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시대에 대한 헌사
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좋아한다. 그의 변태스러운 유머감각이 좋다. 그래도 그의 영화는 조금 부담스러운데, 대사량이 많고 슬랭을 남발하는데다 그 대사들이 바로 재미의 키를 쥐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내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는 온전히 다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그의 최근작을 봤다. 놓치기에는 너무 아쉬우니까.
역시 재밌게 봤다. 정말 쿠엔틴 타란티노스러운 영화다. 최근 다른 두 영화보다는 더 그렇더라. 여기 저기서 키득거릴 장면이 많아서 러닝 타임이 꽤 긴 데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마지막에 화염방사기가 나왔을 때는 진짜 뭐. ‘어휴 시발’하고 감탄이 터져나왔다. 그걸 이웃들하고 태연히 얘기하는 건 또 어떻고. 누가 보면 바퀴벌레라도 태워죽인 줄 알겠다. 내가 이래서 이 감독 영화를 끊지를 못한다.
쿠엔틴 형님은 ‘상황’을 보여주는 걸 잘 한다. 뭐 대단한 서사를 꾸며내는 것보다는 확실히 어떤 상황 자체를 보여주는 걸 더 즐기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냥 그 시대를 담아내는 데에 집중한다. 그가 정말 대단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중심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의 이야기가 재미가 없었냐면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유머 담당이 이 주인공 둘이었으니까. 자리를 잃어가는 배우와 그와 친형제 같은 대역 스턴트맨인데 저물어가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것 같았다. 영화 중간에 찰스 맨슨이 살짝 나오고 그들의 일당이 사고를 치러 들어갈 때는 나도 살짝 긴장했다. 실제 사건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사건을 살짝 비트네. 주제 파악 못 한 또라이 히피들이 쳐들어간 곳에 하필 약에 취한, 높은 수준으로 단련된, 스턴트맨이 있으면 무슨 그림이 펼쳐지겠나. 뭐 그냥 통쾌하게 터져 나가겠지. 그 카타르시스의 쓰나미가 휘몰아친 후 이웃집 대문이 천천히 열리는 장면에서 어쩌면 그 옛 좋은 시절로의 길이 활짝 펼쳐지길 바라는 감독의 마음이 느껴졌다. 뭐 내 착각일 수도 있고.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은 화염방사기 신인 것 같은데, 난 그 장면 자체보다 이어서 디카프리오가 “Holy shit!”하고 내뱉을 때의 표정이 웃기더라. 이 배우는 코메디도 잘 할 것 같다. 이 역할 자체가 반 쯤은 그런 면이 있기도 하고. 브래드 피트를 보니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고, 그렇게 되어봐야 저 정도 멋은 없겠지. 그래도 누가 봐도 운동을 좀 했구나 싶은 그런 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두 사람이 너무나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는 게 진짜 큰 몫을 한 것 같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팬에게는 절대 놓쳐서는 안될 영화이고 genious movie다. 근데 살다보면 이렇게 좋은 영화만 골라보는 게 쉽지 않다. 이거 보기 전에 Jurassic World Dominian을 봤는데, 재미도 없고 뭔 영화가 이래 중구난방인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시발 이거 무슨 인디아나 존스도 아니고.” 왜 훌륭한 시리즈를 이래 조져버리는지… 어휴 내가 다 안타깝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