건 글쎄... 흔한 일일 것 같진 않은데. 뭐 그런 것 쯤 무시하고 지낼만한 배짱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 이렇진 않다. 평소 아시안, 특히 한국계를 많이 겪어본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걸 느낄 수 없다. 예를 들어 테크 기업에서 일했거나, 한국계 친구가 있었거나 그런 사람들 말이다. 제법 친하게 지내는 어느 가족은, 그 친구는 딱 보면 전형적인 금발 백인에 미국에서 인기가 참 많았을 그런 사람인데, 한국에서 온 누나가 있다. 입양된 누나인데, 그 동네에서 전설적으로 공부를 잘 했단다. 공부만 잘 한 게 아니라, 그 누나로부터 좋은 본을 많이 본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을 때 그렇게 친근하게 대한 게 아닐까 싶다. 걔네 부모님들도 자기 딸과 같은 나라 출신이라니까 아주 반가워하시더라.

아무리 여기 미국에서도 요즘 세상에 아시아계 이민자들과 조금도 엮이지 않고 사는 건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시아계에 익숙하고 같은 사람인 거 다 안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이라고 대놓고 거리를 두는 사람은 나도 별로 못 봤다. 게다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제법 좋은 것 같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히트를 칠 때만 해도, 뭐 그냥 웃겨서 뜬거지 멋있다거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는데, 요새 BTS는 그 벽도 넘었다. 게다가 한국 영화가 오스카상도 타고, 한국 드라마가 에미상도 타지 않았던가. 뭐 그런 걸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인이라 하면 근면하고 착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심지어 축구 감독 무리뉴도 그런 얘길 하니까. 나도 그 덕을 보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리감을 느낄 때는 있을지언정, 내 부족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호의적이다.

정리해보자. 여기 백인 동네의 많은 사람들은 이미 동양인에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를 편하게 대해준다. 허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그런 사람들로부터는 쓸데 없는 거리감을 느낄 일이 많다. 사람 사는데 딱히 유별난 일은 아닐지라도 썩 기분 좋은 상황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허나 한국인의 이미지가 좋기도 하고 갈수록 한국에 대해서 접하기가 쉬워지고 있으니까 그런 일이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내가 할 일은 안좋은 쪽으로 튀지 않게 노력하고, 옷도 좀 잘 입고 다니는 것 정도 되겠지.

 

적고 보니 뭐 대단한 첼린지도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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