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인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영화를 봤다. 미국이 서부로 뻗어가던 시대를 다룬 책을 읽고 있었는데 마침 이 영화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문자로만 봤던 그 시대의 변경에서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그 시대의 공기를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해주어서 아주 만족한다.
배경이야 그렇다 치고 이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난 아마도 인간으로써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난 심리학자가 아니라 사람의 욕구와 감정을 분석할 줄은 모른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애착이 그 근원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장 강하고 기본적인 감정일 거라 보는데 그다지 틀린 얘긴 아닐 것 같다. 그리고 그 자식을 눈 앞에서 잃었을 때의 분노는 그 어느 것보다 클 것이며,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이 비참한 기분이겠지.
이 영화는 이 가장 큰 분노를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맞이한 남자를 보여준다. 복수에 대한 일념 하나로 그 희망 하나 없는 구렁텅이를 헤쳐간다. 어느 조난 당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이 “이제 다 귀찮고 더러워서 영원히 자고 싶었다.”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랬을 거다. 어지간하면 그냥 체념하고 그냥 끝내고 싶을만한 상황인데 분노를 동력으로 기어나온다. 아주 원초적인 감정에 원초적인 리엑션이다. 감독이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은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대 자연. 굉장히 아름답고 광활한 대 자연이다. 그야말로 원초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원초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나도 자식이 둘이나 있다. 그 둘 다 모두 나를 너무 좋아하고 나도 얘네들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럽다. 이런 입장이다보니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이 되더라. 이 걸 표현해낸 배우도 대단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식도 없는데 어찌 이렇게 잘 하는지 정말 난 놈이긴 난 놈이다.
이 영화에서 좀 흠이라고 할 만한 데가 있다. 어깨에 총을 맞은 사람이 너무 싸움을 잘 하더라. 나뭇가지에 찔린 게 아니라 총을 맞았는데 어찌 저렇게 움직이냐. 꼭 부상 안 당한 사람 같더라. 이건 말이 안 된다. 굳이 싸움을 비등비등하게 만들고 싶었다면, 기본 싸움 실력이 출중해서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잘 싸운다 뭐 그런 식으로 연출을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