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공립 학교의 모금 이벤트

Markowitz 2023. 1. 6. 23:41

데이케어에 애를 보내다가 이제 공립 학교로 옮겨보니 다른 게 많네. 무엇보다 무슨 모금 이벤트가 많아서 당황스럽다. 입학한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무슨 펀드 레이징 이벤트가 있더라고. 그건 그냥 돈을 모으는 건데 뭐 그런 갑다 했다. 얼마나 모금했는지도 다 공개하대. 한국에서처럼 은밀하게 돈 바치라고 때리고 꼽주지 않고 투명하게 하니까 좋네 뭐 그랬지. 그런데 그거 끝나도 수시로 메일이 와서 여러 모금 사업을 하더라.

애가 학교에서 그린 그림 갖고 티셔츠나 머그컵, 텀블러 등등을 만들어주는 사이트에 대해서 안내가 오더니, 곧 이어 학교에서 책을 파는 이벤트가 열리더군. 온라인 쇼핑몰이나 로컬 리테일 스토어하고 연계해서 학교 이름 대면 매출의 일부가 학교로 간다는 것도 몇 개나 있다. 와인 샵, 연말 카드 이런 거 만들어주는 데도 포함이다. 오늘도 저런 이벤트를 알리는 이멜이 왔는데, 아무리 적게 봐줘도 한 달에 두어번은 넘게 오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아예 학교에서 Trolley ride를 했다.

티켓 하나당 $16이니까 꽤 비싸던데 그래도 애들이 하고 싶어하니까 어쩔 수가 없어서 가봤지. 근데 꽤 제대로 하는 데다 참여하는 사람도 많더라. 그냥 흔히 보는 관광용 Trolley인데, 30여 분 동안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는 거다. 정말 진지하게 앞마당을 꾸며놓은 집이 많아서 지루할 새가 없었다. 거기다 4인 중창단이 같이 타서 내내 캐롤을 불러줬다. 핫 코코아, 쿠키도 주고. 비록 우리 애들은 중간에 다 잠들어버렸지만 친구들 만나고 하니까 재밌었다고 내년에도 또 한단다.

글쎄 난 좀 그렇다. 뭔가 돈이나 수익이 연관되어 있다고 하면 본능적으로 좀 추잡한 구석이 있겠구나 하고 느낀다. 그래서 추잡한 꼴을 보이지 말아야 하는 학교 같은 곳에서 직접 돈에 관련된 사업을 벌이는 게 좀 어색하게 보였다. 그래서 관련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약간의 문화 충격 같은 걸 받았다. 그런데 우리 좀 솔직해 지자고. 세상의 모든 일이 굴러갈라면 돈이 든다. 학교도 마찬가지고 도서관도 똑같다. 이걸 고결한 척 하며 은근히 압력을 주거나 뒷구멍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이거야말로 추잡스러운 꼴이 된다. 차라리 이렇게 공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그냥 돈만 수금하는 것보다는 귀찮겠지만, 애들도 재미를 보고 필요한 것도 살 수도 있으니 훨씬 낫다.

난 애가 학교에서 만든 그림을 박아 넣은 머그컵도 샀다. 마누라는 불평을 하는데, 아빠로써는 도저히 안 살 수가 없는 물건이 아닌가. 그래도 연말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는지 할인은 좀 받았다. 회사에 가져다 놓고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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