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이상하게 굴러가는 시카고 공립 학교

Markowitz 2022. 12. 2. 01:06

난 City of Chicago에서 이사를 나왔다. 거기에 살 때도 시카고에서 가장 학군이 좋다는 곳에서 살긴 했다. 우리 가족이 계속 그 동네에서 사는 것도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하이라이즈 콘도가 좀 생기더니 늘어난 인구수에 반비례해서 학교가 안좋아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난 거기서 이사를 나왔고, 아직 거기 사는 친구들이 좀 있다. 그런데 걔네들로부터 들려온 이야기는 단순히 미술 수업이 뭐 어쨌다 수준이 아니었다.

세상에… 남/녀 화장실이 따로 없단다. 태어난지 5년 된 애들이야 뭐 상관 없겠지만 대충 10살 언저리 혹은 그 이상 애들도 화장실을 같이 쓴다네. 투어를 갔다가 이 꼴을 보고는 진짜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단다. 이 짓을 도대체 왜 하냐고 물어봤더니 애들이 more than just boys and girls가 되라고 이런단다. 흠… 이게 뭔 개소린가.

그 사람이 솔직히 뭔 권한이 있겠나. CPS의 정책이 그렇다는데. 공립 학교들이야 뭐 그냥 시키는대로 하는 거지. 그 사람도 이게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아는 모양이더라. 투어 중에 학부모들이 화장실을 쓸 때는 또 남녀를 떼놓기 위해서 통제를 하더라네. 난 내가 똥 싸는 옆 칸에 생판 모르는, 아니 안다 해도, 아가씨가 오줌 싸고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누군들 그렇겠나. 아무리 애들이라 해도.

내 친구는 이 짓을 꼬꼬마들에게 하는 이유를 정치에서 찾더라. 애들에게 일찌감치 지네 사상을 집어넣어서 나중에 유권자가 되어서도 지네들을 지지하게 만들자는 거지. 시카고는 민주당 지지세가 거의 강한 곳이고 시장, 의원 대충 다 그렇다. 그런데 이건 좌파 사상도 우파 사상도 아니다. 그냥 미친 게지. 애들이 그냥 자기 모습을 인정하며 잠재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지 특정 사상을 집어넣는 게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나. 아니 교육이라는 게 약간 그런 면을 가질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어쩔 수가 없지만, 그래도 그걸 지양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그 반대로 가고 앉았다. 여기가 무슨 북한도 아니고. 아니 진짜 애들이 염색체를 그리 타고 났는데 무슨 생물학을 부정하고 앉아 있냐.

난 무슨 사상이나 종교에 빠져서 세상 만사를 다 거기 끼워맞추려는 사람들을 좋게 보지 않는다. 아니 난 솔직히 그들을 무시한다. 너무 무식한 나머지 본인이 무식한 걸 모르는 부류다. 내가 낯을 좀 가리기는 하는데 저런 인간들은 특히나 절대 엮이고 싶지 않다. 흑백 모니터는 세상이 흑백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천연색을 프로세싱할 능력이 없는 게지.

학부 시절 잠시 가깝게 지낸 조교 형이 있었다. 요즘도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물리학의 화두는 온 세상 물체를 움직이는 4개의 힘을 통합하는 거라고 했다. The theory of everything이라고 하지. 인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전자기력 아마 뭐 이랬던 것 같다. 그 중에 몇 개는 대충 통합해서 설명이 되는데 한 둘이 아직 못했단다. 여기서 그 형이 놀라운 얘길 했는데, 본인은 그거 인정할 수 없다. 아니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어떻게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된다고 예단을 하냐 뭐 이러더라고.

분명 이단아스러운 아이디어겠지만 여기서 꽤 느낀 바가 있었다. 그 바닥에서 박사를 하고 있는 사람도 이러고 있다. 그런데 무슨 사상에 세상 모든 사람을 다 끼워맞추려는 사람들, 그들이 과연 이 사람들만큼 빡세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놓고 검증받아봤을까? 그렇게 해서 걸러지고 걸러진 걸 나한테 들어달라고 하는 걸까? 물론, 그럴 리가 없지. 기껏 비슷하게 무식한 애들끼리 모여서 자가발전이나 했겠지.

이런 애들의 선택지에는 설득이 없다. 애초에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요한다. 그게 안되는 상황이면 대충 빌드업해서 감정 혹은 분위기에 호소한다. 이것도 안되면 혼자서 열심히 공부해서 스스로 설득된 다음에 돌아오라고 한다. 이게 안되면 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란다. 시발 이게 무슨 개소리냐. 날 설득하고 싶으면 니가 해야지. 이런 애들한테 걸리면 못해도 시간 낭비다. 텅 빈 머리를 뜨거운 가슴으로 채우고 자빠졌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어째 대화를 해보거나 이런 게 절대 통하지 않는다. 저런 애들은 또 머리 쓰자 그러면 그렇게 싫어한다.

이번 케이스는 그런 답답한 새끼들이 강요를 하는 모양새인데, 이거 답도 없다. 벌이고 있는 미친 짓이 이것 하나만은 아닐텐데. 이 꼴을 겪을 필요가 없는게 천만 다행이네. 이런 걸 보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어느 정파 쪽으로 너무 쏠리면 거기 기생하는 극단적인 새끼들이 튀어나와서 지랄을 하고 걔네들을 어느 정도 이용해먹는 입장에서는 대놓고 막을 수도 없을테니까.

내 친구는 그냥 사립 학교 보낸단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