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 시장의 결정판
유학 시절, 돈을 아끼기 위해서 중고 물품을 제법 샀다. 밥솥도 그리 산 거고. 한국에서는 진짜 안해본 건데 말이야. 그렇게 산 물건들은 다시 중고로 팔렸고, 새 것으로 업그레이드되어 갔지. 그 때 알게 된 게 craigslist다. 진짜 온갖 물건이 다 있더라고. 사용자도 많은지 뭐 하나 올리면 연락도 많이 오고. 이렇게 생존을 위해서 사용했던 벼룩 시장인데, 굳이 뭘 사거나 팔지 않아도 구경만 해도 재밌더라. 이게 꼭 남들 살림살이를 엿보는 기분이어서 말이야.
근데 작년부터 이상하게 craigslist에 물건이 덜 올라온다 싶었다. 사람들이 중고 물품 거래를 덜 할 리는 없는데 말이야. 알고보니 FaceBook에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렛폼이 있더라. 생기긴 오래 전에 생긴 것 같은데 나는 이제 알았다. FaceBook을 안 하니 알 수가 있나. 그래서 FaceBook 들어가서 내 계정을 MarketPlace 쓸 수 있도록 뭐 어찌저찌 좀 하고. 사는 동네도 지금 이사 온 곳으로 바꾸고 구경을 해봤다.
이건 뭐 중고 시장의 결정판이 여기 있었다. Craigslist를 쓰면서 아쉬웠던 점을 모두 해결했더라. 무엇보다 내가 사는 곳의 위치를 중심으로 포스팅이 보이니까 편하다. craigslist처럼 대충의 위치를 ‘city of Chicago’ 이런 식으로 해서 보이는 게 아니다. 게다가 파는 사람의 신원도 확실하게 보인다. 사는 사람의 프로필도 볼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범죄에 대한 걱정을 덜 수도 있다. 게다가 내가 검색한 것들을 기억했다가 내가 관심이 있을만한 포스팅을 보여주는 게 생각보다 정확하다. 일일이 키워드로 넣고 검색을 하는데다 사는 곳에서 엄청 떨어진 곳의 포스팅까지 상단에 띄워주는 craigslist하고 비교를 할 수가 없네. 이러니 사람들이 여기로 몰리지.
사실 난 사람을 이해하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는 그냥 책이나 보는 학생이었고,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지는 못했다. 아니 내가 원하지도 않았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고, 나와 비슷한 친구들은 오히려 소수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동시에, 사람들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막연히 책을 보고 지식이 많아지면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싶기도 했다. 제대로 답을 얻을 상황도 아니었다.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지금 생각에, FaceBook은 사람들을 공부할 수 있는 완벽한 플렛폼이 아닌가 싶다. 특히 물건을 사고 파는 것 말이다. 물건을 올려 놓으면 보통 몇 번 클릭 후에 팔리게 되는지. 어떤 단어가 제목에 있어야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지. Buyer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또 이런 정성적, 정량적 데이터가 어떻게 바뀌는지 등등FaceBook은 말그대로 그 모든 것을 추적한다. 사람들의 성별, 나이, 학력과 같은 기본 정보는 진작 다 들어가 있지 않나. 이 정보를 만약 공개할 수 있다면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이 아주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 이웃 중에 하나가 FaceBook 그러니까 Meta에서 일하고 있는데 혹시 나같은 놈 개발 부서 말고 저런 데이터 다루는 데에 안 필요한지 물어볼까? 아마 안 필요하겠지. 참 어릴 때 내가 이런 걸 알았으면 통계학이나 수학을 전공했을텐데. 진짜 난 수학과에 갔어야 했어.