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시카고에서 문 닫는 Walmart

Markowitz 2023. 4. 20. 22:50

Walmart가 시카고에 8개 매장을 갖고 있었는데, 그 중에 4개를 닫는단다. 그 중 하나는 약간 북쪽에 있다. 예전에 내가 살았던 동네에 있어서 나도 여러번 가봤다. 좋은 동네이긴 한데, 망할 줄 알았다. 주변에 워낙 좋은 식료품점이 많은데 굳이 거길 비집고 들어간데다 특장점도 없다. 수박이 좀 쌌던 것 같긴 하다. 여긴 한 눈에 봐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나머지 3개는 남쪽과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냥 가난한 흑인 동네다. 지금 이슈가 되는 것도 여기 있는 매장들이다. 매년 여기서 수천만불을 손해보고 있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결정인 모양이다.

나는 저런 동네에 가 본 적도 없고 그냥 언론, 주로 NPR, 기사로만 접했을 뿐이니 내가 아는 게 다는 아닐 것이다. 저 동네를 Food Desert라고 하더라고. 왜냐하면 식료품을 파는 곳이 별로 없어서다. 나도 이사할 때마다 식료품 가게 위치를 꼭 확인한다. 제대로 된 식료품 가게가 없다라… 이게 그 동네에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 정치인들이 저 낙후된 동네를 살려보려고 큰 식료품 체인을 들이려 공을 들였단다. 당연히 그랬겠지. 그리하여 월마트가 야심차게 문을 열었고 모두가 이익을 보는 전략이라고 했다. Racial Justice Initiative 뭐 이런 것도 떠들어대고 말이야. 무주공산에 들어갔으니 당연히 장사가 잘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나. 그런데 웬걸. 천문학적인 손해도 손해고 건물조차 아무도 인수해갈 거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모양이더라. 정치인들은 실망했다 어쩐다 하는데, 어차피 이 사람들이 책임을 져줄 것도 아니니 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소리인 것 같다. 애초에 장사가 안 되는 걸 어찌하란 말인가?

왜 장사가 안되는 걸까? 도대체 그 동네 사람들은 식료품을 사먹지 않는단 말인가? 여기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자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식료품을 사먹지 않는다. 시카고의 가난한 지역 사람들은 공짜로 나눠주는 음식에 심각할 정도로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판데믹이 오고 나서 읽은 기사에도 여기 사람들은 직장을 잃는 것도 잃는 것이지만 음식 나눠주는 트럭이 덜 올까 걱정을 하더라. 물론 이 상황에서 그게 걱정이 되는 거야 이해는 간다만 난 이렇게 공짜로 식료품 뿌리는 트럭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것만 넙죽넙죽 받아먹던 사람들이 사람들이 갑자기 돈을 주고 음식을 사먹을 리가 없지 않는가? Food Desert에 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트럭에서 음식을 받아 먹는 게 아니라 이렇게 먹을 게 그냥 생기니까 거기 사는 거다.

물론 나도 배 곯는 사람들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 안전망이 바닥은 깔아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바닥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해한다. 사람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삶의 수준이 다를테고, 더러는 나를 보고 ‘시발 어떻게 저렇게 사냐. 나 같으면 투잡이라도 뛰겠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테니까. 뭐 어쨌든 나는 내 삶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싶어서 몸을 움직였다. 헌데 그냥 그 바닥도 썩 만족스럽다면, 그냥 그래 사는 거지. 뭐 100% 행복하진 않아도 몸을 움직여아할 정도로 불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니라면 대충 만족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뭐 이것도 삶의 방식이라고 봐야지. 다 살아지니까 그러고 있는 거고. 뭐 말이야 무슨 불평 불만이든 다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몸을 움직일만한 이유가 되느냐다. 본인이 뭔가 하지 않을 거면 옆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해도 다 소용 없는 것이다. 이래서 난 정치인이나 누가 구호 외치고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 말로는 뭘 못하겠나. 실행이 돼야지. 말에도 힘이 있다 어쩐다 하는데 불편함에는 더 큰 힘이 있지. 진작 보다 나은 음식과 삶을 원했다면 밖으로 나가서 무버 알바라도 뛰었지.

덧붙여서 저 동네의 매장에서는 도난도 많았다 그러고, George Floyd 시위 때 아주 큰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물론 다운타운이나 내가 살던 동네에 있는 매장들도 무사하지 못했지만, 먼저 지네 동네부터 확실하게 박살내놓고 몰려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Walmart는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으나 저 시위 이후로 손실이 아주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에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겠지.

정치 지도자들 뭐 이런 사람들이 Walmart의 결정에 분노했다는데, 분노할 대상을 잘 못 짚은 것 같다. 뭘 자꾸 남한테 뭘 해다 바쳐라 그러냐. 지 돈 아니라고 새끼들이… 직접 몸 움직일 생각은 안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 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한 말이다. Nothing is given. Everything is ear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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